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스크린에 현현한 SF고전의 상상력과 정치적 메시지

‘듄:파트2’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4-03-07 19:19:39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듄:파트 2’(2024)는 ‘아라비아의 로렌스’(1962)의 배경에서 펼쳐지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1988), 또는 미래의 ‘햄릿’처럼 보인다. 사막행성 아라키스 원주민 프레멘의 일원이 된 폴 아트레이데스(티모시 샬라메)는 베네 게세리트에 의해 조작된 메시아의 사명을 짊어졌지만, 예지력으로 내다본 비전의 실현이 불러올 가공할 결과를 두려워하며 번민한다. 유목민 전사의 일원으로 녹아들어 평범한 행복을 누리고자 하는 개인 욕망은 가문을 몰락시킨 황제 샤담 4세와 하코넨에 대한 복수, 자신을 예언된 초인 리산 알 가입으로 여기는 숭배자들의 기대와 흘러가는 상황에 의해 좌절된다.
점지된 운명을 아는 선지자는 도리어 앎의 지나침 탓에 자유의지를 상실하고 운명의 노예가 된다는 고전 비극의 얄궂은 역설은 어김없이 적용된다. 요르단 와디럼 사막을 로케이션 삼은 IMAX 촬영의 와이드 앵글은 시각적 경이감 외에 인물의 왜소함과 환경의 광활함, 피사체 간 양극단의 사이즈를 대비해, 아무리 출중한 인물이라도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큰 흐름 안에서는 허공에 내던져진 조약돌과 같다는 숙명론 테마를 조형해낸다.

원작 소설에 비해 제법 많은 각색과 변형이 있다. 하코넨 남작의 최후는 누이 엘리아(사절단 역할을 맡은 데이빗 린치의 ‘사구’(1984)와는 달리 복중 태아인 상태)가 아닌 폴 자신의 손에 집행되고, 하코넨 남작의 조카 페이드 로타(오스틴 버틀러)는 마찬가지로 잔혹한 성품이지만 유능함 대담성, 최면암시라는 비겁한 술수에 의지하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승부하는 전사 카리스마를 각인시킨다. 폴과 이룰란 공주(플로렌스 퓨)의 결혼이 성립되자 정실 대신 첩의 위치로 남아야 할 챠니 카인즈(젠데이아)는 폴과 신앙에 매몰된 동족을 떠나 대립각을 그리며 ‘듄의 메시아’에 기초할 ‘듄:파트 3’의 파란을 예고한다.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충신 투피르 하와트, 마고트 펜링(레아 세두)의 남편으로 페이드마저 제압하는 실력자인 하시미르 펜링의 역할과 비중을 완전히 생략하는가 하면, 대모가 된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의 막후 공작이나 폴이 퀴사츠 헤더락으로 각성하는 등 여러 과정을 과하게 압축하다 보니 감정과 서사의 축적은 급발진과 적절함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한다. 다소 느리지만 유려한 호흡으로 작중 설정과 서사를 풀어가던 ‘듄’(2021)의 우아한 화술을 떠올리자면, 편집의 균형감을 잃은 대신 속도감 있게 내달리는 후속편의 서사적 완성도는 상대적으로 거칠어진 아쉬움을 남긴다.

상당수 가지를 쳐내며 이야기 줄기를 간결히 정리한 드니 빌뇌브는 그로써 영웅적 존재의 등장과 추종세력이 초래할 위험성이라는 메시지만큼은 온전히 살려내고자 한다. 이 시리즈의 핵심은 ‘지상에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시도가 늘 지옥을 만들어 낸다’(칼 포퍼 ‘열린 사회와 그 적들’)는 것이다. 원작자 프랭크 허버트의 문제의식에 충실하고자 한 방향성은 시대의 풍경과 조우하며 모종의 동시대성을 얻는다. 극단적인 반지성주의와 팬덤 정치가 만연하며 민주주의 위기를 경험하는 와중에 스크린에 현현한 1965년 상상력은 미래 파국을 경고하는 우화(寓話)로 다가온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조용히 작품의 중심 잡아주던 사람…‘영원한 별’ 안성기 추억하다
  3. 3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4. 4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5. 5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6. 6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7. 7“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8. 8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9. 9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10. 10[사설] 비타민이라 속여 주사맞혔나…진실 규명 시급하다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3. 3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4. 4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5. 5與, 신천지 가입 정황 확인…후속 조치 주목(종합)
  6. 6李대통령 “늘어난 청소년 자살률…학업문제 등 강력한 대책 찾아야”
  7. 7KTX·SRT 통합, 이재용·최태원 증인채택 두고 여야 신경전
  8. 8강경화 “한미 협의 쉽지 않아” 시인…국힘 “정부, 혈맥 막혔는데 뭐하나”(종합)
  9. 9“부산 情 담은 뮤지컬 ‘당신만이’를 관광 콘텐츠로”
  10. 10국힘 ‘골프 특검법’ 예고하며 공세…주진우 ‘명 끊을 때’ 댓글에 與 격분
  1. 1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2. 2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3. 3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4. 4해양·파생특화 넘어 디지털금융으로…부산 금융도시 고도화
  5. 5해수장관 “내년 북극 시범운항 車운반선 등 확대”(종합)
  6. 6반도체주 추락에 5%대 급락…코스피 간신히 6000선 방어(종합)
  7. 7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심사 개시…사고관리계획서도 상정(종합)
  8. 8광고산업 수도권 집중 심화…“지역업체 살려야”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3일
  10. 10부산이 원했던 금융위원회, 결국 세종으로 간다…지역 반발 거셀 듯
  1. 1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2. 2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3. 3정신건강복지법 개정 갈등 심화…부산지역 심리학과 등 시국선언
  4. 4동명대 스마트해양, 신라대 AI웰라이프, 고신대 AI헬스케어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4일
  6. 6출처불명 선박 ‘뒷기름’ 40억 원어치 유통업자 집유 2년
  7. 7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87> 배우 강석우
  8. 8부산외고 학생들,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감사제
  9. 9“창원시민 필요한 사업 100개 추진할 것”
  10. 10단일 고분자반도체 3진 논리 소자 개발
  1. 1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2. 2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3. 3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4. 4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5. 5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6. 6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7. 7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8. 8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9. 9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0. 10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윤상건-Creature
박지은- little talk-Venic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4일 (음 9월 4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3일 (음 9월 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