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20> 감로도

천상·지옥·현세 한꺼번에 묘사…대한독립 염원 담아 그린 불화

  • 이경희 국립해양박물관 교육문화팀장
  •  |   입력 : 2024-03-06 19:26:44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금용일섭 작가의 원작을 변형
- 일제강점기 금지된 한글 표기
- 화가·제작 시기는 알 수 없어

가장 먼저 봄을 알린다는 매화꽃이 여기저기에서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혹독했던 겨울을 버텨내고 다가올 봄을 알리는 매화꽃을 만나니 선물처럼 반갑다. 여기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은 그림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국립해양박물관이 소장 중인 ‘감로도’.
‘감로도(甘露圖)’라 불리는 불교그림이다.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의미로 그린 그림으로 그 안에 삶과 죽음, 현실과 지옥을 모두 보여주는 조선시대부터 유행하던 불화이다.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감로도’는 우리나라 근대불화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독창적인 작품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22년 부산광역시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박물관 소장 ‘감로도’는 일반 사찰불화와 다르다. 그림 하단에 있어야할 화기畵記(제작시기, 장소, 조성에 참여 또는 기여한 사람의 이름 등 기록)가 없어 제작자를 알 수 없다. 그림을 좀 더 들여다보자. 화면 중앙에는 푸른색 용머리의 화려한 반야용선이 바다를 건너 극락세계로 향하고 있다. 착한 일을 많이 한 사람만이 탈 수 있는 배다. 천국을 향하고 있는 용선 아래에는 영화 ‘신과 함께’에서 본 듯한 지옥장면이 펼쳐져 있다. 지옥문을 들어서는 망자들의 행렬 앞에 날카로운 칼이 심어진 도산지옥(刀山地獄)이 펼쳐지고, 거대한 톱으로 몸이 반으로 잘려나가는 거해지옥(鋸骸地獄), 펄펄 끓고 있는 가마솥 안에서 고통 받는 화탕지옥(火湯地獄 )등 살아생전 죄를 지은 이들에 대한 형벌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지옥세계와 천상세계 사이는 현실세계다. 다양한 의상을 입은 세계 각국 사람이 무리지어 서있고 그 옆에는 조선인·중국인 등 모두 33개 국가명이 한글로 표기되어 있다. 이 ‘감로도’의 배경에는 근대 불교미술의 선구자인 화승 금용일섭(1900~1975)이 일제강점기에 제작한 초본(밑그림)이 있다. 채색 없이 먹선으로만 그려진 초본에는 다양한 국적의 인물들이 특징적으로 묘사되어 있고 33개 국명이 일본어 가타카나로 표기되어 있다. 당시 시대흐름과 세계관이 반영된 새로운 불화양식이다.

‘감로도’는 동일한 구도, 동일한 장면으로 금용일섭의 초본을 충실히 따르고 있지만, 각 인물들 옆에 표기된 국가명을 한글로 바꾸었다. 또 다양한 색상의 민족들과 달리 화면 오른쪽 조선인 남성들은 흰색의 두루마기와 도포를 입고 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민족말살정책의 일환으로 창씨개명, 신사참배와 더불어 흰옷을 금지하는 ‘색의 착용’을 강요했다. 작가는 일제의 이런 ‘색의착용’ 정책에 저항이라도 하듯 백의민족으로서 전통색인 백색을 강조하고 있다. 불교그림인 ‘감로도’ 안에 금지된 한글을 쓰고, 백의를 입은 조선인을 그려 넣음으로써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독립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다가오는 봄, 국립해양박물관을 방문하시어 일제강점기 이름 모를 화가가 대한독립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그렸던 감로도를 찬찬히 감상해 보시길 추천드린다.

※ 국립해양박물관·국제신문 공동 기획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5. 5[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8. 8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9. 9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9. 9[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3. 3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4. 4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5. 5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9. 9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3. 3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4. 4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5. 5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6. 6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7. 7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8. 8“미래대응기금 조성, 교부세 축소 안 돼”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8. 8‘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