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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3일의 휴가’ 김해숙과 신민아

저승과 이승 사람으로 만난 모녀의 화해…“지금 사랑하세요, 때 놓치면 후회뿐이죠”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3-12-05 19:00:19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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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숙

- “교감할 수 없는 영혼을 연기 고충
- 모든 엄마 대표한단 맘으로 최선
- 메마른 세상에 따뜻함 전해지길”

# 신민아

- 美교수님이었다가 백반집 연 딸
- “모녀관계 애증 표현하고 싶었죠
- 김해숙 선생님 눈만 봐도 슬퍼져”

엄마와 딸의 관계는 참 묘하다. 엄마에게 딸은 자신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소중한 존재고, 딸에게 엄마는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당연하다고 느낀다. 그래서 딸은 엄마에게 투정도 부리고 하소연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원망도 한다.

나이가 들면 딸은 엄마를 이해하게 되고,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를 그리워하고 미안해한다. 그리고 모든 엄마와 딸에게는 자신들만의 특별한 사연이 하나씩 있기 마련이다. ‘국민엄마’ 김해숙과 ‘로코퀸’ 신민아가 출연하는 ‘3일의 휴가’(개봉 6일)는 그런 평범한 듯하지만 풀지 못한 상처를 지닌 특별한 엄마와 딸의 이야기를 그린다.

제목부터 애틋한 마음을 갖게 하는 힐링 판타지 영화 ‘3일의 휴가’는 죽은 지 3년 만에 저승에서 3일 휴가를 얻어 딸을 찾아온 엄마 이야기를 그린다. 하늘에서 딸의 안부가 너무 궁금한 엄마 복자 역을 김해숙이, 미국 명문대 교수에서 엄마의 레시피로 시골집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 역을 신민아가 맡았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해숙과 신민아는 각각 “영화를 보는 내내 울컥하는 장면이 많았다”, “영화 초반부터 울었다”고 시사회에서 ‘3일의 휴가’를 본 소감을 전했다. 자신들이 촬영했고, 어떤 내용인지 알면서도 출연 배우가 아닌 순수한 관객으로서 복자와 진주에게 감정이입이 된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엄마와 딸은 물론, 그리고 가장 가까우면서도 어떤 때는 멀기도 한 우리네 가족들이 함께 보길 바란다”는 두 배우와 이야기를 나눴다.
영화 ‘3일의 휴가’에서 죽은 지 3년째 되는 날, 하늘에서 3일간의 휴가를 받아 하나뿐인 딸 진주를 만나러 내려온 엄마 복자 역을 맡은 김해숙. 오른쪽 사진은 같은 영화에서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미국에서 시골집으로 돌아와 엄마가 하던 낡은 백반집을 운영하는 딸 진주 역을 맡은 신민아. 쇼박스·에이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엄마와 딸로 만나다

“영화를 보고 정말 친엄마와 딸이 느끼는 것 같은 얼굴과 눈빛 보이더라. 그래서 정말 호흡이 좋았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신민아와 엄마와 딸로 촬영에 임한 김해숙의 말이다. 그리고 “민아는 말수가 별로 없어서 다가가기 힘든 편이긴 한데, 연기에 대한 열정이 크다”며 “조용한 아이의 속은 용광로가 끓고 있다. 저도 비슷한 면도 많고 생각도 많이 닮아있다. 의외로 재미있고 털털하며, 따뜻하고 속이 깊은 아이다”며 신민아에 매력을 끊임없이 나열했다.

신민아 또한 김해숙에 대해 “선생님은 제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친근하게 다가와 주셨다. 따뜻하고 순수하고 솔직하셔서 제가 힘을 많이 얻었다”며 “눈만 봐도 눈물이 날 것 같더라. 뭔가 선생님의 얼굴, 웃음, 자주색 옷만 봐도 슬펐다. 선생님의 굉장한 장점이자 아우라인 것 같다”고 존경의 마음을 전했다.

모녀를 연기한 두 배우는 하늘에서 내려온 복자가 대화할 수도, 접촉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색다른 연기 경험을 했다.

김해숙은 혼자 떠드는 연기를 했고, 신민아는 상대 배우가 보이고 대사가 들리는데도 아무도 없는 것처럼 연기해야 했다. 김해숙은 “보통 서로 호흡도 하고 만지기도 하며 감정 교류가 생기는데, 복자는 영혼이어서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각자 연기를 해야 했다. 연기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얼굴이 코밑까지 가게 되고, 귀에다가 막 소리 지르게 되더라. 상대가 저를 못 듣고 못 보니 너무 답답하더라. 색다른 경험이었다”며 처음 해본 영혼 연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신민아는 김해숙과 달리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연기를 해야 했다. 그녀는 “선생님은 계속 저를 보고 이야기하시는데 저는 끝까지 선생님과 눈을 보고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본능적으로 상대 배우의 대사를 듣고 리액션을 하는 것이 훈련돼 있어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복자와 진주는 후반부에 대화를 나누며 애틋한 모녀의 정을 나누게 되는데, 눈물을 삼키며 봐야 하는 이 대목은 두 배우가 모두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손꼽은 만큼 극장에서 확인하면 좋겠다.

