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 지난달 30일 부산 중구 대청동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에서 국제신문, 부산문화재단 공동 주최로 열린 ‘부산문화예술 아카이빙과 2차 콘텐츠화’ 세미나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순욱 부산대 교수, 오광수 국제신문 편집국 부국장, 김원명 경성대 교수, 김두진 부산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 하순봉 작곡가, 남영희 부산대 강사, 황선열 문학평론가, 임언미 대구시 문화예술기록팀장, 하은지 부산근대역사관 별관 기획 담당. 이원준 기자)
예술가들이 생산한 예술작품뿐만 아니라 예술가의 사적 기록물까지 포함하는 모든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분류 평가 보존 제공하는 아카이빙의 중요성이 날로 더해진다. 지역 예술가들의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2차 콘텐츠를 생산하는 작업도 활기를 띤다. 부산 문화예술사의 가치를 확산하고 효율적인 아카이빙을 위한 과제를 모색하고자 부산문화재단과 국제신문이 공동기획하고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 주관으로 지난달 30일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에서 열린 ‘2023년 부산문화예술 아카이빙 사업 세미나-부산문화예술 아카이빙과 2차 콘텐츠화’를 두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부산문화예술 아카이빙의 과제와 전망’-김두진 부산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
- 민간 자료구축 영세화로 法 제정
- 국가·지자체 차원 제도구축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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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두진 부산문화재단 예술진흥본부장 |
박정(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3월 대표발의한 ‘문화예술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예술가들의 활동 과정에서 생산된 문화예술자료를 보관·보존할 법률적 근거를 마련했다. 해당 법률안의 제안 이유를 보면 최근 기록과 아카이브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그 활용에 대한 관심이 증대된다며 그럼에도 주로 민간 영역에서 생산되는 문화예술자료의 상당 부분이 단체의 영세성과 전문인력의 부재로 안정적인 수집과 보존이 어려운 상황이고 특히 원로 예술가들이 작고하면서 소장자료를 기증할 곳이 없어 근현대 주요 예술자료의 망실이 우려된다는 문제 제기가 있다고 지적한다.
개정안은 산재한 문화예술자료의 망실을 막고 체계적 수집·보존·활용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노력 의무를 명시해 기록문화의 전통을 되살리고 문화예술자료를 후대에 남겨 지속적인 문화예술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해당 법률안에 신설한 제4조의3(문화예술기록의 보존과 활용)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예술기록물의 체계적인 수집·보존·관리 및 활용에 필요한 시책을 수립·추진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제18조(문화예술기금의 용도)에는 ‘문화예술기록물의 수집·보존·활용’을 신설했다.
문화예술진흥법의 조항과는 별개로 부산문화재단은 지역 예술의 분야별 아카이브 구축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재단은 2009년 부산문화예술 전자 아카이브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사이트 구축과 자문위원회 구성을 마쳤다. 이후 자료 수집과 데이터베이스(DB) 구축에 들어가 2011년 무용 분야에서 무용 예술인 94명, 무용 이론과 연출 대본 5명, 무용 행사 9개, 무용 작품 10개, 무용 교육시설 2개를 수록했다.
이를 시작으로 2013년 연극, 2014년 음악, 2015년 전통예술, 2016~2017년 미술, 2018년 문학 분야의 DB 구축 과제 용역을 수행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자료 수집과 DB 등록 작업을 진행한 결과 총 3만1561건의 자료를 DB에 등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과정에서 2012년과 2013년에는 매달 인물 스페셜을 운영해 문학 분야의 김규태 조갑상, 미술 분야의 김종식 양달석 등 모두 18명 예술가의 작품과 생애에 관해 집중 조명했다. 또 2020년에는 두 차례에 걸쳐 예술인 선정위원회를 개최해 부산의 정체성과 부산예술만이 지닌 특성을 잘 드러내는 작고·원로 예술인 26명을 추천하고 그 해 윤정규(문학), 허영길(연극), 제갈삼(음악)을 시작으로 2024년까지 아카이빙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부산문화재단은 부산 원로 예술인의 업적을 기리고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 의욕을 높이고자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님의 예술혼, 상생으로 통하다!’ 사업을 수행했다. 지역예술단체인 부산예총·부산민예총과 함께 공연예술, 시각예술, 문학 분야에서 3년간 진행했다. 또 2020년에는 ‘먼구름 한형석 탄생 110주년 기념사업’으로 세미나와 전시, 평전 발간, 창작 오페라 공연, 문화축전 등을 마련했다.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부산문화예술 아카이빙 사업은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온오프라인 플랫폼 조성과 운영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온라인 아카이브는 기존 부산문화재단 전자 아카이브를 확대·개편하고 오프라인에서는 중구 동광동 한성1918의 용도를 바꿔 부산문화예술기록관을 조성해 자료 수집과 관련 프로그램 운영 역할을 수행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이와 함께 ▷지역 원로 예술인 선양 사업 ▷문화예술기록관리위원회와 전담팀 운영 ▷조례 개편 등 아카이빙 관련 제도 구축도 우선 추진해야 할 과제다.
