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소풍’ 김용균 감독

“세 배우 연기경력 합쳐 195년…중견감독인 저도 긴장 많이 했죠”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4-02-13 18:20:53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관록의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 60년 만에 고향으로의 여행
- 잔잔히 노년의 이야기 풀어내

- “알아서 잘 하겠다던 선생님들
- 두 번 찍을 필요없이 완벽 연기”

- 촬영지 남해 평산마을 어르신
- 보조출연·장소섭외에 큰 도움

- 임영웅 OST 사용 허락과 기부
- 부산연탄은행 독거노인 시사회
- “많은 분들 마음이 영화에 담겨”

“어린 적 친구는 몇십 년 만에 만나도 바로 그때 그 관계로 돌아간다. 서로 별명을 부르고, 똑같은 일에 삐치고 샘내고, 또 금방 화해하고 웃고 위로한다. 문득 혼자 된 어느 날에도 그런 친구 하나가 내 곁에 아직 있다면, 우리는 그 어깨에 기댈 수 있고 내 어깨도 내어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7일 개봉해 설 연휴 동안 극장가에 잔향을 길게 남기며 화제를 모으는 영화 ‘소풍’을 연출한 김용균 감독의 말이다.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이 주연을 맡은 ‘소풍’은 절친이자 사돈지간인 은심과 금순,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살의 추억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남해를 배경으로 수십 년 우정과 어린 시절 추억, 그리고 여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려는 두 친구의 모습이 실제로도 50년 넘도록 우정을 쌓아온 나문희, 김영옥의 관계가 녹아들면서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 고향에서 만난 친구 태호 역의 박근형도 큰 힘을 보탠다.

‘와니와 준하’, ‘분홍신’, ‘불꽃처럼 나비처럼’, ‘더 웹툰: 예고살인’ 등 장르를 넘나들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김 감독은 ‘소풍’이 지닌 미덕과 배우들의 호흡을 진정성을 담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름다운 노년의 우정을 현실적으로 다룬 김 감독에게 ‘소풍’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나문희와 함께 찾아온 시나리오

영화 ‘소풍’을 연출한 김용균 감독. 영화 ‘와니와 준하’ ‘분홍신’ ‘불꽃처럼 나비처럼’등을 연출한 그는 특유의 섬세한 연출로 노년의 우정과 삶을 표현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소풍’은 참 특별한 영화다. 주인공인 나문희로부터 시작한 영화이기 때문이다. 나문희의 팬이 나문희를 떠올리며 손글씨로 쓴 소설 형식의 원안을 소속사에 전달했고, 이후 시나리오 작업을 거쳐 지금의 ‘소풍’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순서로 따지면 나문희, 김영옥 선생님이 이 작품을 하시기로 하고, 감독이 필요해 제게 시나리오가 오게 됐다”며 자신이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더 웹툰: 예고살인’(2013) 이후 차기작을 준비하던 중 2021년쯤 ‘소풍’ 시나리오를 봤다. 노년의 인물이 나오는 일반적인 영화들은 투자를 받기 위해, 그리고 젊은 층의 공감을 산다는 전략으로 젊은 주인공을 함께 넣는 기획을 한다. 원로 배우와 인기 있는 젊은 배우, 투톱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젊은 사람 시점으로 보게 되고, 어르신은 조연이 되거나 대상화된다”며 “‘소풍’의 특별한 점은 80대 이야기를 80대 배우들이 주인공 시점으로 펼치는 것이었다. 자기 당사자성을 지닌 영화였다”며 ‘소풍’ 시나리오를 읽고 느낀 매력을 설명했다.

‘소풍’의 특별한 점은 연출자에게 부담스럽기도 했다. 투자에 어려움을 겪어 10억 원 정도의 매우 적은 제작비로 완성해야 했다. 김 감독은 “제가 주류 영화만 해서 제게도 굉장한 모험이었다. 적은 예산으로 영화를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까 두려움이 있었다”며 “이 모든 걱정과 두려움을 이길 수 있었던 건 역시 배우님들 덕분이었다.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선생님이 연기하는 유쾌하면서도 가슴 아픈 복합적 감정을 온전히 담아내면 다른 것을 놓쳐도 상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촬영 들어가기 전까지 느낀 고민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감독은 우리가 어릴 적 소풍을 앞두고 설레던 마음을 잊지 않으려고 했다. 그는 “사실 어르신들이 우리 중년이나 청년보다 마음이 어리고 젊다. 다시 10대로 돌아간다. 퇴행이 아니라 회복이다. 그 순수한 소녀 소년의 마음을 선생님들한테서 확인도 했고, 그래서 황혼에 들어 고향으로 돌아간 주인공들의 하루하루가 소풍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살이뿐만 아니라 죽음 또한 소풍 가는 마음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가가 이 영화의 고민이고 질문이었다”고 누구나 마주할 죽음을 어떤 모습으로 맞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했음을 전했다.

