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시작한 용인의 파이브이모션 캠핑장에서 2박 3일간 펼쳐진 ‘그레이트풀 캠프’에 다녀왔다. 자연과 함께 자유를 즐기는 음악축제를 모토로 숲속 캠핑장에서 록 포크 레게 일렉트로니카 재즈 등 다양한 장르 공연을 캠핑과 동시에 즐기는 축제다. 출발 전부터 마음에 걸린 건 ‘캠핑’이었다. 군인이던 시절, 비가 쏟아지는 혹한기 훈련 중 좁디좁은 A형 텐트에 세로로 몸을 누인 채 잠을 설치던 밤, 다시 사회에 나간다면 두 번 다시는 텐트에서 자는 일은 없을 거라고 굳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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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경기도 용인 그레이트풀 캠프 현장. |
출발하는 아침부터 고속도로엔 보슬비가 내렸다. 많은 것이 두려웠지만 한 번은 체험해 보고 싶었다. 언제부턴가 캠핑과 결합된 뮤직페스티발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저 나와 상관없는, 인스타그램 속에 사는 핵인싸들의 이야기라고 믿었는데 친구들의 부추김에 결국 따라나서게 된 것이다. 캠핑장에 도착하니 인스타그램 속에서 보던 이들이 공연 전부터 떠들썩하게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놀랍게도 머나먼 경기도 용인 캠핑장에서 몇몇 지인과 마주쳤다.
이 사람들이 지금껏 나만 쏙 빼놓고 지들끼리 근사하게 놀고 있었구나. 분한 맘도 들었지만 이젠 나도 당당히 그 대열에 합류했다. 식순에 따라 텐트에 모여 고기를 구워 먹고 공연을 즐기려고 나서니 비가 쏟아진다.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강렬한 로큰롤이 시작되자 아예 장대비가 내린다. 챙겨 입은 비옷은 이미 부질없을 정도로 흠뻑 젖었다. 어떡하지? 고민하던 중,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었다. 울면 되겠다. 주변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맘껏 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빗물이 내 눈물을 가려줄 테니까.
사람들은 우비를 벗어 던지고 음악과 비에 젖어 날뛰고 있었다. 그 난리 통에 비에 젖어 축 늘어진 깃발이 보였다.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록페가 장난이야? 놀러 왔어?’ 결국 우는 대신 놀아야 했다. 다음날 오전엔 여독과 숙취 남은 채로 재즈피아니스트 진수영과 고향 가수 김일두의 공연을 보았다. 이날을 위해 아껴둔 ‘김일두와 불세출’ 티셔츠를 꺼내 입었다. 남은 공연을 뒤로하고 바닥난 체력 때문에 아쉽게 공연장을 떠났다. 그날의 여파인지 아직 감기에 시달리고 있다. 다음엔 반드시 몸을 만들어 제대로 놀아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