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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의 신간돋보기] 박주영 판사 개인 삶의 흔적 外

  •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4-03-14 18:32:42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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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영 판사 개인 삶의 흔적

- 괄호 치고/박주영 산문집/모로/1만8000원

도합 102년 형량을 선고하며 일명 오프라인 N번방 사건 피고인들을 엄벌하고, “당신 잘못이 아니”라며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등 특이한 양형을 쓰는 따뜻한 판사로 알려진 박주영 판사의 산문집. 국가기관으로서 공적 의사를 드러내야 하는 저자가 자신만의 전투를 치르고 돌아와 괄호를 여닫으며 남긴 사적인 삶의 흔적이다. 판사로 임용된 2006년부터 최근까지 법정 안팎에서 보고 듣고 읽으며 쓴 메모와 칼럼이다. 사랑 삶 이별 등 다양한 주제의 글에 삶과 세상에 대한 차가운 성찰과 바른 태도가 담겼다.


# 나를 성장시킨 여성들의 이야기

- 소녀 취향 성장기/이주라 지음/산지니/1만8800원

‘소녀 취향’은 사랑 하나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판타지 또는 유치한 취향으로 간단히 폄하하는 말처럼 들린다. 문화평론가인 이주라 원광대 교수는 이런 시선에 맞선다. 이 책은 국내외 소설 드라마 영화 22편을 꼽아 여성 시선으로 살피고 있다. 이 작품들에서 소녀는 성장하며 정체성을 형성하고, 여성은 사랑의 관계 속에서 주체성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은 마침내 자신을 둘러싼 세계와 조우하고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사유한다. 취향과 정체성을 형성하고 우리를 세계와 만나도록 한 ‘소녀’들의 이야기다.


# 쓸모없는 것들서 찾은 두근거림

- 세상의 두근거림은 다 어디로 갔을까/손영희 시조집/시인동네/1만원

2003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손영희 시인의 신작 시조집. ‘불룩한 의자’ ‘소금박물관’에 이어 세 번째이다. 오늘의 시조시인상, 이영도시조문학상 신인상, 중앙시조대상 등을 받은 저자는 쓸모와 효용성의 이데올로기가 주변화한 것에 주목한다. 세상은 합리성과 이성의 잣대로 “세상의 두근거림”을 버렸으며, 우리는 그런 일에 익숙해지고 있다. 저자는 쓸모없어 보이는 것 속에 희미하게나마 남은 “두근거림”의 힘을 찾는 일에 매진한다. 그의 시조엔 근대성이 버린, 쓸모없는 것들의 고귀한 목록이 있다.


# 지렁이의 삶, 궁금하지 않나요

- 지렁이의 불행한 삶에 대한 짧은 연구/노에미 볼라 지음/김지우 옮김/단추/3만8000원

찰스 다윈은 지렁이를 좋아했으나 대중의 관심을 받게 하는 데에 실패했다. 감각 있는 그림으로 주목받는 이탈리아의 일러스트레이터 노에미 볼라가 다시 도전한다. 그는 어릴 적부터 지렁이를 계속 그렸고, 마침내 지렁이의 삶에 대한 위트 넘치고 유머러스한 탐구 그림책을 냈다. 지렁이의 식습관 서식지 천적 등 사실적인 내용부터 불의의 사고로 몸이 두 동강이 난 지렁이의 사연에 이르는 픽션 같은 내용까지 담고 있다. 이 책은 좋아하는 것을 깊이 관찰하고 상상해 본 예술가의 기록이면서 동시에 우리 삶의 은유다.


# 괴산 할머니들이 쓰고 그린 삶

- 얘들아 걱정 마라 내 인생 내가 산다/괴산두레학교 엮음/삼인/1만7000원

충북 괴산두레학교 할머니들이 쓰고 그린 인생 이야기. 괴산두레학교는 배울 기회를 놓친 분들이 모여 공부하고 그 배움을 나누고 실천하는 교육공동체로, 2014년 할머니들의 글을 모아 책을 만들기 시작해 지난해 열 번째 시화집을 냈다. 이 책은 지난 10년 동안의 시화를 골라 엮었다.

60대 후반에서 90세가 넘은 일흔아홉 분의 할머니, 네 분의 할아버지가 쓰고 그린 121편의 시화이다. 꾹꾹 눌러 쓴 글자와 그림을 따라 그리듯 조심스레 쓴 글씨, 비뚤비뚤 알아보기 어려운 글자, 무심한 듯 그려 넣은 그림에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 강진 비색청자의 흥망성쇠

- 깨달음의 빛, 청자(전 2권)/정찬주 장편소설/불광출판사/각권 1만8000원

고려 인종 1년 사신으로 온 송나라 문신 서긍은 고려청자의 비색(翡色)과 제작 기술을 칭찬했다. 북송 휘종 황제도 고려청자를 으뜸으로 칭했다. 남송 선비 태평노인은 저서 ‘수중금’에서 세상 최고인 것만을 소개한 ‘천하제일’ 편을 썼는데 청자는 고려비색, 벼루는 단계 벼루, 비단은 촉의 비단을 꼽았다. 청자는 1000여년 전 한류였다. 고려는 물론 중국 일본에서 최고 명품으로 꼽히며 누구나 소장하고 싶은 귀물이었다. 이 고려청자의 시원이 강진청자이다. 강진청자를 주인공 삼아 청자의 흥망성쇠를 다룬 소설.


# 삶·죽음 이해한 소녀의 성장기

- 애니의 노래/미스카 마일즈 글/피터 패놀 그림/이승숙 옮김/도토리나무/1만5000원

“태양은 아침이 되면 땅의 끝자락에서 떠올라 저녁에는 반대쪽 땅의 끝자락으로 돌아가지.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땅에서 와 결국, 다시 땅으로 돌아간단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나바호 인디언. 살아 있는 모든 건 땅에서 나와 땅으로 돌아간다는 자연 순리를 깨닫고 삶과 죽음을 이해하는 인디언 소녀 애니의 성장을 담아낸 그림책.

여든 권이 넘는 그림책을 냈고, 칼데콧 아너상을 세 차례 수상한 피터 패놀은 검은 펜화에 군데군데 땅 빛깔로 채운 일러스트를 그렸다. 차분히 할머니와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애니의 마음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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