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편소설 ‘사할린’ 펴낸 소설가
- 치열하게 매진한 창작활동과 삶
- 연보·평론·보도·사진으로 회고
작가 고 이규정(1937~2018) 선생은 문학계에서 기억되어야 할 이름이다. 특히 부산 문단에서 작가로서 이규정이 보여준 귀감은 소중하다. 그런 점에서 이규정 작가 문학과 삶을 오롯하게 담은 연구 보고서가 나온 일은 뜻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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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故) 흰샘 이규정 작가가 생전에 부산 수영구 망미동 자택에서 자신의 신작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국제신문 DB |
부산문화재단이 시행한 ‘2023 부산문화예술 아카이빙 사업 결과보고서’로 ‘성실함으로써 거룩함에 다가선 사람, 이규정의 삶과 문학’이 출간됐다. 비매품 형태의 연구보고서인데 ▷지역문화 관점에서 중요한 인물의 삶과 예술에 관한 방대한 자료를 모아 보고서 형태로 정돈한 점 ▷이 책이 다른 활동과 활용의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책을 펴낸 주체로는 부산시·부산문화재단·부산작가회의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
부산문화재단은 공모를 거쳐 연구팀을 모집했다. 부산작가회의가 여기 응모해 연구팀으로 선정됐다. 문학평론가 전성욱 동아대 교수가 책임연구원을 맡고 조갑상 소설가, 김남영 문학평론가, 문혜정 소설가, 배길남 소설가, 서정아 소설가, 김필남 평론가, 정재운 소설가가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했다. 고인의 문학정신을 이어가는 부산 문단의 ‘후배’ 문학인들이 힘을 합친 점도 특징이다.
533쪽에 이르는 이 보고서는 방대하고 다채롭다. 총론에서 “연구목적은 고 이규정 소설가의 공생애와 관련된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여, 향후 작가 연구를 비롯한 후속 작업을 위한 기초적 토대를 구축하는 데 있다”고 명기했다. 그러면서 “▷상당한 양질의 창작물을 남긴 소설가의 삶 ▷교사와 교수로서 평생의 직업을 삼아 이룩한 교육자의 삶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초대 공동대표와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 민족의길민족광장 공동의장 등으로 활동한 시민운동가의 삶”을 축으로 삼았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살았던 삶도 중요하게 다룬다.
이 책은 작가 이규정의 연보를 새롭게 정리했다. 상훈 목록과 저작물 목록을 명기했고 생애사를 썼다. 이규정 작가를 다룬 언론 보도를 집요하게 찾아내 거의 전부 수록했다. 이와 함께 그를 회고하는 타인들의 목소리도 ‘이규정을 회고하다’에 담았다. 문학 연구인들은 이규정의 문학세계를 정리했고, 고인의 생애를 보여주는 사진도 풍성한 편이다.
작가 이규정은 주위에서 혀를 내두를 만큼 성실한 작가였다. 이 보고서에서 많이 언급되는 작품으로 장편소설 ‘사할린’(원제 ‘먼 땅 가까운 하늘’)과 ‘번개와 천둥’이 있다. 문학 연구인 김옥선이 ‘사할린, 한인 디아스포라의 아카이브와 소설적 진실’을 기고하는 등 이규정 문학을 두루 자세히 살필 수 있는 성과를 책은 담았다. ‘사할린’은 한국 소설계에서 일제강점기에 끌려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사할린 동포를 디아스포라 관점에서 다룬 최초이자 문학성 또한 탁월한 작품으로 꼽힌다.
‘번개와 천둥’은 대암 이태준의 삶과 활동을 담은 중요한 장편소설이다. 대암 이태준은 독립운동가이자 의사였다. 1914년 몽골로 가 병원을 세우고 몽골인을 치료하면서 신의(神醫)로 존경받았다. 이 작품 또한 현지 취재가 중요한 구실을 한다.
치열한 리얼리즘 작가로서 이규정의 면모 못지않게 신라대 국어교육과 제자 등의 회고는 ‘인간 이규정’을 잘 보여준다. 교수이자 학자로서도 그의 깐깐하고 꼿꼿하며 성실한 모습은 여전했는데, 그 속에는 다정하고 꼼꼼한 제자 사랑이 있었다. 그런 모습을 느끼는 것 또한 이 보고서의 재미이기도 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이가 작가 이규정의 성실함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의 꼿꼿함 또한 말한다. ‘성실함으로써 거룩함에 다가선 사람’이란 규정이 그렇게 해서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