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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美작품 ‘웡카’ 정정훈 촬영감독

할리우드로 간 ‘박찬욱 파트너’…그의 앵글로 빚어낸 티모시 살라메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4-01-30 18:58:34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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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커’시작으로 10년째 美활동
- 한국인 첫 美촬영감독협 정회원
- 마초 색깔 벗고 뮤지컬영화 도전
- ‘찰리와 초콜릿…’ 주인공 모티브

- “자녀와 함께 내 작품 본 건 처음
- 티모시 각도 따라 수천가지 표정
-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던 저는 행운”

한국 영화나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의 감독이나 촬영 조명 미술 등의 스태프가 해외, 그것도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문화나 언어의 차이를 비롯해 자국의 텃세 등 이겨내야 할 벽들이 겹겹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서도 특히 촬영 조명 미술과 같은 영역은 할리우드의 인적 자원이 워낙 두텁고, 각 협회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가 마련돼 있어 그 벽을 뚫기란 더욱 어렵다.
영화 ‘웡카’의 촬영을 하고 있는 정 감독의 모습. 10년간 할리우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블러바드’, ‘그것’, ‘호텔 아르테미스’,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언차티드’, ‘웡카’ 등의 할리우드 흥행작들을 촬영하며 활약하고 있다. 맷 케네디 제공
하지만 그 어려운 일을 10년에 걸쳐 묵묵히 해낸 이가 정정훈 촬영감독이다. 한국에서 영화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 ‘박쥐’, ‘신세계’ 등의 촬영을 맡았던 그는 화려하지만 정교한 미장센과 감각적인 영상미를 보여주며 주목받았다. 그리고 박찬욱 감독과 ‘스토커’(2013)를 시작으로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렸다. 그의 재능은 빛을 발해 할리우드에서 ‘블러바드’, ‘그것’, ‘호텔 아르테미스’,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언차티드’ 등의 영화와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오비와 케노비’ 등의 촬영을 맡으며 맹활약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한국 출신 촬영감독 중에는 최초로 미국촬영감독협회(ASC)의 정식 회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리고 정 촬영감독은 자신이 처음 촬영한 뮤지컬 영화이자 한국에도 많은 팬을 거느린 티모시 살라메 주연의 ‘웡카’(개봉 31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웡카’는 가진 것은 달콤한 꿈과 낡은 모자뿐인 윌리 웡카가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가 되기까지 놀라운 여정을 그린 스위트 어드벤처물이다. 지난해 12월 15일 북미에서 먼저 개봉해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5억3641만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려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어 온라인 화상으로 만난 정 촬영감독은 “한국에서는 좀 늦게 개봉이 되는 것 같다. 세계적으로 보면 가족들이 같이 가서 영화를 보는 경우들이 많다. 한국에는 온 가족이 같이 가서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많지 않은데, ‘웡카’를 가족들이 함께 즐겼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가 이런 바람을 전한 이유가 있다. 세 살 된 쌍둥이를 두고 있는 정 촬영감독은 처음으로 자신이 촬영한 영화를 자녀들과 함께 보러 갔다. 그는 “쌍둥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극장에 가서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웡카’를 봤다. 제가 만든 것을 떠나서 너무 좋아했고, 애들이 영화 속 노래를 부르고 다니면서 한 번 더 봤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래서 ‘웡카’가 가족들이 보기에 좋은 영화였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고 말했다.

■새로운‘웡카’에 발을 들이다

정정훈 촬영감독이 촬영을 맡은 ‘웡카’는 가진 것은 달콤한 꿈과 낡은 모자뿐인 윌리 웡카가 세계 최고의 초콜릿 메이커가 되기까지 놀라운 여정을 그린 스위트 어드벤처 영화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정 촬영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스릴러나 마초적 색깔의 영화들이 많았다. 그래서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웡카’를 정 촬영감독이 선택한 것은 조금은 의외였다. “‘웡카’는 가족이 다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사실 ‘웡카’에 대한 얘기는 아직도 이쪽에서는 부모들이 애들을 재울 때 많이 읽어주는 얘기라고 하더라”고 ‘웡카’의 시나리오를 읽고 느꼈던 점에 대해 설명했다.

사실 제목에서 눈치챌 수 있듯, ‘웡카’는 영국의 유명 작가 로알드 달의 소설이자 우리에겐 팀 버튼 감독의 영화로 잘 알려진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주인공 윌리 웡카를 모티브로 했다. 제작진은 로알드 달 재단의 허가를 받아 원작 소설의 캐릭터들을 바탕으로 ‘패팅턴’ 시리즈의 폴 킹 감독이 새롭게 창조해냈다. 정 촬영 감독은 새롭게 이야기를 풀어낸 ‘웡카’에 대해 “이 영화를 ‘찰리와 초콜릿 공장’과 많이 비교하는데, 원작의 수많은 가지에서 나온 것 중 하나라서 동일선상에 있다고 하겠지만 연결성이 없기 때문에 그 프리퀄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이 유명하다고 해서 부담이 되지 않았고, 제가 그 영화를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더욱이 폴 킹 감독의 비전이 너무 확실했기 때문에 그가 만드는 영화에 대해서만 집중했으면 됐다”고 말했다. ‘웡카’는 ‘찰리의 초콜릿 공장’과 다른 이야기고, 그래서 새롭게 창조된 ‘웡카’의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였던 것이다.

