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고등부 대상] 뿌리깊은 나무

전남과학고 1학년 이윤서

  • 이윤서 전남과학고 1학년
  •  |   입력 : 2023-12-11 19:05:07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파이팅! 힘내세요!

어색한 한국말이지만 또렷이 들렸다. 자전거를 타고 우리 앞을 지나가던 하버드 대학생이 건넨 인사말이었다. 얼마 전 미국 동부에 위치한 유서 깊은 명문대 몇 곳을 견학했다. 하버드 대학캠퍼스에서 그것도 외국인의 입에서 나온 우리말이 사뭇 반가웠다. 언어는 인류가 만들어낸 최고의 작품이다. 나라와 민족마다 서로 다르기에 몇 개의 대표 공용어가 존재한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사용한다는 영어권의 나라에서 들린 우리말 한마디는 반가움을 넘어 묘한 자긍심마저 생겼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하버드생들이 서로 사진을 찍자며 스마트폰을 들어 올리는 희한한 풍경은 덤이었다.

다음 행선지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올라탔다. 하루 종일 우리를 위해 운전 해주시는 버스 기사분이 나를 보며 -“You look like Ros? from BLACKPINK!”- 블랙핑크의 로제를 닮았다고 했다. 순간 당황한 친구들은 나를 향해 빨리 마스크를 벗으라고 재촉했으나 단호하지만 인정 많은 목소리로 말했다. -You‘re good at reading people.-(사람 보는 눈이 정확하시네요~!) 문화의 힘을 경험했다. 그 힘은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사람들을 모으는 능력이 있었다. 한류라는 Made in Korea는 불과 몇십 년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에서 공식적인 선진국까지 수직 상승한 대한민국의 결과물이다.

사실 난 문화에 관심 없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라는 명제에도 별 감흥이 없었다. 그저 민족적 감성에 호소하는 구호로만 느껴졌다. BTS나 블랙핑크도 문화의 한 부분인데 말이다. 우연히 읽었던 책 한 권이 그런 나의 선입견과 편견을 깨트려주었다. 김구 선생님의 <백범일지> 덕분이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나의 소원은 우리나라의 자주독립이다. 라고 외치시며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셨던 ‘백범 김구’께서 그토록 원하시는 또 하나의 간절함이 바로 ‘문화’였다.

‘경제력과 국방력이 약한 나라가 문화 수준이 높았던 사례는 역사적으로 찾아볼 수 없다’라는 말씀은 경제력과 국방력이 갖춰지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국력이라고 이해했다. 우리의 문화가 가지는 힘과 가치를 일찍이 알고 계셨다. 그래서일까, 지금의 우리나라는 경제력 세계 10위 국방력 세계 6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다.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그의 식견이 놀라울 따름이다.

문화를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 많이 바뀔 즈음 경험한 해외 체험학습은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실감했다. 물건을 사면서 불편했던 카드체크기는 첨단으로 무장한 한국의 IT 기술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되었고, 터지지 않는 와이파이는 우리의 속을 터지게 했다. 내 입맛에 안 맞는 심하게 짜고 단 음식들은 식욕부진을 불렀고 그 덕에 다이어트가 저절로 됐다. 소리부터 맛있는 보글거리는 김치찌개가 그리웠고 엄마가 끓여주는 호박과 두부 잔뜩 들어간 된장국이 먹고 싶었다. 상추에 삼겹살 한 점 올려 쌈장과 함께 우걱우걱 씹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음식도 문화였다.