◆‘문화예술인 아카이브 사례 연구-허만하 아카이빙 사업을 중심으로’-황선열 문학평론가·전 부산작가회의 회장
- 부산작가회의 허만하 공동 연구
- 기록물 작업 공동연구가 효율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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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선열 문학평론가·전 부산작가회의 회장 |
부산작가회의는 2020년과 2021년 부산문화재단이 추진한 ‘부산의 삶, 예술로 기억하다’ 사업의 하나로 문화예술계의 작고 예술가와 현직 예술가의 아카이빙 사업에 공모했다. 이 가운데 2021년에 부산작가회의 사무국은 허만하 시인과 오랫동안 동인 활동을 한 세드나와 공동으로 허만하 시인의 자료를 수집하는 제안서를 제출해 공모에 선정됐다. 세드나는 부산 출신 허만하 김형술 조말선 김언 김참 유지소 정익진 등 시인 7명이 만든 모임이다. 사업을 위해 허만하 시인의 시 세계를 잘 아는 세드나 동인 정익진 시인이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하고 황선열 부산작가회의 회장이 전체 사업을 총괄했다. 또 김요아킴 이은주 김미령 손화영 강혜성 시인, 양순주 평론가가 참여했다.
사업은 2021년 5~7월에 걸친 자료 수집으로 시작했다. 허만하 시인의 연구 자료가 방대한 만큼 시인의 개인사적 면보다 현재라는 시점에서 허만하 시인이 문학잡지를 비롯해 모든 매체에 발표했던 시작품과 산문을 중심으로 자료 수집 범위를 설정했다.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회의를 거쳐 자료집의 목차를 정하고 참여 연구원별 역할을 분담했다. 목차는 크게 총론에 이어 허만하 시인이 걸어온 길, 허만하 시인의 작품 활동, 허만하 시인의 시세계로 구분했다.
이어 8월에는 자료 검토, 9월 자료 편집과 검토, 10~11월 총괄편집, 12월 최종 편집을 거쳐 자료집 발간의 과정을 밟았다. 온라인 공간을 통해 발굴한 자료의 내용과 분류, 수집 방법 등을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 비대면 회의를 포함해 7차에 걸쳐 전체회의를 열어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수집한 전체 자료 가운데 수록할 자료를 선택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아카이빙 연구는 창작 작품에 대한 정보다. 작품과 시인 연보를 기록으로 남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허만하 아카이빙 연구팀은 지금까지 발굴한 다양한 자료를 통해 작가와 작품의 연보를 정리하는 데 주력했다. 수집한 자료는 ▷등단작 및 초기 시, 첫 시집 관련 ▷신문자료 및 문학잡지 관련 ▷동인지 관련 ▷학술지 논문 관련 ▷시집과 산문집 관련 ▷연보 관련 등 6가지로 분류해 활용했다.
자료집을 내면서 아카이빙 작업 중에서 사실의 기록을 중심으로 역사주의 관점에서 허만하의 기록물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해서 허만하의 작가·작품 연보에 대한 평가를 실었다. 아카이빙은 사실의 기록이지만 그 기록만으로 놓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서 기록에 대한 평가를 살펴본 것이 허만하 아카이빙의 독특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허만하 시인 아카이빙 작업을 하면서 기록물을 정리하는 방법 몇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아카이빙은 기록물을 정리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기록물을 어떻게 수집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다. 두 번째로 작가의 삶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므로 그와 관련한 여러 가지 삶의 기록을 살피는 작업도 중요하다. 세 번째로 그 기록 중에 무엇을 남길지를 판단해야 한다. 아카이빙 작업은 혼자 하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연구원이 함께 팀을 이뤄 연구하면 그 성과가 빨리 나타날 수 있다. 개인적 경험이지만 독립군시가 자료 아카이빙 작업을 하는 데만 20년이 훌쩍 지나가고 있기도 하다. 지역 예술가가 남긴 작품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은 부산문화재단이나 다른 공공기관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앞으로 재정 여건이 된다면 이런 아카이빙 사업을 꾸준하게 추진해서 지역문화의 보고가 되도록 했으면 한다.
※공동기획 : 부산문화재단·국제신문
※주관 : (사)부산스토리텔링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