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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82> 만덕사지 잡상

고려시대 대사찰 지붕에 올라앉아 있던 기와 장식물

  • 최정혜 복천박물관장
  •  |   입력 : 2023-12-18 18:50:02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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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기와학회에서는 ‘기와, 지붕을 장엄하다’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기와는 목조건물의 지붕에 이어져 눈과 빗물의 누수를 차단하여 목재의 부식을 방지하는 기능도 있지만, 건물의 경관과 장엄을 위해서도 사용된다.
부산 북구 만덕사지에서 출토된 잡상.
기와는 기능과 용도를 포함하여 형태에 따라, 암키와와 수키와 등 기본적인 기와 이외에 다양한 종류의 장식기와로 구분된다.

장식기와는 용도와 설치 위치· 형태에 따라 치미, 치문, 귀면문마루장식기와, 용두형마루장식기와, 용두형 및 조형 잡상, 연목기와와 부연기와, 사래기와, 막새 등이 있다. 이러한 장식 기와로 조성되는 건물은 일반 건축물보다 권위와 위계가 높았음은 분명하다.

우리 부산에도 건물의 권위와 위계를 보여주는 다양한 종류의 장식기와가 출토되는 유적이 있다.

부산광역시 기념물 제3호로 지정되어 보존· 관리되고 있는 고려 시대 절터 만덕사지이다. 만덕사지는 부산박물관에서 3차례에 걸쳐 발굴 조사한 결과, 고려 초기에 건립되어 고려 말이나 조선 초기까지 존속했던 고려 시대 대사찰로 밝혀졌으며, 특히 기비사(祈毗寺) 명문기와가 출토됨으로써 사찰명이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기록된 만덕사가 아니라 기비사임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만덕사지에서는 용마루에 장식되는 치미, 내림마루에 사용되는 귀면문과 용두형장식기와, 추녀마루에 장식되는 조형 또는 용두형잡상, 처마에 사용되는 수막새와 암막새 · 연목기와 등이 출토되었다. 이러한 장식기와가 개경 고려 궁성이나 안성 봉업사지(진전사원), 파주 혜음원지(행궁), 경주 황룡사지 등 고려 왕실과 관련이 있는 사찰과 건조물에서 출토되는 것으로 보아 당시 만덕사지의 위상과 위용을 짐작할 수 있다.

만덕사지 장식기와 가운데 주목이 되는 것은 잡상인데, 고려 궁성 등 다른 유적의 출토품은 새와 용으로 물상의 형태가 뚜렷하고 확연히 구분이 되는데 비해 만덕사지 출토품은 형상의 구별이 어려운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 연구자들 사이에서 잡상의 형태를 판정하는 데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어떤 연구자는 들창코와 크게 벌린 입 그리고 입 아래의 턱수염과 등 뒤의 갈기 등의 특징을 들어 용두형잡상으로, 일부 연구자는 툭 튀어나온 눈과 머리 위 벼슬 등의 형태로 보아 조형잡상 중에서도 봉황으로 추정하여 봉황잡상으로 판단하기도 한다.

용두형잡상이든 봉황잡상이든, 만덕사지 잡상은 사찰의 권위와 위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조형물임은 분명하다. 예부터 용과 봉황은 왕 또는 왕실의 상징이었으며, 용두형 또는 조형(봉황) 잡상이 고려 궁성과 왕실 관련 유적 등지에서 출토되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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