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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관광 등 국밥처럼 한데 끓여내니 ‘통섭의 부산인문학’

상지건축과 함께하는 오 부산-유산과 미래 <14> 에필로그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4-02-26 19:39:16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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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계각층 전문가 필진 12명 동참
- 역사부터 도시공학까지 총망라
- 격주 지면 게재 뒤 직접 강연도
- 6월에는 원고 모아 책 발간 예정
- 북콘서트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 부산 과거-현재-미래 톺아보며
- 인문·문화적 바탕 중요성 확인

기획시리즈 ‘오! 부산-유산과 미래’의 특징은 이렇게 꼽아볼 수 있다.

1. 부산이라는 공간을 바탕으로, 유산과 미래를 키워드로, 도시공학·역사·건축·민속·예술·관광·로컬브랜딩·경제 등 다양한 부문의 전문가 필진이 참여해 함께 만들어 간 인문 프로젝트였다.

2. 핵심은 부산의 유산을 바탕으로 현재를 살피고 미래를 모색하는 일이었다. 인문의 관점과 방식을 견지하면서 다양한 분야, 다채로운 시각이 어우러지도록 했다.

3. 변주와 활용 폭을 넓히고자 했다. 실제로 신문 게재-시민 강연-책 발간-북 콘서트로 이어지는 변주와 순환 시도·계획이 현재 진행되고 있다.

국제신문은 ‘오! 부산-유산과 미래’ 기획 시리즈를 지난해 9월 1일부터 올해 2월 13일까지 프롤로그를 포함해 모두 13회 연재했다. 필진 12인은 국제신문에 실은 원고지 20매 안팎 글을 증보한 50매 이상 원고를 별도로 썼고 이를 토대로 부산 중구 상지건축 대회의실에서 격주로 시민과 직원을 만나 강연했다. 상지건축은 이렇게 모인 원고를 엮어 오는 6월께 책으로 펴낼 예정이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이 책을 바탕으로 오는 9월께 북 콘서트를 열 계획이다.

4. 국제신문은 2024년 창간 77주년을 맞았다. 상지건축은 올해 창사 50주년이 됐다. 국제신문과 상지건축의 협업으로 이 프로젝트는 마련됐다. 부산에 본거지를 둔 한국 유수의 건축설계기업인 상지건축은 인문·예술·향유·공부의 가치를 임직원뿐만 아니라 시민과 함께 나누는 인문 나눔 운동을 오래, 폭넓게, 진지하게 펼치는 기업이다.
부산의 레이어(layer 층·겹·켜)를 잘 보여주는 사진이다. 바다·항구·배·생활공간·산이 차례로 놓였다. 이승헌 동명대 교수 제공
■한데 모으니 생겨난 ‘맥락’

이번 시도를 통해 어느 정도 분명하게 드러난 특징이 있다. 보통, 부산 건축, 부산 근대사, 부산 현대사, 부산 사람 기질, 부산 관광 등 주제를 따로 따로 다뤘다. 이런 다양한 요소를 한 틀 안에 넣고, 가마솥에 국밥 끓여내 듯 함께 다루니 맥락이 생겼다. 융합 효과라고 해도 좋다. 윤태환 동의대 호텔컨벤션경영학과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그는 이번 기획에 ‘관광과 해양문화, 그리고 상생의 미래’라는 글을 썼고 강연했다

지난 23일 통화했을 때, 윤 교수는 관광 업무로 일본 오사카 출장 중이라고 했다.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 (관광·마이스 등이 전공인) 저는 주로 우리 분야 사람들끼리 모여 토론·강연하거나 글을 쓴다. 이번 기회에 다양한 독자가 읽는 신문에 글을 쓰고, 여러 분야에 관심 있는 시민과 건축설계회사 구성원을 상대로 강연했더니 다른 시각에서 관광이라는 주제를 보는 계기가 됐다.” 그는 “융합·통섭의 한 면모가 이런 것인가 싶었고, 관광·여행 분야 또한 결국 문화가 바탕이 돼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이승헌 동명대 실내건축학과 교수는 건축 관점에서 ‘레이어드 도시, 부산’을 주제로 기고하고 강연했다. 그는 “저 개인으로는 관련 주제를 다시 정리하고 빌드업(build up)하는 계기가 됐다”면서도 당부를 잊지 않았다. “나열된 여러 필자의 다양한 관점이 시민·독자에게 일관성 있게 다가갔을지 의문은 든다. 여러 필자가 가장 많이 언급한 문구·개념·메시지를 추려 새로운 논의점으로 삼는 등 후속 작업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연관·융합시켜 보았더니

