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86> 복천동 79호묘 벽석에 새겨진 암각화

농경의 풍요와 생활의 안녕…고대 사람들 소망 새겨진 암각화

  • 강승희 복천박물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4-01-22 19:36:45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현대인은 소망이나 염원을 어떻게 기록할까. 일기장이나 핸드폰 메모장에 쓸 수도 있고, 여러 사람에게 드러내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올릴 수도 있다. 소망·염원을 시각화해 기록하는 것은 그 소망을 이룰 강력한 동기가 된다. 시험을 앞둔 이의 책상 앞에 붙은 ‘나는 할 수 있다!’ 등 글귀가 좋은 예시이다.
복천동 79호 암각화 도면(왼쪽)과 복천동 79호 암각화가 출토된 모습. 부산박물관 제공
이러한 행위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전 세계적으로 보자면 구석기시대부터 인류는 소망이나 염원을 시각화하여 기록했다. 스페인 북부 알타미라 동굴에는 구석기시대 후기에 그려진 동굴벽화가 남아있다. 당시 사람들은 동굴 천장에 매머드·들소·사슴 등을 그려놓고, 완벽한 사냥을 위해 그림을 보며 연습하거나 성공을 기원했다.

한반도에서는 신석기시대부터 소망·염원을 시각화해 기록했다. 친숙한 부산 동삼동 유적 출토 사슴 그림 토기나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가 대표적이다. 반구대 암각화에는 인물상 동물상 도구상 등 다양한 그림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 모습과 신앙을 보여주며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주술적 내용이 많다. 당시 사람들은 암각화를 새기며 사냥 당시를 회상하거나 큰 사냥감을 잡기를 기원하기도 한 것이다.

부산 복천동 고분군에서도 암각화가 확인된다. 삼국시대 고분군에서 암각화 출토 예가 많지 않아 출토됐다는 것 자체가 생경하게 느껴질 수 있다. 복천동 고분군에서 출토된 암각화는 복천동 고분군 79호 석곽묘의 벽석으로, 청동기시대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도 무덤을 만드는 과정에서 자연 암벽의 일부가 채석되어 유입된 것이겠다. 암각화가 새겨진 돌은 직사각형의 각진 형태이며, 그림이 새겨진 면은 비교적 판판한 자연면이다. 그림은 정면 중앙부 왼쪽에 5겹의 나선형 문양이 시계방향으로 표현되었고, 나선문 아래에 넓은 모양의 선이 좌우로 확장돼 있다. 우측 끝부분에는 작은 동심원 문양이 표현돼 있다. 전체적으로 마모가 심해 좌우 그림이 명확히 판독되지 않으며, 제작기법은 쪼기와 일부 긋기를 사용했다. 동심원과 나선문 그림은 태양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생각된다.

