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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내보다 더 찐한 땀내…해양인 25명 삶의 열전

나는 바다로 출근한다 - 김정하 지음/산지니/1만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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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여 년 해양문화 연구한 저자
- 국제신문 연재물 책으로 펴내
- 어로장·경매사 등 다양한 직업군
- 그들 향한 편견·오해 바로잡아

위성사진으로 지구를 보아도 그렇지만, 먼바다를 항해하면 이런 의문이 든다고 한다. ‘여기는 지구(地球)인가, 수구(水球)인가’.
‘적조 연구 과학자 김학균’ 편에 실린, 적조 퇴치를 위한 황토 살포 모습.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지만, 우리는 바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바다는 미지의 공간이고, 무궁한 가능성의 공간이다. 바다를 잘 모르니,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관해서도 잘 모른다. 단단한 땅을 딛고 일하면서 살아가는 사람 처지에서는 파도치는 바다 위에서 하는 일이 위험해 보이고, 어떤 경우에는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뱃놈’이라고 부르며 천시할 때도 있다.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교수로 30여 년간 해양문화를 연구해 온 김정하 교수는 그러한 편견에 부당함과 의문을 느끼고 해양인에 관한 세간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바다로 향했다. ‘나는 바다로 출근한다’는 저자가 1년간 부산을 중심으로 전국 각종 해양수산 관련 현장 실무자, 전문가, 애호가를 만나 인터뷰하고 해양인의 일과 삶을 정리한 책이다.

그들의 내력을 ‘소평전’ 형식에 담아 국제신문에 ‘뉴프런티어 해양인 열전’으로 연재했던 글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신문에서 한 사람씩 만날 때 묵직한 감동을 받았는데, 책으로 묶어놓고 보니 책장마다 깊고 푸른 바다가 출렁인다.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으며 다양한 해양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 25인의 삶이다.

‘물빛만 보고 숭어 떼의 움직임을 읽다-숭어들이 어로장 김관일’, ‘물질 50년, 바다밭 황폐화에 맞서온 억척의 삶-영도 해녀 이정옥’, ‘깡깡이질 40년, 조선 강국 태동의 역사-깡깡이아지매 강애순’…. 책 1부 ‘바다에서 일하다’의 소제목에서 이들이 일하는 현장은 물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서문에 이런 대목이 있다. “살아가는 데 자신이 없어서 죽고 싶다던 사람도 여기 와가(와서) 새벽 어시장을 보면 생각이 바낀다 카더라(바뀐다 하더라),” 저자는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귓결에 이 말을 들었고, 땀 냄새와 생선 비린내가 뒤엉킨 그곳에서 다른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삶의 찬가’를 들었다.

그 말에 끌려 ‘공동어시장 새벽 깨우는 경매 지휘관-수산물 경매사 김대회’편을 펼쳤다. “김대회 부산공동어시장 경매실장이 3시 30분 자택에서 출발해 어시장에 도착하면 정각 5시, 그때부터 38년을 되풀이한 그의 하루가 시작된다. (중략) 판매사가 상자를 두드려 보이면 경매사가 수지 표시에 ‘흐어~ 허어이’ 추임새를 곁들여 원산지와 품목, 가격을 읊는다. 그 소리에 중도매인이 날렵하게 손가락을 펴 보이고 팔을 움직여 응찰가를 제시하면 속기사는 재빨리 그들의 고유번호와 낙찰가를 기록한다.” 경매가 한창인 공동어시장의 팽팽한 긴장이 느껴진다. 이렇게 1부는 묵묵히 일해온 바다 사람의 삶을 들여다본다.

2부 ‘바다를 배우다’는 해양사학자, 적조 연구 과학자, 신공법 방파제 개발자 등, 3부 ‘바다와 놀다’는 수중사진가, 국내 유일 범선 선장, 해양가요 연구자, 남해안 별신굿 예능 보유자 등을 담았다. 4부 ‘바다를 꿈꾸다’는 어촌 전문가, 해양건축사, 해저로봇 개발자, 크루즈 연구자, 극지연구 과학자 등 바다의 미래를 도모하는 해양인이 등장한다.

바다는 꿈이 펼쳐진 무대이자 삶터이다. 해양인들은 때로 사회적 편견과 오해로 일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했지만, 묵묵히 걸어 끝내 한 편의 역전 드라마를 썼다. 25인 해양인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가늠할 수 없는 바다가 밀려오는 것 같았다. 얼마나 넓은가, 얼마나 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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