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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거미집’의 두 주역 김지운 감독·송강호 배우

25년 지기가 영화 속 영화로 말하는 ‘영화’…배우 송강호가 감독 김지운의 ‘감독’ 되다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3-10-10 18:39:27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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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호흡 맞춘 다섯 번째 작품
- 검열 있던 70년대 걸작 만들려
- 재촬영 강행하다 벌어지는 소동
- 사회라는 거대한 세트장서 사는
- 인간의 희망·욕망·좌절 담아내

- “배우 본능 느껴지는 연기 감탄”
- “매번 신선한 극 만들어 존경해”
- 페르소나로, 감독으로 서로 애정

영화에서 ‘페르소나’는 영화감독 자신의 분신이자 특정한 상징을 표현하는 배우를 지칭한다. 그래서 한 감독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배우를 ‘000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말하곤 한다. 바로 김지운 감독에게 송강호처럼 말이다.
김지운 감독(왼쪽), 송강호 배우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인 ‘조용한 가족’(1998)을 시작으로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을 함께 작업하며 김 감독의 마음을 표현하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두 사람은 지난달 27일 개봉한 ‘거미집’으로 다섯 번째 호흡을 맞추며 25년간 페르소나이자 영화적 동반자로서 영화 인생을 같이 걸어가고 있다.

‘거미집’은 검열이 있고, 반공 영화·새마을 영화가 많았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이 재촬영을 밀어붙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블랙 코미디로, 영화 속에서 흑백 영화를 찍는 독특한 구조를 지녔다. 송강호는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검열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가운데 걸작을 위해 결말을 재촬영해야 하는 김열 감독 역을 맡았다.

“‘거미집’을 촬영하면서 ‘조용한 가족’ 때를 많이 떠올렸다”고 입을 모으는 김 감독과 송강호를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각각 만나 ‘거미집’은 물론, 서로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영화의 근본, 다시 생각하게 해

영화 ‘거미집’.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감독들은 한 번쯤 자신이 영화를 어떻게 사랑하게 됐는지, 그리고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고백하고 싶어 한다. 최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자신의 영화 인생을 담은 영화 ‘파벨만스’를 연출한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거미집’도 김 감독에게 그런 의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김지운 감독은 “팬데믹으로 영화계가 다 멈췄을 때 영화의 의미를 재정립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영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됐다. 영화를 사랑했을 때, 꿈을 갖기 시작했을 때의 기억을 소환했고, 그때 제 생각을 반영할 수 있는 ‘거미집’ 시나리오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김 감독에게 ‘거미집’은 첫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연출할 수 있는 영화였던 것 같다. “‘거미집’을 통해 약간은 식었던, 희미해졌던 영화에 대한 꿈과 사랑을 다시 회복하길 바랐다. 그것이 내가 이 영화를 만든 이유”라고 고백했기 때문이다.

극 중 주인공인 김열 감독은 김지운 감독의 모습이 투영된 인물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김 감독은 “저는 현실에서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인데 영화가 뭐라고 촬영장에 오면 계속 비탄에 빠지기도 하고 절망하기도 하고 고통스럽기도 하다. 반면 (원하는 장면을 찍으면) 환희를 느끼면서 ‘이게 다 나의 역량이야’ 하며 기뻐도 한다”며 “그런 모습이 김열에게 꽤 많이 들어가 있다. 김열이 하는 대사들은 내가 항상 현장에서 느낀 크고 작은 여러 감정에 대한 이야기이고 실제로 한 말이기도 하다”라며 김열감독 캐릭터에 대해 설명했다.

‘거미집’은 송강호를 주축으로 오정세 정수정 전여빈 박정수 등의 연기 앙상블을 보는 재미가 톡톡하다. 특히 김 감독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대사의 맛이 잘 살아 있다. 그는 “캐스팅에는 원칙이 있었다. 대사를 감칠맛 있게 잘 다루는 배우, 유연하게 단어를 구사할 줄 아는 배우, 발음이 깨끗하고 잘 들리는 배우 등이었다”며 “플레이어들이 각자 자리에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자기 몫을 수행하는 것이 앙상블의 매력인 것 같다. ‘거미집’에서 제대로 된 앙상블 연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관에서 봐야 할 새로움

