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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깬 선조에 평양백성 분노…日과 내통 첩자도 많아

  • 서부국 서평가·‘고전식탁’ 저자
  •  |   입력 : 2023-12-21 18:33:14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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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말 서애가 지은 징비록은 17세기 들어 일본과 중국으로 넘어가 전근대 동아시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조선 고전이 됐다. 탁월하게 그려진 임진왜란 속 온갖 전화(戰禍)는 탄식과 반성을 자아낸다.
일본 고서적에 실린 선조 피란 행렬 그림. 빗속을 뚫고 평양성으로 가는 중이다
조선 선조는 피란한 평양성에서 최악 상황에 맞닥뜨렸다. 왜군 칼날이 아니었다. 평양 남녀노소가 성을 지킨다는 약속을 깬 조정에 분노한 나머지 시위를 벌였다. 장정들은 어소에 난입할 태세였다. 진정되긴 했으나 국왕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나라를 못 지킨 탓이었다.

통신사였던 김성일은 길 위에서 운명이 바뀌었다. 임란이 발발했으니, 그는 앞서 조정에 올린 전쟁 발생을 알 수 없다는 보고에 책임져야 했다. 급기야 체포돼 압송 중이었는데 하루도 안 돼 면죄받고 길 위에서 경상우도 초유사 직위를 받았다.

1592년 5월 16일 부원수 신각(申恪)은 양주에서 왜병 60여 명을 목 베 물리쳤다. 조선 육군이 거둔 첫 승리. 하지만 도원수 김명원이 자신 휘하 신각이 수성 대장 이양원을 따라 멋대로 양주로 갔다는 보고서를 조정에 올린 후였다. 선전관이 군중에 와 신각을 참수하고 떠난 후 조정에 신각이 첫 승리를 거뒀다는 승전보가 닿았다. 부랴부랴 참수 집행 중지를 명했으나 때가 늦었다. 성곽·병기를 정비해 연안성을 지켰고, 아흔 노모를 둔 신각은 억울하게 죽었다.

반역자가 들끓었다. 서애가 김순량이란 간첩을 잡아낼 정도였다. 그는 강서 군인으로 조선 비밀 공문과 명령서를 왜병에 넘겨주었다가 발각돼 목이 잘려 저자에 내걸렸다. 다른 간첩들이 활동을 중지해 정보 유출이 차단됐고 그 효과는 평양성 2차 공격 성공으로 나타났다. 왜군이 한때 점거했던 한양에서도 부역 조선인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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