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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후에도 인간 본성 다루는 연극 계속 만들고파”

정순지 부산시립극단 무대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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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 창단멤버… 제작·연습 등 관여
- 14~16일 정기공연 마지막 연출
- 부산연극 장기적 안목·기획력 필요

부산시립극단 창단(1998년 2월) 멤버, 26년간 극단 역사와 함께한 정순지 무대감독이 오는 6월 정년 퇴임을 앞두고 극단에서 마지막으로 정기공연을 연출한다. 이 공연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오는 14~16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는 그가 직접 연출·각색해 선보이는 만큼 더욱 뜻깊다.

정년퇴임을 앞둔 정순지 부산시립극단 무대감독이 ‘무대 인생’을 돌아보고 있다.
최근 만난 정 무대감독은 “갓 입단할 때만 해도 이렇게 오래 있을 줄 몰랐다”고 환하게 웃으며 “난 평생 연극인이다. 퇴임해도 연극을 떠나진 않을 것이다. 인간 본성과 자유·삶을 다루는 작품을 계속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정 무대감독이 연극과 인연을 맺은 건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재수생이었던 그는 우연히 연극 광고를 보고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전단지를 나눠주고 포스터를 붙이는 등 막내 스태프 일부터 시작했다. 그즈음 지역 대학에 연극영화학과가 개설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진학했다. “대학 재학 중 군에 입대해서도 문선단에서 활동했으니, 연극을 알고부터는 이 세계를 떠난 적이 없네요.”

복학 뒤에는 현실과 꿈 사이에서 방황하며 영화·CF 쪽도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결국 연극으로 돌아왔고, 허영길 연출가(2018년 작고) 주도로 만들어진 극단 레퍼토리시스템에서 연출도 배우기 시작했다. 사투리 구사 능력 덕분에 사투리 쓰는 배우로도 몇 차례 출연했다. 부두연극단 4기로 입단하며 이성규 대표와 맺은 인연으로 2년 정도 연출을 맡기도 했다.

이때 제11회 부산연극제 참가 작품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1993)과 ‘19 그리고 80’(1992) 등을 선보여 호응을 받았다. 그러다 부산시립극단이 생기며 무대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무대감독이라고 하면 무대 진행을 전담하거나 관련 기계를 다루는 전문가라는 인식이 강한데, 그는 제작 진행 연습 등 공연에 필요한 모든 과정에 관여하는 제작 무대감독이다. 입단 뒤로도 ‘망초 꽃 향기’(2009)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2011) ‘자물쇠는 뻐꾸기 소리에 맡겼다’(2018) 등을 연출했다.

그는 “연극을 정말 사랑한다”고 강조했다. 사랑이 가득하니, 현실에서 부딪히는 난관은 열정으로 해결해 왔다. 무대장치가 마무리 안 돼 밤늦도록 혼자 손보기도 했고, 대학에서 교양 강의를 병행했을 때는 학생들이 극장을 찾도록 “리포트 대신 공연 리뷰를 써봐라”는 등의 당근 정책을 펴며 연극 활성화에 애썼다.

이번 정기공연 연출은 시립극단 김지용 예술감독이 정 무대감독에게 건넨 “(퇴임 기념 무대 연출을) 안 하면, 10년 후에 후회할 것”이란 말을 곱씹다 성사됐다.

정 무대감독은 “사람은 충분히 가져도 허무와 욕망을 느끼더라. 그걸 연극으로 해석하고 싶었다. 이번 작품을 포함해 톨스토이 단편집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실린 8편을 ‘사람 시리즈’로 연결해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했다. 본성과 자유를 그린 ‘그리스인 조르바’ 역시 버킷리스트에 있다.

부산 연극을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과 기획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간에 쫓겨 의무감만으로 공연을 만들면 관객도 알아보고 외면합니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최소 1년 정도 준비 기간을 갖고 탄탄히 준비하면 관객도 알아볼 것입니다. 100명 중 1명이라도 연극에 흥미를 느끼고, 작품을 통해 찰나라도 삶을 곱씹어 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좋은 작품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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