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선경 시인의 열네 번째 시집. 예순을 넘긴 시인이 ‘민화’ 연작시 65편에서 노경(老境)과 삶의 역설을 풀이한다. 웃음으로 표현하고 체관으로 말하려는 삶의 풍경이자 이야기가 펼쳐진다.

희로애락이 굽이치는 삶의 풍경은 시인의 것이며 모두의 것이다. 그래서 ‘민화’이다. ‘민화 45’ 전문을 소개한다. 이 시의 화자 마음이 현재를 사는 우리 마음이다.

“단디는 부적, 어머니가 내게 주신 부적, 집을 나설 때마다 꺼내 주시는 부적, 아주 걱정이 되어서는 아니고, 영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도 아니고, 길 나설 때 차비를 주시듯 건네주시는 부적, 단디, 단디, 단디는 부적, 내가 내 아이들에게 붙여 주는 부적, 길을 나설 때마다 건네주는 부적, 내 어머니에게서 받은 부적을 다시 내 아이들에게 건네주는 부적, 아주 걱정이 되어서는 아니고, 영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도 아니고, 그냥, 단디, 단디, 습관처럼 꺼내주는 부적, 평생을 가슴에 품고 다니다 이제야 효험을 느끼는 부적, 조상 대대로 내려온 부적, 자자손손 대대로 내려갈 부적, 귀에서 귀로 이어지는 부적, 주문처럼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부적, 이제야 가슴속에 자리 잡은 부적, 아주 오래된 부적, 단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