송강호에게도 ‘거미집’은 영화와 관객, 그리고 영화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그는 “‘거미집’은 늘 봐왔던 영화의 형태나 소재가 아닌 신선하고 말 그대로 영화적인 느낌이 강한 작품이어서 반가웠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OTT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콘텐츠가 소통되지만, 새로운 내용과 스타일의 영화로 영화관에서 관객과 큰 스크린을 통해 호흡할 수 있다는 것이 반갑더라”고 ‘거미집’만의 영화적 미덕을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관객분들이 ‘거미집’에 대해 ‘이게 영화지’라는 말씀을 해주신다면 가장 큰 극찬이 아닐까라는 생각한다”고 송강호는 덧붙였다.

걸작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결말을 재촬영하려는 김열 감독처럼 송강호 또한 ‘거미집’이 지닌 영화적 매력과 재미를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이 영화의 매력을 어떻게 극대화해서 관객과 잘 소통하게 만들까, 이것이 제일 큰 고민이었다. 조금 낯설 수 있는 영화를 영화의 본질을 훼손시키지 않고 고스란히 관객에게 전할 방법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영화 속 영화라는 낯선 구조와 흑백과 컬러의 공존, 현재와 다른 70년대 영화 촬영 말투와 분위기 등이 요즘 관객과 어떻게 만날지를 고민했던 것이다.

물론 배우로서 김열을 연기하면서 가졌던 목표도 있다. 그는 “거창할 수 있지만, 사회라는 거대한 세트장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희망 욕망 좌절을 담아낸 게 김열이라 생각한다. 그걸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고 말했다.

배우는 카메라 앞에 서야 하지만 송강호는 극 중이기는 하지만 카메라 뒤에서 ‘레디 액션’을 외쳤다. 연기이긴 하지만 감독이 된 느낌은 어땠을까? 그는 “배우들이 연기를 잘하니까 감독 자리에서 일어나 배우들과 같이 연기를 해보고 싶더라. 특히 영화 속 영화는 흑백이어서 무척 멋있게 나와, 나도 저 안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며 배우 본능을 드러냈다.

혹시 연출에 대한 욕심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는데, “감독이라는 직책이 굉장히 어려운 것 같다. 재능도 있어야 하지만, 철학도 있어야 하고, 삶의 깊이도 있어야 하고, 예술가로서 재능도 있어야 한다. 난 배우 하기도 벅차다. 전혀 꿈꾸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5년을 함께한 두 사람

‘거미집’은 25년간 이어져 온 김 감독과 송강호의 관계를 떼어놓고는 말할 수 없다. 처음 김 감독에게 ‘거미집’ 시나리오에 대해 이야기한 것도 송강호였다. 그러니 김열 감독 역을 송강호가 맡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김 감독은 “무슨 역할을 해도 송강호 씨와 저만 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거미집’은 웃음의 장치나 웃음의 재료를 여기저기 흩트려 놓았다. 그리고 제가 느끼는 독특한 웃음의 뉘앙스를 송강호라는 배우가 형상화시켜 준다. 이것은 ‘조용한 가족’부터 같이 이루어 낸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우로서 존경하는 것은 무슨 역할을 맡아도 인간적인 본능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 안에서 제가 더 느끼는 매력은 익숙하고 편하고 친숙한 느낌인데, 순식간에 싸늘하고 서늘한 공기로 바꾸는 장악력이 엄청나다.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것을 한국에서 제일 잘하는 배우가 송강호 씨다”며 자랑스러워했다.

김 감독에 대한 송강호의 칭찬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김 감독님과 25년간 다섯 편을 했는데 이전이나 지금이나 항상 설레게 만든다. 김 감독님과 함께하는 작업에 대해 ‘영화 여행’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번에는 어떤 여행을 떠날지 설레게 된다”며 장르의 변주를 통해 항상 신선한 영화를 만드는 것에 존경의 마음을 표했다.

또한 “김 감독님은 예술가로서 집요한 부분이 있다. 본인이 원하는 미장센과 연기를 만들기 위해서 열정적인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저는 그걸 사랑하고 존중한다”며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분명히 좋은 장면들이 탄생한다. 더 좋은 작품을 위해 항상 치열하게 사는 모습은 지금도 보기 좋다”고 응원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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