상상해 보자면 부산지역에 살던 어느 청동기인이 농경의 풍요와 생활의 안녕을 빌며 태양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담아 여러 개 동그라미를 자연 암벽에 암각화로 아로새겼을 것이다. 그 암각화는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며 당대 사람의 태양을 향한 마음을 대변해 주었겠다. 그렇게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오던 암각화는 복천동 고분군 79호 석곽을 만들 때 채석되어, 무덤 속에서 망자의 안녕을 빌어주게 된 것이다. 그 덕에 오늘날 우리는 동심원과 나선문 등이 새겨진 암각화를 마주할 수 있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올 한해 이루고 싶은 소망은 어떤 것이 있을까. 새롭게 떠오르는 해에 소망을 빌면서, 소망을 이루어나갈 수 있게 마음을 다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작심삼일이라고, 다잡은 마음이 조금은 해이해질 수 있다. 수천 년 전 사람들의 소망을 진중하게 아로새긴 암각화를 보며, 마음을 다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값진 한 해가 되길 바라본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3. 3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4. 4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5. 5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6. 6주진우 "김혜경, 유명 프로골퍼와 황제골프" 민주 "황당무계 소설" (종합)
  7. 7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8. 8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9. 9롯데자이언츠 새 사령탑 ‘NC 우승 감독’ 이동욱…단장에는 이택근 선임
  10. 10‘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1. 1지광, 국감 출석 거부…“해결의지 있다면서 책임 회피”(종합)
  2. 2주진우 "김혜경, 유명 프로골퍼와 황제골프" 민주 "황당무계 소설" (종합)
  3. 3‘YS 영원한 오른팔’ 최형우 전 장관 별세…향년 91세(종합)
  4. 42심 무죄 오세훈, 장동혁·한동훈과 보수 재편 주도권 경쟁(종합)
  5. 5전재수 "지광 스님에게 국제신문 정상화 촉구 서한문 보낼 것"
  6. 6막판까지 조희대·김현지 정국…쇼츠 경쟁 오명도
  7. 7[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다시 하락해 35.3%…민주 36.0%·국힘 42.6%
  8. 8부산시의회 회의일수 연장 추진…김태효 “충분한 심의 시간 필요”
  9. 9이헌승 “국제신문 100억 체불 지광스님 불출석은 어불성설… 동행명령장 발부해야”
  10. 10與, 국감 이후 ‘조작기소 특검법’ 본격화
  1. 15월 3.84대 1 이었는데…부산 청약경쟁률 사상 첫 미달
  2. 2가덕 내달초 착공 여부, 이번주가 최대 분수령
  3. 3부산~후쿠오카·삿포로 항공노선 가장 많이 이용한 연령대는
  4. 4“SMR 제작·운영·인재양성 부산허브 구축 속도를”
  5. 5부산 '이주배경인구' 9만6722명…중구 0~24세 비중 '전국 최상위'
  6. 6해상풍력 육성, 정부·동남권 공조가 ‘키’
  7. 7청년 55% “조건 맞으면 지역 중소기업 갈 것”
  8. 8스마트링부터 부산 새 패션 브랜드까지…백화점 신수요 공략
  9. 9‘유일 非중국계 각형’ 삼성SDI, 美 텍사스 전력망에 ESS 공급
  10. 10FOMC에 반도체 실적까지…널뛰기 장세에 이벤트 촉각
  1. 1간부 줄이고 예산 반납 미루고…사하구 힘겨운 적자 경영
  2. 2부산 동물원(옛 삼정더파크) 정비 착수…안전 등 꼼꼼히 챙겨 2029년 개장
  3. 3김해 국제선 지난해 대비 석달 빠른 1000만…외신도 부산 조명(종합)
  4. 4시내버스·우유팩·유튜브로…양보·배려운전 동참 호소
  5. 5[속보]마트 출입구 안까지 차량 돌진한 50대 “영업하는지 확인하려고”
  6. 6“한국에 묻히고 싶다” 프랑스 6·25 참전용사 유해 부산에 안장키로
  7. 7‘부캉이’ 넓은 바다 적응 중…“조만간 떠날 듯”
  8. 8원양어선 타고 마약 5t 운반 80대, 22년 도피 끝에 국내 송환
  9. 9해양·양자 미래산업 닻 올린 부산…청년 인재 끌어당긴다
  10. 10관객 춤췄다고 영업 정지…‘오방가르드’ 2개월 문닫고 공연 재개
  1. 1김태형 결국 롯데 떠난다…구단 늑장대처 도마
  2. 2롯데자이언츠 새 사령탑 ‘NC 우승 감독’ 이동욱…단장에는 이택근 선임
  3. 3불가능을 가능케…亞패러게임 5위
  4. 4‘올림픽 3연패 주역·AG 金6’ 펜싱 구본길 칼 내려놓다
  5. 5은퇴 앞둔 최민정, 시작부터 금빛질주
  6. 6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7. 7안세영, 시즌 10번째 우승…프랑스오픈 3연패
  8. 8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9. 9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10. 10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우리은행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지나-마음
남인목-웃는 나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7일 (음 9월 17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6일 (음 9월 16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