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술단체·시민 등 모두의 공간
- 예술인 인큐베이터 역할도 해야
- 연극제도 부산의 봄 대표 축제로
- 실험적 야외공연 늘려 준비할 것

지난 4월 열린 올해 부산연극제 공연 장면(왼쪽)과 이정남 회장 등이 지난 7월 참관한 2023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 부산연극협회 제공

“연극전용극장은 단순히 공간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예술단체·생활예술인·시민·아마추어가 모두 이용할 수 있고, 예술인 인큐베이팅, 공연 아카데미 등을 수행하며, 궁극적으로 사람을 키우는 복합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지난 22일 부산예술회관에서 만난 부산연극협회 이정남(사진) 회장은 지역 공연예술계 활성화를 위해 연극전용극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향유와 진흥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연극협회는 올해 부산연극제(4월)를 대한민국 연극제와 분리·개최해 시민과 함께하는 축제 기능을 강화했다. 지역 공연예술계 역시 연극전용극장 설립 추진과 제1회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BPAM·비팜, 10월) 개최 등으로 변화가 일었다. 부산연극제는 객석 점유율을 80% 달성했다. 일부 공연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이 회장은 “소극장이 객석 수 자체가 많지 않지만, 반응이 좋았다”며 “한국연극협회 본부도 이런 (분리) 시스템을 참고해 관련 TF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내년 부산연극제도 올해와 같은 방식으로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그간 부산연극제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작품이 ‘본선’ 격인 대한민국 연극제에 나갈 수 있었고, 이에 따라 부산연극제의 시민 축제 성격은 약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시민과 함께하는 축제로 만들지 대안은 뚜렷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내년 부산연극제는 야외공연과 시범 공연을 늘려 시민과 더 가까이서 호흡하는 생활 속 축제로 준비할 예정이다. 장소가 다양해지면 내용도 다양해진다. 소극장·중극장에서 보여줄 수 없던 작품 또는 야외와 어울리는 큰 규모 융합 공연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이 회장은 “통상 4월에 연극제가 열리는 만큼 부산의 대표적 봄 축제로 부산연극제가 자리 잡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 연극계 숙원사업인 ‘연극전용극장’ 설립 추진도 올해 첫발을 뗐다. 부산연극협회는 부산시에 부산공연예술지원센터(가칭) 역할을 할 수 있는 거점 공간으로서 연극전용극장 설립을 제안했다. 단순한 ‘공간’ 개념이 아니다. 예술인과 시민 모두 쓸 수 있고 예술인 인큐베이팅, 공연 아카데미 등을 품는 복합적 공간 성격이다. 이 회장은 연극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공연예술을 아우르는 그림을 그릴 필요성을 제안했다.

2021년 12월 취임해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돈 이 회장은 지역 공연예술계의 기획·홍보 기능이 약한 점도 해결 과제로 꼽았다. 이 회장은 “각종 지원사업으로 작품을 만드는 데 그치면 한계가 있다. 예술가들이 꾸준히 활동하며 성장할 수 있어야 하고 그에 따라 예술시장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며 전용극장 추진 배경에 다목적 포석이 있음을 강조했다.

부산시가 올해 첫선을 보인 공연 유통 플랫폼 BPAM에 대한 기대도 내비쳤다. BPAM은 지역 예술단체의 작품 홍보와 국내외 네트워킹 지원 등을 통해 ‘유통’ 영역을 개척한다는 목적이 있다. 예술인은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관객은 다양한 공연을 향유하게 하자는 취지다. 최근 BPAM을 통해 BWC댄스컴퍼니의 인도네시아 진출이 성사되는 등 성과도 있다. 이 회장은 ”향유와 진흥의 동시 모색이 중요하다. 좋은 작품을 사 오면서 부산 예술단체를 해외에 내보내는 흐름이 필요하다”며 BPAM의 역할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