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요배·공성훈·김종학 등 10인
- 바다와 인류의 관계·공존 모색
- 회화·미디어·설치 등 25점 선봬
부산 영도가 바다 이야기를 길어 올린 ‘미술 섬’이 되어 손짓한다. 그것도 ‘해양박물관’에서 펼치는 ‘현대미술’ 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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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성훈 작가의 작품 ‘바닷가의 남자’.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
국립해양박물관이 처음 선보이는 미술 기획전 ‘파란, 일으키다’가 지난 4일 개막했다. 강요배 공성훈 김종학 방정아 등 현대 미술가 10인이 ‘해양적 시각’으로 풀어낸 회화 미디어 설치 등 25점을 펼쳐놓았다. 바다와 인류의 관계를 모색하는 이번 전시는 ▷바다를 담다 ▷바다와 살다 ▷바다를 알다 등 3부로 구성했다. 기획은 장지영 어컴퍼니 대표가 맡았다.
전시장은 마치 심해에 들어선 듯 어둡고 고요하다. 전시장소가 국립해양박물관이라, 요즘의 미술관과 달리 스팟 조명을 사용해서 그렇다. 바다 깊숙한 보물선에서 서치라이트로 보물을 찾는 듯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지만, 일부 회화 작품은 빛 반사 때문에 살짝 옆으로 비켜서서 감상해야 했다.
1부 ‘바다를 담다’에선 광활한 바다 위 거친 파도의 아우성이 발길을 잡는다. 강요배의 ‘보라보라보라’와 ‘쳐라쳐라’ 연작이다. 제주 출신 강요배 작가는 가로 5m가 넘는 이 시리즈에서 바다의 에너지와 강인한 생명력을 거친 붓터치로 뿜어낸다.
김종학의 8m 대작 ‘바다’는 추상인 듯 구상으로 감각된다. 바다와 하늘의 경계가 흐릿한 어느 푸른 밤, 점으로 찍은 오징어잡이 배의 불빛이 어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다. 영도 외항 묘박지에서 불빛을 밝히는 선박들이 겹쳐 보인다.
2부로 가면 인간과 바다의 상호작용을 통한 해양적 삶을 보여준다. ‘바다와 살다’에선 방정아 송성진 허병찬 등 부산 작가 3명이 참여했다. 방정아는 어린시절을 지배했던 바닷가의 기억을 작품에서 수시로 나타낸다. 신작 ‘좀 흔들리면 어때’는 흔들리는 인간의 마음을 물결에 비유했다. ‘웃기는 경계선’은 수시로 월북·월남을 일삼는 물범을 등장시켜 작가만의 유머를 보여준다.
공성훈의 ‘바닷가의 남자’는 폭풍전야를 마주한 것과 같은 긴장감으로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은 인간의 고뇌를 느끼게 한다. 전시장 한편에 세워진 집은 송성진의 작품 ‘한평조차(1坪 潮差)’를 그대로 옮겨온 것. 밀물·썰물 위 위태롭게 떠 있던 한 평 집을 둘러싼 두 달간의 일기와 영상 기록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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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해양박물관 미술 기획전 ‘파란, 일으키다’에 전시된 강요배 작가의 작품 ‘보라보라보라’. |
2부에서 3부로 이어지는 길목에선 허병찬의 ‘Particle Wave-기계생물’이 프로젝션 매핑 기법으로 재현됐다. 바닥에 구현한 디지털 바다와 생물 영상 구간은 이 전시장에서 유일하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라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마지막 섹션 ‘바다를 알다’에서는 바다의 보전과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을 소개한다. 오염된 바닷속에서 발견해 낸 장식적인 형태를 색면 회화로 탄생시킨 최선의 ‘오수회화’, 원자력 발전소 옥상 위 물탱크에서 착안한 형상으로 기후위기와 온도상승에 따른 자연재앙을 표현한 김도영의 ‘구멍:잔류물’이 전시된다.
마지막 작품은 환경 위기 속 대재앙의 현장과 같은 풍경을 그려낸 김25의 ‘노아의 방주 Encounter-Noah’s Ark’이다. 푸른 바다가 아닌 붉은빛 바다가 강렬하다. 물결에 입힌 텍스트에는 구원의 메시지가 담겼다.
박물관에서 동시대 미술 전시를 선보인 이유에 대해 김태만 국립해양박물관장은 “현재도 시간이 흐르면 과거가 되듯, 현재 작품도 세월이 가면 유물이 될 것”이라며 “박물관과 미술관의 경계를 지나치게 나눌수록 예술의 의미가 축소되지 않을까 성찰하는 과정에서 기획됐다”고 소개했다. 김 관장은 “바다에 대한 관심과 함께 ‘해양미술’을 정의하고, 해양생태계 보존과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 달 19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