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34> 봄나물 재발견

잡풀같던 나물, 들기름 살짝 무쳤더니…봄향이 입안서 팡팡 터진다

  • 최원준 시인 · 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4-03-12 18:24:10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냉이 달래 쑥 돌나물 등 말고도
- 광대의 주름모자 닮은 광대나물
- 이름 민망해도 꽃 예쁜 개불알풀
- 논둑 밭둑에 지천으로 피는 별꽃
- 한국전 기근에 배 채워준 망초 등
- 잡초 취급받는 귀한 봄나물 많아

- 데친 뒤 꽉짜서 들기름 조물조물
- 초고추장·액젓 등 양념 취향대로
- 튀김이나 전도 향 즐기기에 좋아

봄이 되면 생동하는 봄의 기운 따라, 앞다투어 움트는 봄나물이 많다. 냉이 달래 돌나물이 그렇고, 쑥이나 쑥부쟁이 씀바귀도 그렇고, 요즘은 민들레 엉겅퀴도 봄나물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봄나물 밥상이다. 생동하는 봄기운을 향긋한 나물 내음과 함께 맛보는 상차림이 입맛을 돋운다.
얼마 전 봄나물 취재를 위해 경남 산청군 시천면에 들렀다. 봄나물이 슬슬 나오기 시작할 때라 이즈음의 봄나물을 일별하기 위해서였다. 시천면의 어느 ‘약초 나물 뷔페’에서 돌아본 우리 산하의 나물은 다양하고 방대했다.

30여 종의 나물을 된장에 무쳐내고 장아찌로 절여내고 좋은 기름에 튀겨내 먹게끔 준비해 놓았다. 그중에서도 우리 산야에 지천이지만 무심히 지나쳤던, 그냥 잡초이거니, 풀꽃이거니, 독초이거니 했던 식물의 새순으로도 나물로 먹는다는 것을 알았다.

■천덕꾸러기이자 빈궁기 귀한 반찬

경남 산청에서 접한 나물 뷔페. 지리산 일대에서 캔 나물 30여 가지가 먹음직하다.
산이나 들녘, 논둑이나 밭둑, 시골집 주변이나 길섶에 드넓게 자생하는 ‘광대나물‘ 개불알풀’ ‘별꽃’ 개망초’ 등이 대표적이다. 개망초나 광대나물은 논밭을 망치는 잡초로 농부들의 노고를 요구하는 천덕꾸러기이기도 하고, 개불알풀이나 별꽃은 봄이 오는 들녘에 초봄을 알리는 작고 앙증맞은 야생화로 알려졌다. 이 모두는 오래전부터 여러 가지의 나물로 조리해 먹던 풀꽃 중의 하나였다.

우선 광대나물. 광대나물은 꽃을 꽂은 광대의 주름 모자와 닮아 광대나물로 불린다. 묵정밭이나 오래된 집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풀꽃이다. 붉은빛이 도는 자주색 꽃이 피는데, 광대 옷의 목 주변 넓은 카라처럼 생긴 이파리에서 여러 송이의 꽃이 두루 핀다.

코를 파면 나오는 코딱지 같다고 해서 ‘코딱지 나물’로 부르기도 하고, 잎의 모양이 장구 모양이라 경상도에서는 ‘장구 풀’이라고도 불린다. 초봄에 피기 때문에 꽃말이 ‘봄맞이’다. 광대나물은 끓는 물에 나물을 1~2분 데친다. 어린 순을 너무 데치면 물러지기에 바로 건져내 찬물에 씻어 물기를 빼야 한다. 물기 뺀 광대나물에 된장, 다진 마늘, 들기름을 넣고 버무리면 광대나물 무침이다. 광대나물 무침은 고소하면서도 약간 알싸한 맛이 돈다. 식감은 부드러우면서도 아삭아삭한 느낌이다. 봄철 입맛 돌리기에 아주 좋겠다. 부침가루로 전을 부쳐 먹어도 되고 된장국으로 끓여 먹어도 맛있단다.

개불알풀과 꽃
개불알풀은 엄동의 땅에서 맨 먼저 꽃을 피우는 풀꽃이다. 찬바람 속에서도 고양이 발톱만 한 보랏빛 작은 꽃들을 지천으로 피워 올린다. 그래서 반가운 손님 맞듯 봄이 오는 소식을 전한다고 ‘봄까치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앙증맞고 예쁜 꽃을 피우는 이 녀석에게 왜 이다지도 민망한 이름이 붙었을까? 그 이유는 꽃이 지고 나면 꽃자루에 열매가 열리는데, 그 모양이 수컷 개의 생식기를 너무나 닮았기에 그렇다. 그래서 요즘은 ‘봄까치꽃’으로 순화해서 부르자는 이가 많다.

끓는 소금물에 살짝 데쳐서 된장과 다진 마늘 등을 넣고 무쳐서 먹거나 멸치액젓에 고춧가루 마늘 청양초 등을 넣어 짭조름하게 먹는다. 따뜻한 밥에 척 걸쳐 먹으면 밥도둑이 따로 없단다.

별꽃
별꽃도 논둑 밭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이다. 냉이나 민들레처럼 지천으로 피고 지는 풀꽃 중의 하나. 약성이 강해 동서양을 막론하고 식용이나 약용으로 널리 쓰여왔다. 흉년에는 밥 지을 때 함께 넣어 밥을 늘려 먹던 식재료이기도 하다. 전라도에서는 ‘곰밤부리 나물’이라 하여 이른 봄철 즐겨 먹었단다. 3월 초순에 나는 어린 잎은 겉절이나 샐러드로 먹으면 풋풋한 풀냄새와 봄내음을 즐길 수 있다. 맛은 새콤하면서도 담담하다. 살짝 데쳐서 된장 초고추장 초간장 등에 무쳐 먹기도 한다. 된장국에 넣어 끓여 먹으면 냉잇국만큼이나 봄의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단다.