강동진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2022년 말 시작한 이번 기획에서 큰 틀을 짜고 세부 사항을 조정하는 데서 핵심 역할을 했다. 그가 ‘오! 부산-유산과 미래’ 기획시리즈의 프롤로그를 쓴 이유이다. 강 교수는 ‘프롤로그-부산포부터 부산항까지 616년…교류·평화의 유산을 찾아서’와 ‘부산항 이야기’를 국제신문에 썼다. 물론 강연도 했다. 그는 이 기획의 지향으로 세 가지를 짚었다. ▷연관과 융합의 시선 ▷유산과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로 이어가는 접근법 ▷부산의 역사 스펙트럼 확장 가능성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이승헌 교수의 지적을 참고해 이 시리즈에서 많이 언급된 문고·개념·메시지를 우선 살펴보고자 했다. ‘유산→현재→미래’라는 키워드를 대입했을 때, 여러 필진의 글은 연관됐으며 융합 쪽으로 길을 냈다. 예컨대 그간 ‘부산 기질’이라는 주제만을 덩그렇게 상에 올릴 경우, 지역에 관한 이해는 높아지지만 일종의 ‘단절감’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기획에서 차철욱 부산대 교수(한국민족문화연구소)의 글이 ‘부산 사람의 기질’을 정면에서 다뤘다. 정리가 아주 잘 된 글이었다. 이 글은 홀로 끝나지 않았고, 장현정 호밀밭출판사 대표(사회학자)의 ‘문화의 기수역 부산’, 심상교 부산교대 국어교육과 교수·희곡작가의 ‘다양한 장르서 만나는 흥’과 내밀하게 연결됐다.

■‘유산-현재’ 발판으로 미래!

부산 중구 상지건축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오! 부산-유산과 미래’ 강연.
전성현 동아대 사학과 교수의 ‘구호·재건의 도시 부산’, 이순욱 부산대 국어교육과 교수의 ‘피란수도 부산과 문화 르네상스’, 우신구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가 쓴 ‘피란의 공간, 착란의 도시’, 유재욱 부산대 건축학과 교수(부산시 건축정책위원장)의 ‘부산 공동체 살리는 살림의 집’ 등도 긴밀하게 이어진다. 이 세 편을 잘 들여다보면, 차철욱 교수가 쓴 ‘부산 사람의 기질’이 훨씬 풍부해지고 입체성을 띤다. ‘단절감’은 사라지거나 줄어든다. 부산이 발 디딘 현재가 유산·과거와 떼려야 뗄 수 없이 긴밀하게 이어져 있음도 강하게 느꼈다. 가마솥에 여러 재료를 넣고 끓였더니, 솥에서 나온 음식은 그물망처럼 연결돼 있었다고 ‘연결과 융합’ 효과를 설명할 수 있겠다.

‘유산-현재’의 고리는 ‘미래’로 직결된다. 홍순연 로컬바이로컬 대표가 쓴 ‘지역의 연결자 로컬브랜딩’, 서용철 부산산업과학혁신원(BISTEP) 원장이 쓴 ‘미래 첨단산업’ 등의 글은 앞서 실린 ‘유산’이라는 바탕 위에서 제시됐고, 그 덕에 설득력과 생기는 높아졌다. 300만 명이 넘게 사는 대도시의 미래 지향이 평지돌출로 불쑥 땅에서 솟을 수는 없다.

강동진 교수는 프롤로그에서 부산 역사 스펙트럼의 확장 가능성도 제시했다. 아마 그 핵심은 ‘1876년 부산항 개항이 근대 개항’이라는 기존 역사 규정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1407년(태종 7년) 이포 개항 때 부산항 연 것을 또 하나의 기점, 예컨대 자주 개항으로 잡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역사학계에서는 이런 목소리에 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개항‘ 자체가 근대 개념으로, 1407년에는 근대라는 틀이나 생각 자체가 없었으니 '자주 개항'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1407년 부산항은 바깥 세상을 향해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는 사실과 논의를 문화적 표현 또는 도시를 표현하는 수사 차원에서 ‘자주 개항’을 포함해 다른 문구로 나타내지 못할 이유는 또 무어란 말인가. 이런 인식 틀을 받아들이면 부산항 역사·문화에 관한 관점과 기술이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라떼’가 아니야

결국,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라는 표현처럼 기고-강연-출판-행사로 이어지는 인문 기획에 꾸준함·지속성·혁신성을 가미하는 시도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점이 결론 가운데 하나다. 그렇게 하면 가마솥에서 한데 끓인 다채로운 요소가 미래를 품을 그물망이 되어서 돌아오는 방식을 다듬어 나갈 수 있다. 에필로그 기사를 위해 지난 23일 만난 상지건축 허동윤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부산에 산 지 60년 되었는데, 이번 기획을 접하고는 부산을 또 한 번 새롭게 인식하게 되어 좋았다. 단편적 접근 또는 ‘라떼’(나 때는 말이야)가 아니라 융합하며 미래로 이어가는 관점이 인상 깊었다”고 평했다. 상지건축은 올해 50주년을 맞아 ‘오! 부산-유산과 미래’를 비롯해 ‘20세기 동시대 미술 in Busan’ 등 인문예술 프로그램을 펼칠 예정이라고 고영란 대외협력본부 상무는 설명했다.

※ 공동기획 : 국제신문, 상지건축

*‘오! 부산’ 강연 일정 blog.naver.com/osangji 참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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