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부산 부산진구 전포동의 자그만 뮤직바 ‘유기체’에 공연을 보러 갔다. 실력 있는 뮤지션들을 잔뜩 발견할 수 있는 ‘자유무대’를 비롯해 멋진 라이브 공연이 매주 펼쳐지는 곳이라 자주는 못가도 오래 가게 될 것 같은 공간이다.
주말 인파로 가득한 서면으로 향하는 길이 내성적인 나로서는 용기가 필요했지만, 동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대중음악계의 강력한 두 천재, 김일두와 원호가 각자 이름을 한 자씩 따서 ‘호두 LIVE’라는 타이틀로 같은 무대에 오른다니 놓칠 수 없는 은혜로운 자리다. 특히 올해 3월 발표된 원호의 첫 정규앨범 ‘The Flower Time Machine’은 뉴진스, 미역수염과 함께 최근 가장 많이 듣는 노래들이라 언젠가 라이브 무대를 두 눈으로 반드시 확인하리라 벼르던 터였다.
과연 이런 노래를 만들고 부른 이는 어떤 사람일까? 어떤 유년기를 거치고 어떤 세상을 살아왔을지 모처럼 궁금해지는 음악이었다. 리허설 전 잠깐 대화할 기회가 생겼다. 1996년생 신원호. 만 27세 뮤지션이지만 산울림, 신중현부터 도어즈, 아이언 버터플라이 등등 동서양을 넘나드는 60, 70년대 사이키델릭 대가들의 음악을 그저 스타일뿐만 아니라 짙은 감성까지 고스란히 재현하고 재해석해내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인가?
신원호는 초등 5학년 때부터 기타를 잡았고 비틀즈 해바라기 노고지리 조동진의 음악을 즐겨 듣는 어린이였단다. 통기타와 고경임이 연주하는 멜로디언, 소박한 구성으로 무려 12분 넘는 대곡 ‘봄비’를 연주하는 동안 만약 핑크플로이드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이런 음악을 구사하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했다. 압도적인 무대효과로 유명한 핑크플로이드를 연상시키는 무대를 통기타와 멜로디언으로 구사하다니, 심지어 멜로디언은 초등학교 때 문방구에서 구입한 빈티지 악기였다. 가성비로 따져도 기적 같은 무대였다.
‘원호와 타임머신’의 밴드 연주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데, 다음 달 10일 저녁 7시 경대(경성대) 앞 라이브클럽 오방가르드에서 밴드 ‘양반들’과 ‘원호와 타임머신’이 공연한다. 예매는 시작됐다. 조상의 은공이 쌓여야 볼 수 있는 무대다. 한 치의 과장이나 호들갑이 있는지는 진짜 직접 가서 확인하시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