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산문에 남긴 매화 이야기
- 꽃을 아내로 삼은 마니아도

이름난 매화를 보고 왔다, 엄동설한을 뚫고 핀 매화에 감동했다. 매화 사진 촬영 명소는 이곳이다…. 인터넷 공간에 이런 글이 쏟아지면 곧 봄이 온다는 소식이다. 우리가 매화 소식에 솔깃해지는 것은 예부터 내려온 매화 사랑 덕분인 듯하다.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이종묵 교수의 ‘알고 보면 반할 매화’가 조선 문사들의 매화 사랑으로 안내한다.

조희룡(1789~1866), ‘홍매도’, 서울대박물관 소장. 태학사 제공

이 책은 조선 문사들이 시와 산문을 통해 남긴, 매화를 사랑하고 즐기던 이야기를 모았다. 매화 키우는 다양한 방법, 벗들을 불러 한겨울에 핀 매화를 함께 감상하는 매화음, 매화를 벗으로 삼거나 아내로 삼은 마니아들, 조선 5대 명품 매화 등. 조선 매화 문화사가 운치 있는 매화 그림과 함께 활짝 피어나는 책이다.

조선 성리학 수준을 올려놓은 대학자 이황도 매화를 무척 사랑했다. 조선에는 매화를 사람인 양 설정하여 대화를 주고받듯 시를 짓는 전통이 유행했는데, 특히 이황은 매화문답시라는 독특한 양식을 만들어 널리 퍼뜨렸다. 이황은 매화를 매형(梅兄)이라 불렀고, 세상을 뜨기 며칠 전 설사를 하게 되자 “매형에게 불결하니 마음이 절로 편치 못하구나”면서 매화를 다른 곳으로 옮겨 놓게 하고는 며칠 뒤 매화 화분에 물을 주게 한 다음 눈을 감았다는 고사가 널리 알려져 있다. 자기 병보다 매화를 먼저 생각했다니, 그 깊은 사랑이 짐작이 간다.

곤궁했던 화가 김홍도의 매화 사랑도 각별했다. 김홍도가 그림을 팔아 얻은 3000전을 가지고, 평소 사고 싶었던 매화를 2000전에 사고 800전으로 술을 사서 친구들과 매화음을 즐겼다. 조희룡이 1844년 저술한 전기집 ‘호산외기(壺山外記)’에 기록된 이야기다.

매화음은 문인들이 화분에 매화를 옮겨 심고 방 안의 감실에 넣어 잘 관리하여 눈 속에 꽃을 피운 뒤 벗들을 불러 즐기는 것이다.

저자가 마지막 장에서 언급하는 ‘조선의 명품 매화’도 호기심을 부른다. 모두 다섯 가지로, 강희안의 조부 강회백이 젊은 시절 벼슬에 오르기 전에 단속사에 심은 ‘단속사의 정당매’, 일본에 간 사명대사 유정이 중국 상인에게서 구입해 봉은사에 심고 즐긴 ‘사명대사의 정릉매’, 월사 이정귀가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어사(御史) 웅화와 내기 바둑을 두어 얻게 된 홍매인 ‘이정귀의 관동 월사매’, ‘대명매와 대명홍’, ‘삼매당과 사매당’이다.

조선 문사처럼 저자 역시 매화를 사랑한다. 서문에 이렇게 썼다. “이름난 매화를 직접 찾아가 눈으로 꽃을 보고 코로 향을 맡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더욱 사랑하는 것은 옛 글 속의 매화니, 결국 내 가슴속의 매화인 셈이다. 옛글을 통해 내 가슴속에 피어 있는 매화를 보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