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K-무비 허술한 세계관이 부른 참패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4-02-08 18:52:00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외계+인 2부’(2024·사진)에는 전편에서 산만하게 뻗어나간 서사의 줄기를 수습해 하나의 접점으로 응집하는 편집과 구성의 힘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영화가 펼쳐내는 세계에 몰입하기는 어려웠다. 무언가 흥미로운 장르의 순간이 파편으로 던져지고는 있지만, 그것이 모인 결과는 감정을 움직이고 이 영화만의 고유한 인상을 각인시키는 지점에는 이르지 못했다. 한국은 SF 장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불모지라는 식의 일반론을 답습하려는 건 아니다. 그런 언어들은 편견을 재확인하며 실패를 조롱하는 비아냥거림 이상이 되지 못한다. 조금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볼 필요가 있다.
망가진 한국 상업영화의 각본 상당수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는 ‘예비서사’(exposition) 부분이 극도로 빈곤하다는 데에 있다. 영화는 허구의 사건과 인물을 다루지만 적어도 극장에 있는 동안에는 실제 있었던 사건인 것처럼 관객에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건 작중의 인간관계와 역할, 통용되는 규칙과 원리를 보는 이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사전 설명의 작업들이다. 과도한 설명은 전개의 속도감을 해칠 우려가 있지만, 적절한 선에서 함축적으로 제시되는 예비서사는 이후 벌어질 사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중요한 포석으로 작용한다.

‘타짜’(2006)와 ‘도둑들’(2012)에서 보았듯 최동훈 감독은 경쾌한 리듬감으로 능청스럽게 강탈영화의 작전에 요구되는 세팅을 깔아놓는 능숙한 창작자이다. 그러나 ‘외계+인’에 이르면 현실의 무대에 기대어 간결하게 처리할 수 있었던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작업이 수반돼야 한다. 분명 감독의 노림수는 동양적 판타지로서의 도술이 서구적 상상력과 결합하는 혼성장르의 키치적 쾌감에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눈앞에 현현하는 황당한 가상의 이미지에 빠져들려면, 리처드 도너의 ‘슈퍼맨’(1978)이나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2009)처럼 그에 실재감을 부여할 서사의 설득력과 세세한 환경의 설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것을 다루기 위해서는 도리어 더욱 치밀한 현실성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역설. 정확히 이 지점 ’세계관의 구축’(world-building)에서 ‘외계+인’은 실패하고 만다. 왜 반드시 인간의 몸에 죄수를 가두어야만 하는지, 촉수와 신검의 작동원리는 정확히 어떠한 것인지, 악역으로서 설계자가 지구 환경을 바꾸려는 목적과 욕망은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고, 이안의 성장과정에 있었을 가드와 썬더의 역할, 무륵과 이안의 관계가 깊어질 계기 등, 과정이 누락돼 있으니 감정은 급발진하고 서사의 핍진성은 무너진다. 세계관은 허술하고, 드라마의 퍼즐이 군데군데 빠진 결과 짚이는 건, 기의(記意)를 잃은 채 표류하는 익숙한 기표(記標)들의 공허한 불꽃놀이일 뿐이다.

그러나 ‘외계+인’은 단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승리호’(2021) ‘정이’(2023) 그리고 ‘황야’(2024)에 이르기까지, 역사현실을 떠나 가공의 세계를 무대로 삼은 한국영화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지점에서 실패를 거듭하고 무너져왔다. 장르에 대한 몰이해와 감각의 결여는 겉멋 부리기에만 골몰하는 열화된 복제만을 낳아왔다. 성의 없는 디테일에 독창성 없이 ‘우라까이’로 점철된 결과물을 우리는 언제까지 ‘K-콘텐츠’의 미명하에 용인해주어야 하는 것인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6. 6[사설] 신세계타운, 센텀시티의 새 도약과 부산의 미래 이끌길
  7. 7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8. 8“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9. 9“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10. 10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1. 1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2. 2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3. 3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4. 4‘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5. 5“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6. 6민주, 조희대 ‘계엄 동조’ 여부 정조준
  7. 7서범수 의원, 농지 훼손·환경오염 막는 강화 법률 개정안 발의
  8. 8이 대통령 '순방 외교' 공방, '돼지 눈엔 돼지" 표현 논란도
  9. 9사천 공군기지 훈련기 공중 충돌 뒤늦게 알려져…부상자 없어
  10. 10北, 집속탄두 위력 과시…‘축구장 18개 면적’ 초토화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6. 6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7. 7중산층 10명 중 4명 벌이 줄었다
  8. 8롯백 편집숍 ‘시시호시’ 부산 감성 입었다
  9. 9조선 빅3 공동납품망 완성…부산 기자재 플랫폼 안착(종합)
  10. 10‘고부가 데이터’ 노린 AI해킹…새로운 보안 패러다임 급부상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3. 3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4. 4“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5. 5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6. 6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7. 7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8. 8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9. 9대학·마을에 스며든 이전 기관…지자체는 정주지원 화답
  10. 10“부산형 상병수당, 고령노동자도 줘야”
  1. 1“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2. 2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3. 3“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송현화-Magic Air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2일 (음 9월 23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9일 (음 9월 1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