■연기 경력 195년의 베테랑

절친이자 사돈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함께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세의 추억을 다시 마주하게 되는 영화 ‘소풍’. 나문희 김영옥 박근형 등 세 배우의 명품 연기를 만날 수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소풍’은 63년 차 나문희, 67년 차 김영옥, 65년 차 박근형 등 연기 경력 도합 195년의 세 배우가 최초로 동반 출연한 작품이다. 수많은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추며 실제로도 절친한 친구 사이인 나문희 김영옥은 각각 서울내기 은심과 고향 친구 금순 역을, 나문희와는 처음 호흡을 맞춘 박근형은 두 사람과 학창 시절 추억이 있는 태호 역을 맡아 현실의 우정을 보는 듯한 연기를 펼친다. 관록의 배우들과 함께한 50대 중반 김 감독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선생님들께 ‘제가 어떻게 연출했으면 좋겠느냐’고 여쭤봤다. 그러면 ‘감독님이 알아서 하는 거지’ 하시며 ‘그런데 우리는 우리가 알아서 할 거야’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베테랑들이시라 정말 마음대로 하시려고 하나’ 하는 오해를 잠깐 하기도 했다”며 촬영에 앞서 세 배우와 나눈 이야기를 전했다.

오해는 금세 풀렸다. 그는 “실은 당신들이 직접 경험하고, 잘 아는 이야기라 마음의 준비가 끝나서 더 터치할 것이 없을 것이라는 뜻이었다”며 “저는 연출자라기보다 첫 번째 관객으로 의견을 말하면 되겠다는 태도로 접근했다”고 세 배우를 믿고 촬영했음을 밝혔다. 실제 촬영에서 두 테이크 이상 간 적이 없을 정도로 세 배우는 완벽한 연기를 펼쳤다. 두 번째 테이크도 첫 번째 테이크에서 OK였지만 혹시 편집 때 잘못될 수 있어 보험용으로 촬영했을 뿐이다.

그런데 처음에는 나문희와 김영옥이 맡은 배역이 반대였다. 지금까지 두 배우가 연기한 인물과는 반대 느낌의 캐릭터를 연기로 표현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김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고심 끝에 현재의 인물로 바꾸었다. 김 감독은 “고민하다가 선생님들께 더 많은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데 아무래도 선생님들의 이미지를 무시하기 힘들다는 이야기와 함께 배역을 바꾸는 것을 한번 생각해 주십사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선생님들이 쿨하게 제 생각을 존중해주셨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감사한 평산마을 주민과 임영웅

지난해 4월 초 크랭크인한 ‘소풍’은 대부분 남해에서 촬영했다. 특히 김 감독이 우연히 찾은 남해 평산마을이 두 친구의 고향 마을이 됐다. 김 감독은 “촬영지 헌팅을 하다가 우연히 한 마을을 발견했는데, 그곳이 평산마을이었다. 지금 농촌에는 어르신들밖에 없지 않은가. 이 마을도 70~80대 노인들밖에 없었다. 그런데 당신들의 현실을 담는 이야기에 공감한 어르신들이 정말 많이 도와주셨다. 평산마을 분들뿐만 아니라 남해군, 경남도도 많은 도움을 줬다”며 감사해했다.

실제로 평산마을 어르신들은 보조출연을 비롯해 촬영지 섭외 등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야 할 대목에서 큰 도움을 줬다. 시장 장면에서도 통로 통제를 비롯해 분쟁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큰 도움을 줬다. 그는 “어떤 것은 돈을 들여 해결해야 할 사안도 있었는데, 이분들은 돈이 아니라 정성으로 다 채워주셨다. 이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고, 그런 정성과 고마움이 영화에서 느껴지실 것”이라며 거듭거듭 감사함을 전했다.

한편 ‘소풍’에는 수많은 가요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임영웅의 ‘모래 알갱이’가 삽입돼 주목받는다. 촬영을 마친 김 감독은 우연히 지난해 6월 발표된 ‘모래 알갱이’를 들었고, 가사가 ‘소풍’ 주제와 맞기에 임영웅 소속사에 이메일을 보내는 등의 노력 끝에 OST로 쓸 수 있었다. 게다가 임영웅은 ‘모래 알갱이’ 음원 수익금을 부산연탄은행에 전액 기부하기로 했고, 부산연탄은행은 ‘소풍’ 제작사와 부산영상위원회가 연 독거노인 초청 시사회를 후원하며 선행을 이어갔다.

김 감독은 “이런 모든 분의 마음이 ‘소풍’에 담겨 있다. 어르신들께는 추억과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삶을 잘 준비할 수 있는 마음을, 젊은 층에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관한 사색을 전했으면 한다”는 바람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소풍’에 담긴 소중한 마음이 더 많은 관객에게 잘 전달됐으면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7. 7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8. 8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9. 9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3. 3[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4. 4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5. 5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6. 6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7. 7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8. 8전국 교정시설 수용률 126%…윤상현 “형사사법개편 앞두고 교도소 과밀 방치”
  9. 9정동영 “DMZ 지뢰 사고, 불행한 일…평화공존 더 절실해져”
  10. 10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4. 4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5. 5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6. 6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7. 7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8. 8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9. 9부산 연구개발 우수성과- 우수학술 부문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일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7. 7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8. 8“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9. 9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10. 10부산 동구, 돔구장 유치 협의체 출범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6. 6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7. 7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8. 8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9. 9윤규성, 태권도 품새 금메달…한국 남자 개인전 3연패
  10. 10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속사권총 우승…한국 25번째 金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