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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사, 전장 복귀 미루려 잔꾀…뒤늦게 잘못 뉘우쳐 위로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44> 병신년(1596년) 3월 5일~3월 20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선일회계법인 고문
  •  |   입력 : 2024-02-18 19:28:34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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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산도 떠나 해남으로 간 이억기
- 제주도 안정 핑계 대며 남으려 해
- 체찰사 동조…이순신 압박에 실패

- 사소한 일로 곤장 맞은 갑판요원
- 방답첨사 부하들 불러 매로 응징
- 생일엔 장수에게 사슴 선물 받아

3월5일[4월2일]

맑다가 구름이 끼었다. 새벽 4시경에 출항하여 해가 뜰 무렵에 견내량의 우수사(이억기)가 복병하고 있는 곳에 도착하니, 마침 아침 먹을 때였다. 그래서 밥을 먹고 난 뒤에 서로 보고서 다시 우수사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니(2월30일 일기 참조) 우수사는 사과하기를 마지않았다. 이에 술자리를 마련하여 잔뜩 취했다. 돌아오다가 그대로 우우후 이정충의 장막으로 들어가 조용히 이야기하면서 또 술을 마셔 몸을 가누지 못했다. 큰비가 쏟아지는 통에(장막에 비가 들어차서) 나만 먼저 배로 돌아왔다. 우수사는 취해서 계속 누워 정신을 못 차리므로 작별도 못 하고 왔다. 우스웠다. 내 배에 돌아오니 회, 해, 면, 울과 수원 등이 함께 와 있었다. 비를 맞으며 진영 안으로 돌아오니 김혼도 와 있었다. 같이 이야기하다가 자정이 되어서야 잤다. 여자 종 덕금, 한대, 효대와 은진에 있는 여자 종도 왔다.
경남 남해군 고현면 이순신바다공원에서 한 여행객이 북을 치고 있다. 이순신 함대에서 북은 중요한 소통 수단이었다.
*** 오늘은 이순신이 술 한잔하고 싶은 날이다. 한산도로 이진해 온 삼도수군은 바닷바람을 쐬며 군막 속에서 생활해야 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몸엔 병이 오고 정신은 어지러워져 갔다. 오랜 전쟁에 지친 그들은 고향이 그리웠을 것이고 한 번 한산 진지를 벗어나면 두 번 다시 한산진영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전라우수사 이억기 또한 그러했다.

지난해 10월16일 해남 우수영 본영으로 온 이억기는 무슨 이유를 대서라도 기한을 미루며 한산도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2월5일 일기 참조). 그러나 통제사에게는 차마 그 마음을 말할 순 없었다. 그래서 체찰사(이원익)에게 부탁하여 위와 같은 일을 도모하려 한 듯하다. 즉, 체찰사에게 제주를 구원하기 위해 군사를 지원해야 한다 하고 그러려면 진도의 전선을 독촉해 부르지 말아야 하고 자신은 전라우수영에 남아 이 일을 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체찰사도 이억기의 뜻을 받아들여 “전라우도수군이 전라좌·우도를 왕래하면서 제주와 진도를 지원하라”는 전령을 내렸다(2월18일 및 28일 일기 참조). 저간의 제주도 사정까지 잘 알고 있는(을미 10월26일, 병신 2월11일 일기 참조) 이순신은 이억기의 속마음을 간파했다. 장수가 도모해야 할 일이 아니기 때문에 동의할 수 없었다. 특히 이원익까지 동조하는 것을 보고는 실망하여 체찰사의 계책을 비판한다(2월28일 일기 참조).

이순신은 공사(公事)를 앞에 두고 사심에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다. 나랏일을 앞에 놓고선 오직 나라의 안위만 문제였지 동료나 상사의 심기를 불편케 하는지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는 이억기의 늦은 귀환을 허가하지 않고 제때 오라고 불렀고 이억기는 명에 따라 2월24일 한산도로 귀환한다. 돌아온 이억기는 그래도 본도(해남)로 가려고 시도했으나 이순신은 우수사의 부하 장수를 처벌함으로써 이억기를 압박했고 이원익에게는 항의했다(2월30일 일기 참조).

