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73> 토기 큰 항아리

삼국시대 최대 높이 1m 항아리…술·곡식·소금 저장고

  • 정주희 부산박물관 유물관리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3-09-25 19:04:32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박물관에서는 선사·고대의 토기(土器)부터 고려·조선 시대의 상류층이 애용한 자기(磁器), 일상생활에서 널리 이용해 온 옹기(甕器) 등 옛사람들이 사용했던 온갖 그릇을 만날 수 있다. 그중에는 음식을 먹는 데 사용한 그릇뿐만 아니라 사물을 본뜨거나 특이한 모양으로 만들어 의례나 제사에 사용한 그릇도 있다. 시대에 따라 그릇의 형태나 제작 방법에 차이가 있지만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아가리가 좁고 배가 불룩 나온 ‘항아리(壺)’를 널리 사용해 왔다.
삼국시대 큰 항아리 대호(大壺). 부산박물관 제공
부산박물관의 동래관 선사실에서 고대중세실로 이어지는 통로를 지나다 보면 한데 모여있는 삼국시대 큰 항아리(대호·大壺)들을 만날 수 있다. 삼국시대에는 토기 제작 기술이 한층 발달하면서 크기나 부위별 장식을 달리 한 갖가지 형태의 토기 항아리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왠지 이 항아리들은 높이 40~100㎝로 큰 크기만 눈에 띌 뿐 빛깔도 칙칙하게 짙은 회색이라 큰 관심 없이 지나 버리기 쉽다.

그렇지만 성인 남성이 양팔을 벌려 안기도 힘든 이 큰 항아리를 어떻게 만들었을지 상상해 본다면 전혀 다르게 보인다. 큰 항아리는 먼저 작업대 위에서 바닥이 평평한 상태로 점토띠를 쌓아 올려 몸통의 어느 정도까지 만든다. 그런 다음 뒤집어 놓고 바닥 쪽을 잡고 조아서 둥근 바닥으로 만든다. 그래서 항아리 바닥을 보면 살짝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항아리를 똑바로 세워서 몸통 윗부분과 아가리까지 만들면 비로소 항아리 외형이 완성된다.

가마에서 구울 때는 이전의 무른 그릇에 비해 훨씬 고온인 1000~1200℃의 온도로 구워 더욱 단단하고 물이 잘 새지 않는다. 때문에 내용물을 가리지 않아 물이나 술 곡식 소금을 저장하거나 장 젓갈을 숙성하기 위한 용기로 살림살이에 두루 쓸 수 있었다. 실제로 삼국시대 마을 유적의 집자리 한 켠에서는 식수나 각종 식재료를 저장하는 데 사용한 큰 항아리가 몇 개씩 발견된다.

삼국시대 큰 항아리는 오늘날까지 장독, 물독, 쌀독으로 사용되는 옹기로 그 맥이 이어진다. 그렇다면 이 커다란 항아리에는 얼마나 많은 내용물을 채울 수 있을까. 높이 100㎝가 넘는 큰 항아리에는 족히 250ℓ 이상의 식수를 담을 수 있다. 폭염, 폭우가 맹위를 떨쳤던 여름을 지나 어느덧 풍요로운 명절, 한가위를 앞두고 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기를 기대하는 마음에 설렌다. 오늘날보다 더 자연의 변화에 삶이 좌우되었던 옛사람들은 가을을 맞이하며 풍년을 비는 마음이 더욱 간절했을 것이다. 한 해 농사를 끝낸 후 마을 곳곳 집집마다 커다란 항아리에 햇곡식이 가득하고 햅쌀로 빚은 송편, 술을 채워 넉넉한 가을날을 맞이한 모습을 상상해 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4. 4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7. 7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8. 8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9. 9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10. 10[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3. 3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4. 4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5. 5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6. 6李대통령 지지율 39%, 하락세 멈췄다…민주 36% 국힘 27%
  7. 7李대통령 “국무회의 비공개 동의못해…할말 못하는 국무위원 없다 확신”
  8. 8이혼소송 중 주소 노출…서울고법원장, 아내 살해 공무원 사건에 “제도개선”
  9. 9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첫 출근에 "피아구별 없이 엄중 수사하길"
  1. 1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2. 2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6. 6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7. 7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8. 8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9. 9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10. 10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3. 3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4. 4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5. 5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6. 6부산행 KTX 하부 패널 파손…승객 300명 열차 갈아타
  7. 7고성서 세계적 산악인 엄홍길 대장과 함께하는 등산축제
  8. 8“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9. 9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10. 10부산 금정구, ‘야생화 및 국화 분재 전시회’ 개최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윤상건-Creature
박지은- little talk-Venic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5일 (음 9월 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4일 (음 9월 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