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장 뽑혀야 집행위원장 공모
- 완성된 조직으로 혼란 잠재워야
- 정부 예산 축소…타격 불가피
- 내년 30주년 앞 ‘큰 그림’ 필요
2025년이면 30주년을 맞는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올해 새 이사장과 집행위원장 등의 선출을 시작으로 ‘조직 개선’과 ‘중장기 비전 모색’을 해야 하는 기로에 섰다. BIFF가 아시아 영화 생태계 조성에 핵심 역할을 하는 만큼,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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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의전당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들이 영화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국제신문 DB |
■“영화산업 이해도와 활발한 소통”
현재 BIFF는 이사장·집행위원장·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위원장이 모두 공석이다. 지난해 5월 운영위원장 도입과 집행위원장 사퇴로 촉발한 초유의 내분이 남긴 상처다. 올해는 수장 공백을 빨리 메워 완성된 조직으로 혼란을 잠재우고 긴 안목의 비전 마련에 돌입해야 한다. 변화의 첫발로 꼽히는 차기 이사장 선출에 자연스레 관심이 모인다. 차기 이사장은 이번에 한해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을 거쳐 총회에서 선출된다. 집행위원장·마켓위원장·이사·감사는 공모로 뽑는다. 임기는 모두 4년. 최대 1회 연임 기한이 끝나면 그다음 이사장 역시 공모로 선출한다. BIFF 혁신위원회의 추천을 받은 7인의 임추위원은 지난 연말부터 논의를 시작했다.
국제신문은 영화산업 전문가, 영화인, 지역 문화 인사 등에게서 집행부 인선과 BIFF가 나아갈 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예민한 사안이니만큼” 모두 익명을 요청했다. 이들은 차기 이사장 핵심 능력으로 ‘포용력’ ‘활발한 대외 활동’ ‘리더십’을 공통으로 꼽았다. BIFF가 그간 폐쇄적 운영으로 지적받은 만큼, 투명성을 담보한 활발한 소통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30주년을 앞둔 아시아 대표 영화제로서 위상 제고를 위한 활발한 네트워킹 또한 중요한 과제다.
■“눈앞 예산보다 장기적 관점”
‘인물’로 범위를 좁히면 의견은 더 다양하다. ▷영화 산업 이해도 ▷부산과 지역문화에 관한 애정·지식 ▷협찬·사업 유치 능력 우선 등이다. 한때 자천타천 거론된 인물은 대체로 영화와 관련이 없거나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낮아 물음표가 붙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자리 욕심 논란으로 비판도 제기됐다. “모든 조건을 만족할 후보가 드물기에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거기 집중할 사람을 먼저 뽑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공백 최소화에만 매몰돼 섣부른 선출을 바라는 이는 없다. BIFF는 지난해 협찬 감소 등으로 예산이 전년 대비 10% 감소한 상황에서 제28회 행사를 치렀다. 올해도 정부가 ‘국내외영화제육성지원사업’ 예산을 50%가량 삭감하고, 지원 대상도 절반(영화제 40개→20개) 축소해 예산 삭감은 불가피하다.
예산 확보라는 막중한 과제가 주어졌는데 그렇다고 ‘돈’에만 매몰될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차기 이사장은 연임 1회를 포함해 최장 8년간 BIFF와 함께한다. 장기 비전을 사무국과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 당장 예산 메우기에만 매몰되면 조직 개선과 장기 비전 논의는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그렇게 되면 BIFF는 ‘잔잔한 후퇴’를 피할 수 없다.
■“유연한 변화를”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 중인 OTT산업과 이에 따른 상대적인 영화산업 축소만 고려해도, 영화제 관점의 고민거리는 많다. 사무국 역할도 훨씬 중요해진다. 한 영화산업 전문가는 “총관객 수만 따지는 건 이제 의미 없다. BIFF를 찾는 관객 유형 변화나 주요 관객층 재관람 횟수 등을 세밀히 분석하며 진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객에게 외면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사장 권한을 축소하고 명예와 상징성을 강조한 점은 의미 있지만, 이는 인선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 영화인은 “알맞은 후보가 있어도 명예직에 가까운 이사장을 맡으면서 예산과 비전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점이 장벽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추위는 이르면 다음 달 이사장 선출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다. 이사장 후보가 추려져야 집행위원장 공모도 할 수 있어, 빠르면 이달 말 이사장 후보 윤곽이 나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