■노래와 판타지가 있는 ‘웡카’

영화 ‘웡카’는 정 촬영감독에게 새로운 영역이었다. 그가 촬영했던 이전 영화들과 달리 노래가 있는 뮤지컬 영화고, 판타지적 요소가 가득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래와 판타지가 가득한 ‘웡카’는 그에게 색다른 도전이면서도 자신이 해왔던 촬영의 요소를 더 부각하는 영화이기도 했다. 뮤지컬 장르에 대해서는 “뮤지컬 장르라고까지 할 영화는 아닌 것 같다. 드라마가 주된 영화에 노래를 부르는 신들이 좀 있는 것 같다”고 전제한 정 촬영감독은 “촬영에 더 신경 쓴 부분은 노래가 나올 때 카메라 움직임이었다. 사실 노래를 부른다는 것만 다를 뿐이지 일반 드라마를 찍을 때랑 크게 다르지 않긴 했지만, 인물이 하는 얘기를 잘 전달될 수 있게 많이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판타지적인 요소에 대해서도 “이런 영화들은 촬영감독이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 장르이기도 하다. 그런데 어떤 영화는 촬영만 보이거나 조명만 너무 화려해서 이야기하고는 동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모든 것들을 관객들이 (실제처럼) 믿을 수 있게끔 촬영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난 다음에 여러 가지 스타일을 넘나드는 것이 굉장히 자연스럽게 전환이 됐으면 했다”고 판타지 장면 촬영의 원칙에 대해 설명했다. 판타지 장면이라고 해서 사실과 너무 동떨어지거나 너무 튀어서 이야기의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으려 애쓴 것이다.

이런 세심한 주의와 많은 공을 들여 완성된 ‘웡카’의 모든 장면 중 정 촬영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신은 윌리 웡카가 자신의 초콜릿 가게를 처음 오픈하는 장면으로 “꽃의 색깔, 조명의 색깔, 소품, 무대 의상 등 모든 게 다 잘 맞아떨어졌다. 개업식에서 벌어지는 장면은 ‘웡카’의 모든 걸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웡카’의 가장 큰 관심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시작으로 ‘더 킹: 헨리 5세’, ‘작은 아씨들’, ‘듄’ 등으로 많은 한국 팬을 거느린 티모시 살라메의 연기였다. 그의 멋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정 촬영감독은 “티모시는 다양한 시도를 하는 배우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어느 각도에서 잡느냐에 따라서 수천 가지 표정이 나오는 그런 오묘한 배우다. 그냥 찍었을 뿐인데 마치 촬영을 잘한 것처럼 보여서 저한테는 운이 좋았다”고 티모시 살라메를 띄웠다.

■미국에서 보낸 10년

2013년 박찬욱 감독의 ‘스토커’로 할리우드에 처음 진출한 정 촬영감독은 지난 10년간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할리우드에서 꿋꿋이 버텨왔다. 그리고 지난해 미국촬영감독협회 회원이 되면서 할리우드에서 인정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제가 여기서 어떻게 버텼는지 지난 10년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처음 ‘신세계’를 끝내고 할리우드로 올 때 아무 계획 없이 넘어왔었다. 그래서 일이 없더라도 3년만 좀 고생하고 노력하고 시도해 보다가 안 되면 돌아가자고 했던 것이 지금 10년째가 됐다. 그 사이에 많은 변화들이 있었고, 그리고 앞으로 또 10년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지난 10년을 돌아봤다. 이어 “미국촬영감독협회의 회원이 된 것은 이제 이방인이 아니라 할리우드와 동등한 입장이라는 것을 인정받은 것 같다”고 그 의미를 부여하며 “그렇다고 회원이 되고 나서 크게 달라진 건 없다”며 웃었다.

정 촬영감독은 할리우드에서 공포를 비롯해 어드벤처,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촬영하며 스펙트럼을 넓혀 왔다. 그는 “저는 아직도 공부하는 중이어서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장르의 영화들을 다 해보고 싶다. 그러고 나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미학적으로 더 완성도 있는 촬영감독이 되지 않을까 싶다”며 여전히 자신은 배워야 할 것이 많은 촬영감독이라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한국에서 박찬욱 감독이 있었듯 미국에서도 자신을 잘 뽑아먹을 수 있는 감독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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