마침내 이날 3월5일 우수사가 이때까지 하려던 자기의 계책이 잘못되었음을 사과했고 이순신은 그를 위로한다. 어찌 한잔 술이 없을 수 있겠는가? 그 후 체찰사도 이순신에게 자신의 계책이 잘못되었다는 취지로 이순신에게 거듭 사과한다(3월12일, 26일 일기 참조).



3월6일[4월3일]

흐렸으나 비는 오지 않았다. 새벽에 종 한대를 불러 사건의 내용을 물었다. 아침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식후에 하동현감(신진)과 고성현령(조응도)이 보고하고 돌아갔다. 늦게는 함평현감(최정립)과 해남현감(유형)도 보고하고 돌아갔고 남도포만호(강응표)도 돌아갔는데 돌아올 기일을 5월10일로 정해주었다. 우우후와 강진형감에게는 초8일이 지난 뒤에 나가도록 일렀다. 함평현감, 남해현령, 다경포만호 등이 칼 쓰기를 연습했다. 땀이 계속해 흘렀다. 사슴 3마리를 사냥해 왔다.

3월7일[4월4일] 맑음.

새벽에 땀이 흘렀다. 늦게 나가 공무를 봤다. 가리포첨사 방답첨사 여도만호가 와서 보고 돌아갔다. 머리를 오랫동안 빗었다. 녹도만호가 노루 2마리를 잡아 왔다.

3월8일[4월5일] 맑음.

아침에 안골포만호(우수)와 가리포첨사(이응표)가 각각 큰 사슴 한마리씩을 보내 왔다. 식후에 나가 공무를 봤다. 우수사(이억기), 경상수사(경상우수사 권준), 좌수사(경상좌수사 이운룡), 가리포첨사(이응표), 방답첨사(장린), 평산포만호(김축), 여도만호(김인영), 우우후(이정층), 경상우후(이의득), 강진현감(나대용) 등이 와서 함께 사슴고기를 안주로 하여 종일 술을 마시고는 취해서 헤어졌다. 저녁에 잠시 비가 내렸다.

*** 이날은 이순신의 생일이다. 부하장수들이 모여 2박3일간 어울려 자며 그의 생일을 함께 즐긴다.



3월9일[4월6일]

아침에 맑다가 저물녘에 비가 왔다. 우우후 및 강진현감이 돌아가겠다고 하므로 취하도록 술을 대접했더니 다들 몹시 취했고 우우후는 취하여 쓰러져 돌아가지도 못했다. 저녁에 경상좌수사가 왔기에 작별의 술잔을 나누고는 취하여 대청에서 엎어져 함께 어울려 잤다.

3월10일[4월7일]

비가 왔다. 아침에 다시 경상좌수사를 청해 와 작별의 술잔을 나누고 전송했다. 온종일 무척 취하여 나가지 못했다. 수시로 땀이 났다.

3월11일[4월8일] 흐림.

해, 회, 완 및 수원이 여자 종 세 사람을 데리고 떠났다. 이날 저녁에 방답첨사(장린)가 성낼 일도 아닌데 공연히 성을 내어 지휘선(上船)의 갑판요원에게 곤장을 쳤다니 놀랄 일이다. 바로 방답의 군관과 이방을 불러 군관에게는 매 20대, 이방에게는 매 50대를 때렸다. 늦게 구 천성보만호가 하직하고 떠나갔다. 새 천성보만호는 체찰사의 공문에 의해서 경상병사(김응서)에게 붙잡혀 있는 중이다. 나주판관이 왔기에 술을 대접해서 보냈다.

3월12일[4월9일] 맑음.

아침밥을 먹은 뒤에 몸이 노곤하여 잠깐 잠을 잤다. 경상수사가 와서 같이 이야기했다. 여도만호, 금갑도만호, 나주판관도 왔는데 군관들이 술을 내왔다. 저녁에 소국진이 체찰사에게서 돌아왔는데, 그 회답에 우도의 수군을 우수영 본영으로 보내라는 것은 본의가 아니라고 하였다. 우습다. 또 그 편에 들으니, 체찰사로부터 원균(충청병사)은 곤장 40대를, 장흥부사(배흥립)는 곤장 20대를 맞았다고 한다.

