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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청년 봉준호부터, 눈물로 마주한 홍콩 현실까지

3색 매력 화제작 현장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3-10-11 19:29:39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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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란문: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 봉 감독 첫 단편 관람한 시네필
- 히타치 카메라 등장에 추억 소환

# ‘막걸리가 알려줄 거야’

- 사교육 문제 꼬집는 코믹 판타지
- 박나은 배우의 즉석 팬미팅 방불

# ‘먼지가 되느니 재가 되리’

- 민주화 시위 4년간 촬영 회고록
- 감독 “홍콩에 더 귀 기울여주길”

폐막을 앞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는 어떤 이야기가 영화 팬 사이에 오르내릴까. 3색 매력으로 관객을 끌어당긴 영화 3편의 상영현장을 들여다봤다.
다양한 매력으로 관객을 끌어당긴 3색 영화의 GV 장면. ‘노란문: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의 이혁래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청년 봉준호와 함께한 ‘노란문’

30여 년 전 청년 봉준호가 속해 있던 영화모임인 ‘노란문 영화연구소’가 부산에서 다시 ‘문’을 열었다. 이혁래 감독의 다큐멘터리 ‘노란문: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는 청년 봉준호가 속했던‘노란문’ 멤버들을 중심으로 1990년대 세기말 시네필들의 추억을 담고 있다. 오는 27일 넷플릭스 공개를 앞두고 이 영화를 먼저 보려는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11일 관람한 이 작품에서 ‘노란문’ 멤버들은 세기말 송년회에서 봉 감독의 첫 단편 ‘룩킹 포 파라다이스’를 관람한다. 어둡고 더러운 지하실을 배경으로 고릴라가 똥벌레의 공격을 피해 낙원으로 향하는 이야기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일일이 고릴라 인형과 찰흙으로 제작된 똥벌레 인형을 한 장면씩 움직여 완성했다. 이 다큐는 세기말이었던 1990년대 시네필들의 이야기를 꼼꼼하고 생생하게 들려준다. 깨알 같은 일화와 관점에 따라 달라지는 진술을 통해 유쾌한 웃음과 진한 추억을 전한다.

노란문 멤버들은 인터넷 검색조차 힘들던 그 시절, 8㎜ 필름카메라 작동법을 익히고 당시 주요 영화들의 불법 복제물 등을 통해 영화를 해부했다. 화면을 뒤로 돌려볼 수 있는(리와인드) 기능이 탑재된 조그스틱이 처음 나왔을 때 느꼈던 혁명적 감동, 큰마음 먹고 구매한 히타치 카메라 등 추억의 소품이 쏟아져 나왔다. 세월이 흘러 각자 자리에서 마주하는 노란문 영화연구소 구성원들의 얼굴도 다채로웠다. 11일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에서 상영된 이 영화는 종료 직후와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간 뒤 두 차례 박수를 받았다.

■아역배우 ‘부흥회’ 된 ‘막걸리’ GV

‘막걸리가 알려줄 거야’의 김다민 감독, 박나은 박효주 배우.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막걸리가 알려줄 거야’(김다민, 한국)는 BIFF 출품작 중 가장 ‘귀여운’ 작품 중 하나다. 엄마(박효주)의 열성으로 일주일 내내 학원 스케줄이 빽빽한 초등학생 동춘(박나은)이 어느 날 우연히 주운 막걸리 통에서 페르시아어로 해독되는 모스부호를 듣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생각지 못한 일들을 마주하는 동춘의 귀여움과 감독의 신선한 연출이 즉각 호감을 불러일으켰다.

BIFF 정한석 프로그래머는 “‘사교육 문제를 꼬집는 코미디’라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공상과학 모험극이자 코믹 판타지, 무한정 귀엽고 신나고 웃긴데 다 파괴적이다”고 평가했다. 관객들은 내내 흐뭇한 미소로 영화를 지켜봤다.

지난 10일 상영 직후 열린 GV(관객과의 대화)에는 김다민 감독과 박나은 박효주 배우가 참석했다. 영화에서 앙증맞고 야무진 모습을 보여준 동춘의 등장에 영화관은 즉석 팬미팅 현장이 됐다. 관객들은 작은 소리로 인사하는 박나은 배우에게 특히 환호를 보냈다. 김 감독은 “촬영 현장에서도 박나은 배우의 매력에 빠져 말을 걸려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정 프로그래머는 “이 작품의 GV 현장이 꼭 부흥회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웃었다.

■감독-관객 함께 마주한 홍콩 현실

‘먼지가 되느니 재가 되리’의 알란 라우 감독.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감독과 관객 모두 눈물을 흘린 영화도 있다. 지난 10일 밤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에서 열린 저널리스트이자 다큐멘터리 감독 알란 라우와 ‘먼지가 되느니 재가 되리’(홍콩) GV 현장이다. 월드프리미어로, BIFF에서 전 세계 최초 상영된 ‘먼지가 되느니 재가 되리’는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를 중심으로 알란 라우 감독이 4년여간 촬영한 1000시간의 여정을 2시간으로 압축한 회고록이다. 전 회차 매진됐다.

감독의 질문과 읊조림은 폭력적인 현장에서 마주한 저널리스트로서 지녀야 할 객관성과 윤리 사이 딜레마를 죄책감으로 메운다. 총알이 날아오는 시위 한복판에서 거리의 현장을 모두 담아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홍콩 시민은 우산으로 최루탄 연기를 막았지만, 총알은 막을 수 없었다. BIFF 강소원 프로그래머는 “올해 BIFF 상영작 중 가장 격렬하고 뜨거운 영화가 아닐까 싶다”고 말을 꺼냈다.

이날 관객석에는 홍콩 시위 당시 홍콩에 거주한 유학생, 홍콩 시민 등이 직접 참석해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없었다”고 먹먹한 감정을 전했다. 알란 라우 감독은 ‘운명을 받아들이지 마라’는 할아버지의 신념을 이야기하다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알란 라우 감독은 “1000시간의 모든 영상 장면을 잊지 못한다. (부산에서 이렇게)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더 많은 사람이 홍콩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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