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뎃잠 노숙 분재 이판사판 진창이네
맨머리 동여매고 달포쯤 죽 쑨 면상
도무지 만발 생채기 꼭지 돌아 농익네.
김보한 시인은 현대판 시시포스(Sisyphus)의 고독을 빚어낸다. 시시포스의 노래를 통해 실존적 삶의 의지를 그려낸다. 겨울은 사계절 중 상실뿐만 아니라, 감내(堪耐)의 기간을 내포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혹한의 한 달여 동안 절망하지 않고 꼿꼿한 길을 걸어가는 ‘비극적 초월’에 대한 철학적 사유가 펼쳐진다. 노숙을 순우리말로 ‘한뎃잠’이라고 한다. 혹한과 맞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적 자화상도 엿볼 수 있다.
‘고독을 저장하며 절망을 추스르며 봄을 기다리는 시간이 겨울’이라 했다. 우리 인생이 갈등의 연속임을 알면서도 그 갈등을 오히려 즐기는 삶이 숨겨져 있다. 탄생과 성장 소멸의 진리를 알면서도 마지막 소멸의 순간까지 할퀴거나 무엇에 긁히어 생긴 작은 상처의 치열한 내력 또한 클로즈업시킨다. 깊은 삶의 내공으로 무르익은 선각자 상을 적극 구현한다.
막다른 데 이르러 어찌할 수 없게 됐을 때 흔히 ‘이판사판(理判事判)’이라 한다. ‘겨울 분재’는 끝장을 보고야 말겠다는 강인한 삶의 의지 역시 담았다.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라고 했던가. 어렵고 힘겨운 노숙의 환경일지라도 이를 극복하고 끝없이 자존감을 피력하는 현대판 시시포스가 살아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