3월13일[4월10일]

종일 비가 왔다. 저녁에 견내량 복병이 달려와 보고하기를, “왜적선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여도만호(김인영)와 금갑도만호(이정표) 등을 뽑아 탐색하러 보냈다. 봄비가 오는 가운데 몸이 노곤해서 드러누워 하루를 지냈다.

3월14일[4월11일]

궂은비가 걷히지 않는다. 새벽에 삼도에서 급한 보고가 왔는데, “견내량 근처의 거제 땅 세포(사등면 성포리)에 왜적선 5척, 고성 땅에도 5척이 정박하고는 육지에 내렸다”고 한다. 그래서 삼도의 여러 장수들에게 배 5척을 더 뽑아 보내도록 전령했다. 늦게 나가 공무를 보고 각처에 공문을 처결하여 보냈다. 아침에 군량에 대한 회계를 마감했다. 방답첨사, 녹도만호가 보고 갔다. 체찰사에게 공문을 보내려고 서류를 꾸몄다. 춘곤이 심해서인지 밤새도록 땀이 흘렀다.

3월15일[4월12일] 맑음.

새벽에 망궐례를 올렸다. 가리포와 방답, 녹도가 와서 참례했고 우수사와 기타 다른 사람은 오지 않았다. 늦게 경상수사가 와서 이야기하다가 취해서 돌아갔는데, 그때 아랫방에서 덕이와 사담을 나눴다고 한다. 이날 저녁에 바다 위 달빛은 어슴푸레 밝았다. 몸이 노곤해 밤새도록 식은땀이 흘렀다. 자정에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낮에는 곤해서 머리를 빗었는데 땀이 무시로 흘렀다.

3월16일[4월13일]

비가 퍼붓듯 내리며, 종일 그치지 않았다. 오전 8시쯤부터 동남풍이 크게 일어 지붕이 뒤집혀진 곳이 많았다. 문에 바른 종이가 다 떨어져 비가 방 안으로 들이치니 괴로워 견딜 수가 없었다. 정오 때에야 바람이 그쳤다. 저녁에 군관들을 불러와 술을 먹였다. 밤 1시쯤엔 비도 잠깐 그쳤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땀이 흘렀다.

3월17일[4월14일]

종일 가랑비가 내리더니 밤새 그치지 않았다. 저녁에 나주판관이 보러 왔기에 술을 취하도록 먹여 보냈다. 어두울 무렵 박자방이 들어왔다. 이날 밤에 식은땀이 등에까지 흘러 두 겹 옷이 흠뻑 다 젖고 이부자리도 젖었다. 몸이 많이 불편했다.

3월18일[4월15일] 맑음.

맑았으나 종일 동풍이 불고 날씨가 매우 찼다. 늦게 나가 공무를 본 뒤 소지(所志, 소장) 들어온 것을 처결했다. 방답첨사, 금갑도만호, 회령포만호, 옥포만호 등이 와서 만났다. 활 10순을 쏘았다. 이날 밤 바다에 달은 어슴푸레 비치고 밤기운이 몹시 찬데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았고 앉으나 누우나 편치 않았다. 계속 몸이 불편했다.

3월19일[4월16일] 맑음.

맑았으나 동풍이 크게 불고 일기는 매우 찼다. 아침에 새로 만든 가야금에 줄을 매었다. 늦게 보성군수가 못자리판을 살펴볼 일로 휴가를 받아 김혼과 함께 배를 타고 나갔다. 종 경(京)도 같이 갔다. 정량이 일이 있어 왔다가 곧 돌아갔다. 저녁에 가리포첨사와 나주판관이 보러 왔기에 술을 먹여 보냈다. 어두운 후부터 풍세가 몹시 사나웠다.

3월20일[4월17일]

종일 바람 불고 비가 와 나가지 않았다. 몸이 몹시 불편하다. 바람막이를 두 개 만들어서 걸었다. 밤새도록 비가 왔다. 땀이 옷과 이불을 적셨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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