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은 얇게 펴서

잎사귀에 담아두고



새순들 누가 컸나

키 재기 하는 사이



요정이 다녀갔을까

주렁주렁 홍보석

설상수 시인은 평생 스승의 길을 걸어온 ‘영원한 교장 선생님’이다. 그의 가슴속엔 제자들의 청순한 모습이 언제나 푸른 새순으로 보인다. 스승은 제자들에게 등나무 같은 존재다. 푸른 잎마다 햇살 기운을 물들이면서, 새순으로 파릇파릇 키워내는 인성의 힘을 담아내고 있다.

‘키 재기 하는 사이’처럼 시인은 제자들의 성숙이란 성장의 과정을 고스란히 빚어낸다. 등나무 쉼터처럼 뒤에서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존재에겐 항상 사람이 몰려든다.

등은 부모의 역할로부터 시작하여, 제자의 앞길을 도와주는 스승의 역할, 친구의 미래를 챙겨주는 친구의 역할, 성공을 위해 아낌없이 조언하는 멘토 역할, 진정한 사랑을 일깨워 주는 인연의 역할 등 다양한 모습으로 구현된다. 등은 누군가를 뒤에서 응원하는 인생의 동반자다. 그뿐인가, 등나무는 여름날 그늘을 만들어, 더위를 식혀준다. 등꽃향이 선연하게 피어올라 잔잔한 바람과 함께 추억을 상징하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결국 시인은 등나무의 열매를 ‘새순의 완결판’을 의미하는 ‘홍보석’으로 귀결시키면서, 아름다운 제자 사랑의 변주곡을 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