서로 대화할 수 없는 두 사람이지만 진주가 백반집에서 내놓는 음식은 모녀를 연결해 주는 고리 역할을 한다. 진주는 백반집에서 엄마가 해준 집밥을 떠올리며 김치찌개 잔치국수 등을 내놓는데, 특히 엄마가 진주를 위해 개발한 무만두는 군침을 돌게 한다. 김해숙은 “보통 먹는 장면을 촬영할 때 소품으로 나오는 음식을, NG가 나면 먹다가 뱉기도 한다. 배부르면 안 되니까. 그런데 무만두는 준비되는 대로 정말 맛있게 다 먹었다”며 웃었다.

“실제로는 평소 음식을 잘하지 않는다”는 신민아는 음식 재료 손질을 위한 칼질 등을 미리 연습해야 했다. 그녀는 “단단한 무를 자르는 것이 힘들더라”며 김해숙과 마찬가지로 무만두가 참 맛있었다고 입맛을 다셨다.

■엄마의 마음 딸의 마음

영화 ‘3일의 휴가’ 한 장면. 쇼박스 제공
“엄마, 진주가 딱 나네.” 김해숙의 딸이 ‘3일의 휴가’를 보고 한 말이라고 한다. 맨날 바빠서 자신의 영화를 잘 보지 않던 딸이 오랜만에 시사회에서 ‘3일의 휴가’를 봤다는 김해숙은 “이번에는 왠지 꼭 좀 봐줬으면 했다. 다행히 왔더라. 영화를 보고는 ‘진주가 엄청 부럽다’면서 ‘진주가 나 같아. 나도 그랬어’라고 하더라. 아마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자식들이 많이 공감하고, 마음이 슬프다기보다 아팠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엄마 역을 해온 김해숙이지만 ‘3일의 휴가’의 복자를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 “3일간 휴가를 받고 하늘에서 내려온 엄마라는 소재만으로도 관객이 엄청 슬퍼할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캐릭터를 잡기가 더 어려웠다”는 그녀는 “부모자식 간에도 서운했던 것을 바로 풀지 않고 말을 안 하다 보면 상처로 남는다. 우리 영화에는 그런 부분이 있고,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나오기 때문에 감정에 따라 연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복자 연기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에서 교수를 하고 있을 줄 알았던 딸이 자신이 하던 시골 백반집을 운영하는 것을 보고 복통이 터지고, 그 이유가 자신과 딸의 과거 사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느끼는 엄마로서 미안함과 사랑이 김해숙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이다. 촬영하면서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자주 떠올랐다.

그런 마음을 온전히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김해숙은 더 진심으로 연기했다. 그녀는 “이 역할을 받았을 때 이 세상 모든 엄마를 제가 대표한다는 느낌으로 정말 열심히 했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요즘 사회가 점점 메말라가는데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법을 이 영화를 통해서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너무 때늦게 후회하거나 가슴 아파하지 말고 쉽게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면서 우리들의 관계를 따뜻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 영화를 통해 그게 전달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담담한 목소리에 실어 전했다.

한편 신민아의 엄마가 ‘3일의 휴가’를 본 반응은 어땠을까? “너무 재밌다. 네가 예쁘게 나오네.” 영화 속 모녀와는 달리 실제 엄마와는 친구처럼 지낸다는 신민아는 “엄마보다 제가 더 엄마에게 잔소리를 하는 스타일인 것 같다”며 웃었다.

신민아는 “극 중에 진주가 엄마에게 짜증 내는 것처럼 대할 때 뭉클함이 있었다. 너무 편해서 혹은 그런 잔소리가 귀찮아 울기도 하지만 언제나 엄마가 옆에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바탕이 되기 때문에 더 슬펐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신민아에게 미국에 있다가 엄마의 비보를 듣게 되는 진주, 그리고 엄마와 화해하기 위해 운영하던 시골 백반집에 눌러앉는 진주의 마음은 더 크게 자리 잡았다.

신민아는 “‘3일의 휴가’ 시나리오는 너무 가깝고 소중해 놓치고 있던 감정을 담고 있다. 엄마와 딸의 애증 관계를 표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가족 간에 저마다 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관객이 영화를 보고 자신들의 모습을 반추하고, 마지막에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으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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