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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소작농 자영업자의 처절한 생존기

김옥숙 작가 소설 ‘배달의 천국’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3-09-24 19:12:17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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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점 테러 일삼는 블랙컨슈머 등
- 영세상인 고충 적나라하게 담아

이야기가 하도 뜨거워 책장을 넘기려고 손을 뻗으면 불에 델 것만 같은 소설이다. 부디, 한국 사회의 자영업 세계를 절실하게 담은 이 장편소설을 읽을 때는 마음의 화상(火傷)에 주의하시기 바란다.

장편소설 ‘배달의 천국’으로 주목받는 김옥숙 소설가.
그 소설은 작가 김옥숙이 쓴 ‘배달의 천국’(산지니 펴냄)이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김옥숙 작가는 2015년 장편소설 ‘식당사장 장만호’를 펴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에서 음식점을 하는 자영업자의 세계를 절실히 그린 수작이다. ‘식당사장 장만호’와 ‘배달의 천국’ 사이에 코로나19 사태가 있었다. 코로나19를 때려잡기 위해 가동된 K방역은 한국의 자영업자를 때려잡았다. 그런 현실 탓인지 ‘배달의 천국’은 훨씬 세고 독한 소설이 되어 독자 곁으로 찾아왔다. 악에 받친 느낌도 있다.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더 이상은 힘든 자영업에 관한 소설을 쓰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자영업자를 검색하면 자살이 연관 검색어로 따라오는 현실이 가슴 아팠습니다. 팬데믹으로 자영업자의 자살이 줄을 이었습니다. 그 죽음은 극단적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타살이었습니다.…(이를) 기록해 내는 것 또한 글 쓰는 사람의 책무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는 “28년 차 식당 사장인 남편도 결국 배달업을 접고 식당 문도 닫아야 했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혔다. ‘배달의 천국’은 작가 자신과 가족의 현실이기도 했다. 이 작품이 지닌 불길 같은 온도, 뻑뻑한 밀도, 끈적한 땀, 모골이 송연한 실감이 어디서 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소설가 김옥숙은 경남 합천 출생으로 2003년 매일신문 신춘문예서 시가 당선돼 시인이 됐고, 같은 해 소설 ‘너의 이름은 희망이다’로 전태일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가 됐다. 그는 장편소설을 많이 쓴 작가이다.

“70평이나 되는 만석 갈비”는 “근처에 국립대학 한 곳과 사립대학 두 곳, 전문대학 한 곳”이 있는 요지에 자리한 “대학로에서 갈비 맛집으로 제법 이름이 알려진” 식당이다(13쪽). 부산에 사는 독자라면 부경대·경성대·동명대·부산예술대를 떠올리면서 여기가 어디쯤인지 곧장 감을 잡을 수도 있겠다. ‘배달의 천국’은 만석 갈비 백만석 사장 가족이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살아내는 삶의 이야기이고, 배달앱의 폭정을 고발하는 사회소설이며, 배달을 빌미로 식당 사장을 마구 괴롭히는 진상 고객이 번식한 한국을 보여주는 세태 소설이다.

“마진? 이상하게 돈이 안 남아. 장마철이라 각종 재룟값이 이번엔 삼천만 원이 넘어. 배달 수수료, 광고비, 월세 오백, 배달대행비에 재료비까지 더하면 육천만 원이네. 공과금에다 이번 달에 세금 내고 직원들 인건비 천오백만 원. 기타 등등 다 제하고 나니 내 손에 겨우 구십만 원 떨어졌어!. 이게 말이 되냐고!”(197쪽)

“배달식당 사장들은 어쩌면 양계장의 닭인지도 몰랐다. 양계장 주인은 24시간 불을 켜놓고 닭에게 성장 촉진제와 항생제를 주입하면서 끊임없이 알을 낳도록 만들었다. 닭들은 오로지 알을 낳기 바빠 자신들이 어떤 처지인지도 몰랐다. 죽을 때까지 알을 낳기 위해 늘어선 줄은 끝도 없었다. 알을 못 낳는 병든 닭들은 어김없이 폐기되었다. 주인에게 황금알을 제공하기 위해 양계장에는 닭들이 끝도 없이 밀려들고 있었다.”(231쪽) 여기서 ‘주인’은 배달앱, 건물주 등을 상징한다.

“영세 자영업자는 그냥 죄인이야. 조선 시대 소작농이나 백정보다 못한 인간들이지. 자기 먹을 양식도 다 빼앗기는 소작농이나 마찬가지야.”(102쪽) 소설에는 별점 테러를 일삼는 블랙컨슈머 도민성, 식당 ‘내 그리운 나라’ 사장 등 주위 자영업의 사연, 때로 등장하는 천사 고객, 배달 라이더의 삶, 식당업의 업무와 구조가 실감 나게 등장한다. 작가의 문제 제기가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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