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명부터 궁중 출신 화가까지
- 다양한 소재 작품들 실은 일력
- 귀신을 물리치는 용과 호랑이
- 무병장수 비는 거북과 불로초
- 좋은 기운 받도록 해설 곁들여

민화는 대부분 조선 후기에 그려졌다. 당시 민중은 집 안팎을 장식하거나, 나쁜 귀신을 쫓는다거나 복을 빌기 위해, 행사 때 배경으로도 민화를 이용했다. 실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소재를 다양하게 표현한 떠돌이 화가, 궁중 화원 출신 화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에 의해 그려진 그림이 민화이다. 지금은 민화를 장식용으로 걸어두고 감상하지만, 예전에는 실생활에서 사용했다.

2월 2일 일력에 사용된 민화. ‘화조도 부분. (지본채색, 조선 후기. 가회민화박물관 소장)’ 원더박스 제공

민화 중에 문배도(門排圖)가 있다. 우리 조상은 한 해가 저물어가는 세밑이면 문배도를 구했다. 새해를 맞으며 외부에서 집 안으로 들어오는 통로인 문에 붙여 잡귀를 막는 구실을 하는 액막이용 그림이다. 민화에 우리 소망을 실현해 주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믿은 것이다. ‘365일 민화 일력’은 희망과 염원의 그림인 민화를 매일 한 점씩 감상하며 기운 좋은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366장 민화와 해설을 실어 만든 책이다. 윤년은 2월 29일이 있다. 책상에 올려놓고 매일 한 장씩 넘겨보는 형태이다. 민화계의 거목으로 불리는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이 엄선하고, 해설을 썼다.

2월 2일, 오늘 일력 면을 펼쳤다. 화사한 꽃나무 가지에 예쁜 새가 앉았다. 마음이 환해지면서,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화조도 부분. (지본채색, 조선 후기. 가회민화박물관 소장)’이다. ‘화조도’라는 민화의 일부를 일력에 담았다. 설명은 이렇다. “화조도 병풍 속 꽃이나 새들은 실경인 경우가 많지만 때로 작가의 상상이 더해져 그 사물의 명칭을 정확히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국화 모양의 꽃잎이 부채처럼 피어있는 꽃나무를 실제로 찾아볼 수는 없다. 목련의 형상을 취하고 있지만, 꽃봉오리는 별개의 종류로 그린 것은 작가의 마음이다. 새는 팔색조처럼 보이지만 그 또한 명확하지는 않다.” 작가의 상상으로 그린 꽃과 새.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면 또 어떤가. 이 화사한 2월 2일 일력으로 시작한 오늘 아침은, 저만치 어디쯤에서 우리를 향해 오는 봄기운이 느껴져 마음이 따뜻해진다.

1년 365일 민중의 삶에 민화는 빠질 수 없는 품목이었다. 윤열수 관장의 설명을 읽어보자. “민화가 그려진 병풍은 생활미술품 중 하나로, 실용품인 동시에 집 안을 장식하는 장식품이었습니다. 사랑방에는 책가도나 문자도, 수렵도나 호랑이 그림이 펼쳐졌습니다. 안방에는 화사한 화조도나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도, 또는 다산 다복을 뜻하는 어해도를 둘렀습니다. 방금 혼례를 올린 부부의 신방에는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는 모란도나 탐스러운 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린 화조도가 제격이었습니다.” 민화는 일상생활과 관혼상제까지 민중의 삶과 함께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새해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우리 민족의 곁을 지키며 행운과 복을 가져다 준 민화 속 주인공을 총망라한 일력을 넘기다 보면 민화의 주인공이 얼마나 다양한지 알게 된다.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치는 용과 호랑이,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거북과 불로초, 과거 급제와 출세의 꿈을 담은 잉어와 쏘가리, 부귀와 풍요를 가져다주는 모란과 천도복숭아,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는 원앙과 나비, 가족의 화목과 번영의 뜻을 담은 토끼와 수박 등.

저자는 민화에 등장하는 식물과 동물, 상상으로 빚어낸 창조물들이 그림 속에서 하는 역할, 그림이 그려진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의도를 친절하게 풀어놓았다. 옛사람의 희망과 염원은 현재 우리 마음과도 같다. 그래서 민화는 친근하다. 이 일력에는 연도와 요일 표기가 없다. 올 한해 매일 민화 한 점씩 보고,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보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