망초
망초는 어느 곳이든 빈터만 있으면 싹을 틔워 무성하게 군락을 이루는 풀꽃이다. 봄이면 한 줄기로 길게 자라 달걀 프라이 같은 꽃을 피운다. 일제강점기 일제가 조선에 철도를 부설할 당시 철도 침목에 섞여 들어온 외래식물이다. 이 때문에 일제가 나라를 멸망케 하려고 퍼트린 잡초라며 ‘망초(亡草)’ ‘망국초(亡國草)’ 개망초로 불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광대나물과 꽃
이 망초는 한국전쟁 이후 기근 속 서민이 끼니를 속이기 위해 무쳐 먹던 나물이기도 했다. 종전 이후에도 한참 동안을 춘궁기에는 이 망초로 나물과 국거리로 했단다. 요즘도 시골의 노인들은 찬이 변변찮을 때 망초를 뜯어 나물로 해 먹는단다. 망초를 ‘담배 나물’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마치 담배 냄새와 비슷한 향이 나서이다. 옛 사람들은 이 망초를 데쳐서 오랫동안 우려내도 담배 냄새가 쉬 빠지지 않았다며 그 시절을 기억하기도 한다.

광대나물 개불알풀 별꽃 망초…. 이들 나물은 된장이나 초고추장, 액젓과 조선간장 등 각자의 취향에 맞게 어떻게 무쳐 먹어도 맛있다. 단, 간과 양념은 세지 않도록 해서 먹어야 한다. 나물마다의 고유한 향과 맛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엄동 뚫고 싹 틔운 건강한 나물들

잔뜩 쌓은 광대나물을 데치려고 가마솥에 물을 데우고 있다.
이 나물들을 들큰한 들기름에 조물조물 무쳐 밥에 얹어 먹어도 좋고 비벼 먹어도 좋다. 된장국으로 끓여 먹으면 구수하면서도 향긋한 봄나물의 향취를 느낄 수도 있다. 엄동 뚫고 싹을 틔워 생명의 기운을 가득 품고 있는 이들이기에 어떻게 먹든 건강한 음식일 수밖에 없겠다.

또 새 봄이 왔다. 우리의 선조들은 봄이면 산과 들판에 지천으로 피어오르는 풀꽃조차 허투루 여기지 않고 다양하게 조리해 먹었다. 제철에 흔하게 나는 풀꽃들로 겨우내 움츠러든 몸을 깨우고 또 새로운 한 해를 준비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여러 이유로 우리의 나물 식재료들이 들판의 흔한 잡풀로 여겨지고 있다. 한때는 우리 주변으로 지천으로 널려있는 나물들. 이제는 외면하면서 잊히고, 잊힘으로써 잡초가 되거나 이름 모를 풀꽃이 되었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을 익힌 후 새로운 것을 알아야 제대로 된 삶이 담보된다. 음식이나 음식문화 또한 다르지 않다. 우리의 먹거리도 우리 삶의 기록이다. 인류의 음식 섭생은 시대가 변한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며, 과거와 현재를 함께 취해야만 되는 또 하나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4. 4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7. 7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8. 8“‘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9. 9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10. 10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1. 1“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2. 2“‘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3. 3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4. 4李 “부마와 5·18정신, 헌법에 담아야” 국회 논의 촉구
  5. 5김민석 ‘조희대 탄핵’ 밀어붙이나…국힘 “강행 땐 李 마지막 날”
  6. 6국감 후반 ETF·부동산 사찰 의혹 쟁점…김현지 증인 채택 두고는 여야 신경전
  7. 7김민석 “임기 동안 부산 직할 각오…뿌리 안착 숙제”
  8. 8추미애 “사과 바라니 사과한다” 발언에 국힘 “사퇴 바라시니 사퇴하라”
  9. 9[속보]김민석, 지역축제 중 무대인사 관련 사과…"불편 끼쳐 죄송”
  10. 10울주군의원 의정비 8.3% 인상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돌아온 ‘캪틴큐’, 한정판 위스키…편의점 취향저격 ‘酒목’
  4. 4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5. 5리밸런싱 유예 ‘부메랑’…국민연금 100일새 182조 증발
  6. 6우리 아이 가을 옷 고민 끝…신세계센텀, 키즈웨어 팝업
  7. 7국제선 유류할증료 또 인상
  8. 8‘AI 드론’으로 참치떼 찾는다…수산업 AX 대전환 본격화
  9. 9“HBM(AI 반도체) 패키지 경쟁은 얼마나 많이, 덜 손상시켜 붙이느냐의 싸움”
  10. 10기후부 지원금 다른 잣대…변전소 되고 발전소 안 되고
  1. 1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2. 2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3. 3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4. 4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5. 5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6. 6부산 서구 산복도로 노후 주택가 주차난 환경개선 3곳 추진
  7. 7[한 손 뉴스] 12·12 때 숨진 김오랑 중령, 고향 김해에 추모공원 조성
  8. 8“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9일
  10. 10‘법조 파트너’ 격상돼 로펌행…수사정보 유출 ‘카르텔’ 우려
  1. 1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2. 2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3. 3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4. 4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5. 5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6. 6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7. 7[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8. 8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9. 9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10. 10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5일 (음 9월 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