- ‘버젓한 아버지에게’ 늦깎이 작가
- 부모님·자아 투영한 스토리에서
- 차별 없음의 보편적 가치 풀어내

인상 깊은 예술 작품은 경계 또는 접경에서 열매나 꽃처럼 등장하는 사례가 많음을 예술사는 보여준다. 1966년 일본 도쿄 출생인 재일동포 여성 작가 후카자와 우시오가 부산의 독자들과 만난 대화 자리는 이런 ‘법칙’을 다시금 느낀 문학 현장이었다. 지난 20일 부산 중구 동광동의 인문 공간 백년어서원에서 후카자와 우시오 작가를 초청한, 제79회 사람을 꿈꾸는 책 행사가 열렸다.

지난 20일 부산 중구 백년어서원에서 재일동포 작가 후카자와 우시오 초청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가 이장수 제공

후카자와 작가의 장편소설 ‘버젓한 아버지에게’가 부산대 이재봉(국어국문학과)의 번역으로, 부산의 도서출판 전망에서 최근 나왔다. 재일조선인(재일코리안·재일한국인·재일동포·자이니치 등도 비슷한 맥락으로 쓰인다)의 삶을 담은, 다시 말해 경계 위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생을 그린 이 소설은 독특한 맛,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쾌한 듯 육중하고, 산뜻한 듯 진지하다. 일본 사회의 자이니치(在日을 일본어로 읽은 말로, 재일동포를 뜻한다) 차별을 깊숙한 차원에서 비판하고 ‘인류 보편 가치’에 관해 질문한다. 보편 가치란 차별 없음·민주·환대·연대 등이다.

사이키 가쓰히로 전 동명대 교수가 통역하고, 이재봉 교수가 진행했으며, 아사히신문 사쿠라이 이즈미 기자, 조갑상 작가 등이 참여한 행사에서 후카자와는 여러 질문에 터놓고 답했다. “일본에서 재일조선인으로 살기는 참으로 힘들다. 취직도 힘들었다. 그래서 열심히 영어공부를 해서 직장을 구했다. 그러자 부모님은 결혼을 재촉했고, 결혼 뒤 육아를 열심히 했다. 결혼생활은 잘 풀리지 않았고, 나는 소설을 쓰는 데서 치유 또는 새로운 길을 찾았다.”

그는 2012년 ‘가나에 아줌마’로 작가가 됐다. 46세 때다. 장편소설 ‘버젓한 아버지에게’는 일본 문예지에 연재한 작품을 엮어 2015년 아사히신문출판에서 출간했다. 객석에는 시민·작가·문학연구인 등 다채로운 사람이 다양한 질문을 했다.

“저는 아버지 쪽으로는 재일동포 2세, 어머니 쪽으로는 재일동포 3세가 된다. 아버지는 미군정 때 일본으로 왔고 이승만 박정희 정권의 독재를 비판하는 활동을 했다. 그래서 한국으로 가는 길은 막혀 있었다. 부모님은 제게 일본에서 살아가는 힘을 가질 것을 강조하셨다.” 그는 “재일조선인으로서, 일본 사회에서 (일본인처럼) 살아가는 방식을 내면화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자신 또는 재일조선인에 관해 차별의식을 갖게 되고, 그런 자신을 싫어하면서도 거기에 시달리기도 한다. 어려운 점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도 독자가 계신다는 사실을 오늘 피부로 실감했다. 더 좋은 소설을 써서 열심히 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작품세계는 자이니치 문학, 한민족 디아스포라 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가꿔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