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에 뚜렷한 족적 남긴 500명
- 그들이 살아간 시대와 삶 탐구
- 모국어로 민족혼 지킨 시인 백석
- 전쟁의 신 치우천황 등 6권 출간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단군 할아버지가 터 잡으시고 홍익인간 뜻으로 나라 세우니 대대손손 훌륭한 인물도 많아.” 노래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첫구절이다. 100명의 위인과 우리 역사의 흐름을 따라가는 키워드 정도는 얻을 수 있는 고마운(?) 노래다. 100명의 위인뿐이랴. 우리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은 더 있다.

일송북 출판사의 ‘한국 인물 500인’ 시리즈(500권 예정)의 1차 출간분 6권이 나왔다. 왼쪽부터 각각 치우천황, 사임당, 백석 편에 실린 해당 인물 모습. 일러스트 지경애. 일송북 제공

일송북에서 ‘한국 인물 500’을 500권 예정으로 순차로 펴낸다. 인물 선정은 역사 사회 출판 등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한 선정위원회에서 한다. 단군 시대 넘어 신화와 전설쯤으로 전해오는 아득한 상고대부터 20세기 최근 인물과 함께 그 인물과 시대에 정통한 필자를 선정한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 시대와 사회를 살아가는 삶을 들여다보며, 한국인의 정체성을 폭 넓고 심도 있게 탐구한다. 각 권 제목은 ‘나는 누구다’이고, ‘누구’에는 한 인물의 이름이 들어간다.

우선 여섯 권이 나왔다. 고대/치우천황, 근세/사임당, 근세/퇴계, 근세/율곡, 현대/백석, 현대/윤이상 등 여섯 인물이다.

‘나는 치우천황이다’에서는 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이경철이 상고시대 동아시아를 호령하며 황하문명보다 앞선 문명을 낳은 치우천황을 여러 측면에서 살핀다. 고대 연구가들과 함께 치우천황을 연구한 저자는 문헌학 고고학 인류학 민속학 신화학 등에서 폭넓게 치우천황을 파고들며 신화와 뒤섞인 우리 상고사의 실제를 전한다. 민족의 정체성과 21세기 신유목, 첨단 문명시대를 인간답게 이끌어갈 비전을 치우천황에서 찾는다.

‘나는 사임당이다’는 사실에 충실한 정본소설 ‘신사임당’을 펴내 화제를 모았던 이순원 소설가가 현모양처로 신격화된 신사임당 당대의 삶과 실상을 역사·문헌적으로 고증하며 바람직한 인간상과 여성상을 살피는 책이다. 현모양처로 이데올로기화된 신사임당 삶의 실상을 전해준다.

‘보수의 시작 퇴계, 진보의 시작 율곡’ 등과 함께 많은 역사소설을 쓴 박상하 소설가는 ‘나는 퇴계다’ ‘나는 율곡이다’ 두 권을 썼다, 퇴계는 ‘완전한 인간’을 위한 학문 곧 성리학을 왕조정치의 이상으로 구현하고자 몸부림친 큰 선비다. 공자와 맹자처럼 당쟁과 사화로 얼룩진 현실정치를 기웃거리지 않고 은거하며 학문을 닦고 제자를 길러내며 학문과 교육으로 시대의 방향성을 찾는 데 여생을 바쳤다. 율곡은 동·서 사림 양쪽으로부터 핍박받았으나 오직 개혁에 온몸을 내던진 실천으로 나아갔다. 제아무리 지엄한 법률로 정하였다 하더라도 백성을 위한 것이라면 백 번이라도 ‘바꿀 수 있다’고 한 진보주의자가 율곡이다.

‘윤이상 평전’ 등을 펴내며 끊임없이 윤이상을 연구해 널리 알리고 있는 박선욱 시인은 ‘나는 윤이상이다’를 펴냈다. 민족혼과 신명을 서양 현대음악으로 드러낸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의 삶과 음악 세계를 사실적으로 전하며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어도 변할 수 없는 민족의 혼을 둘러보게 한다.

국내 최초로 ‘백석시전집’을 내 백석을 독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 우뚝 서게 한 이동순 시인은 백석의 일대기를 다룬 ‘나는 백석이다’를 펴냈다. 백석은 민족의 심사와 시대 상황을 보석 같은 우리 모국어로 담아 민족혼을 지켜낸 시인이다.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백석의 육성으로 직접 조곤조곤 들려줘 살갑게 내밀한 이야기까지 다 전한다.

500권이 모두 출간돼 서가에 나란히 꽂히면 우리 역사 한 페이지가 궁금할 때마다 펼쳐볼 수 있는 인물 총서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