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언어와 문화는 사람들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촉매 역할을 한다. 그동안 보이지 않던 우리 문화에 자부심이 생겼다. 제비 다리를 고쳐주고 부자가 된 흥부를 샘낸 놀부처럼, 유튜브나 SNS에 자본주의의 꼭두각시가 되어 우리 문화를 잘못 표기한 사람에게 오지랖의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문화가 소중하고 중요한 만큼 다른 나라의 문화를 침해하는 것은 범죄나 마찬가지다. 더불어 개인이나 단체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 국적을 포기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떡’이 해외로 가면 ‘rice cake’이 된다거나 ‘막걸리’가 ‘rice wine’이 되는 경우다. 기업의 이윤과 현지인을 위한 배려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한국의 전통을 다른 언어로 표기하는 일은 삼갔으면 좋겠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3. 3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4. 4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5. 5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6. 6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7. 7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8. 8“끝내 알 수 없었던 어머니 마음…그 알 수 없음이 인간이죠”
  9. 9경남도,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공모에 산청군만 추천
  10. 10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1. 1김민석 “신천지 與 입당 증거 없다” 사과(종합)
  2. 2국회의원 112명 서명…원내 주요 5개 정당 동참
  3. 31호기 명단 유출 파일 'MOFA(외교부) 형식, 유출 경위 파악에 주력
  4. 4李 “집값 놀라울 정도로 하락…통계 제대로 알려야”
  5. 5정계 “지역언론 독립·공공성 훼손없게 계속 관심을”
  6. 6[속보]李대통령, 사랑제일교회 향해 “버티면 된다는 건 세상에 없어”
  7. 7친청 “공개사과하라”·김 “자정 노력”…민주 신천지 수습 난항
  8. 8국회의원 치적 ‘또’ 홍보한 김형찬 전 강서구청장 기소
  9. 9국힘 신임 부산행복연구원장에 오경은 전 구의원
  10. 10美 중간선거 시작, 우주서도 투표는 계속된다
  1. 146년 감속기 외길…ICT 입힌 액추에이터 개발 성공
  2. 2부산 매출액 돛 달아준 ‘해운 빅3’…6년 만에 전국 기준 100대 기업도(종합)
  3. 3"가덕도신공항 올해 예산집행률 고작 0.03%…정상화 시급"
  4. 4“부산 해양수도·북극항로 육성, 선원 역할 중요”
  5. 5한진칼 주식 더 사는 조원태…호반과 지분경쟁 2R
  6. 6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김장재료 공급 차질 없도록 할 터”
  7. 72050년 중간저장시설·2060년 영구시설…정부, 방폐물 관리 3차 계획안 여론 수렴
  8. 8[증시와이드] 불확실성 커진 증시…우량주 중심 냉정한 대응을
  9. 9‘반도체 소부장’ 원익 공채에 1만2000명 몰려
  10. 10석유류·공업제품값 ‘고공 행진’ 지속…부산 10월 물가상승 4개월만에 최고(종합)
  1. 1축제 때도 도개 못 한 영도대교…한 달째 원인불명
  2. 2전재수 부산시장 “목숨 걸고 북항 돔구장 공모 준비”
  3. 3청년도 “국제신문 지키자”…대학가로 지지 확산
  4. 4반려견 비비탄 학대 20대들 징역 8개월(종합)
  5. 5경남도, 2027년 농어촌 기본소득 공모에 산청군만 추천
  6. 6“북항개발 市-BPA 방향 같아…돔 아레나 규모 등 협의할 것”
  7. 7에코델타에 유치원·초·고교 추가 신설
  8. 8부산 양정동 한 대학 창고서 불…인명피해 없어
  9. 9수백 개 대포통장으로 2700억 원대 불법자금 세탁 일당 무더기 검거
  10. 10수능 ‘AI 안경 커닝’ 막는다지만…전문 탐지기 없어 실효성 의문(종합)
  1. 1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2. 2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3. 3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4. 4MLB 애틀랜타 김하성, 퀄리파잉 오퍼 못 받아
  5. 5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6. 6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7. 7[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8. 8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9. 9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10. 10동의과학대학교,‘제1회 부산지역 전문대학 유학생 축구대회’ 준우승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극락암 벚나무 /홍종원
곰 두 마리 /황인숙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5일 (음 9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4일 (음 9월 2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