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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91> 낙동강방어선 전투현황 지도(1950.8.27.~9.10.)

6·25 전쟁 당시 유엔군·국군의 ‘최남단 방어선’ 그린 지도

  • 하병엄 부산박물관 교육홍보팀장
  •  |   입력 : 2024-02-26 19:35:49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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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성이 멈추고 한 송이 꽃이 피었네 평화의 화신처럼 나는 꽃을 보았네 거칠은 이 들판에 용사들의 넋처럼/ 오 나의 전우여 오 나의 전우여 이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면 내 너를 찾으리”

1974년 남성 4중창단 ‘블루벨즈’가 부른 ‘전장에 피는 꽃’ 가사 일부다. 가곡풍의 장중한 느낌이 나는 대중가요이지만 필자가 군 생활 당시 군가로도 자주 불렀다.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래됐지만 유엔묘지(부산 남구 대연동 유엔기념공원)를 방문할 때마다 또렷이 떠오른다. 유엔묘지 6구역에 잠든 한국 군인 36명의 묘비명을 본 적이 있다. 모두 1950년 8, 9월 창녕 영산전투에서 희생된 일등병 계급의 젊은 군인들이다. ‘한국 군인이 왜 유엔묘지에 묻혔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출발해 대한민국 운명이 걸린 역사의 한 장면을 포착하게 되었다.

‘낙동강방어선 전투현황 지도’(사진)는 6·25 전쟁 발발 한 달 만에 대구~마산의 낙동강방어선은 유엔군이, 대구~포항 전선은 국군이 아슬아슬하게 지켜내는 장면을 담았다. 북한군은 두 차례에 걸쳐 4개 사단을 투입해 낙동강을 넘어 창녕군 영산면(사진의 ②)에 교두보를 확보한 후 밀양역 방면(사진의 ③)으로 진출하고자 했다. 유엔군 보급로를 차단해 전쟁을 끝내려는 북한군의 무서운 계획이었다. 유엔군은 미 제24사단과 제2사단을 투입했고, 이 부대에 한국 군인을 배치해 치열한 격전을 벌였다.

마침내 유엔군은 낙동강돌출부(사진 속 붉은색 음영)를 탈환해 인천상륙작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 전투 승리로 대한민국은 한반도에서 사라질 절체절명 위기에서 벗어나 후손이 살아갈 평화의 땅을 지켜냈다. 이 한 장의 지도는 ‘6·25 전쟁의 판세를 뒤바꾼 역사에 길이 남을 스토리’를 담고 있다.

다시 유엔묘지 6구역으로 돌아와보자. 이곳에 잠든 한국군 36명 모두 창녕 영산전투에서 희생됐다. 그들은 1950년 7월 이승만 대통령과 맥아더 장군에 의한 구두협정으로 유엔군에 긴급 투입된 카투사(KATUSA) 병사였다.

그런데 이들과 생사고락을 함께한 미군들의 유해는 이미 오래전 미국으로 송환되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펄 벅 여사는 ‘살아있는 갈대’(1963) 에필로그에서 ‘유엔군 전사자들이 묻힌 부산 유엔묘지에 미군이 없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한국인들이 매우 섭섭했을 것이란 생각에 미안해하며, 자국 사람들이 좀 더 지각 있고 이해심이 있었더라면 아들을 전우와 함께 이곳에 남겨두는 것을 명예롭게 생각했을 것이라 했다.

“땅속에서도 외톨이가 되어야만 했던 유엔묘지 6구역의 젊은 용사들이여. 그대들과 생사고락을 같이 한 미군 전우들이 조국의 품으로 돌아간 것에 대해 너무 슬퍼하지 마소서. ‘이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면 내 너를 찾으리’라던 전우도 더 이상 이곳을 찾기 어렵답니다. 세월이 너무 많이 흘렀거든요. 날씨가 좀 더 따뜻해지면 다시 창녕여행을 다녀오렵니다. 창녕박진전쟁기념관, 박진지구전적비, 창녕지구전승비는 세계의 평화가 도전을 받았던 그 당시 당신들의 거룩한 희생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답니다. 아니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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