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직업’으로 한국영화 역대 흥행수익 2위를 기록한 이병헌 감독의 신작 시리즈 ‘닭강정’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상업영화 데뷔작 ‘스물’ 전에 나온 독립영화 ‘힘을 내요. 병헌 씨’와 단편들까지 모든 작품을 챙겨 봤을 만큼 그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있었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코미디’란 장르를,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유지하며 고집스럽게 이어가는 귀한 존재다. 어쩐지 한국영화에서 ‘코미디’는 액션·느와르·멜로·스릴러·호러 등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끼얹는 만능양념 정도로 여겨지는 듯했다.
신파를 얄밉도록 요리조리 피해 가는 모습도 신선했다. 안타깝게도 전작 ‘드림’에서는 아이유와 박서준을 내세우고도 특유의 코미디가 빛을 발하지 못했고 신파를 못 피했다. 아무래도 홈리스 월드컵이란 사실을 기반으로 한 이야기라 부담이 컸을 것이다. 그리고 드디어 공개된 ‘닭강정’은 이번에는 누가 뭐래도 내 멋대로 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면서 평가 역시 극단적으로 호불호가 분명하게 나뉘고 있다.
의문의 기계에 들어간 딸이 닭강정으로 변하는 설정부터 일단 개연성 따윈 가볍게 무시한다. 개연성·핍진성의 빈자리를 맥락 없는 말장난과 몸 개그로 채운다. 그런 순간이 난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이없게 터지는 실소도 웃음이라는 자세로 만든 것 같다. 시청률 1% 걸작으로 소수를 열광시킨 그의 드라마 ‘멜로가 체질’ 재평가를 대놓고 호소하는 장면은 다소 뻔뻔하게 느껴지지만 하필 그 1%에 속해 있어 나는 공감해 버리고 말았다. 아쉬운 점은 얼마든지 나열할 수도 있지만, 1화에 나오는 대사 ‘이상해… 계속 보게 돼’를 되뇌이며 끝까지 따라가게 된다.
묘한 중독성을 지닌 드라마다. 음식으로 치면 ‘닭강정’ 같다. 삼계탕·백숙처럼 영양가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후라이드·양념 치킨처럼 든든하지도 않지만 대체될 수 없는 달디 단 닭강정 맛처럼 맥락 없이 터지는 장면이 시시때때로 떠오른다. 취향에 따라 누군가에겐 견딜 수 없는 고문일 수 있고 중도포기하는 이도 속출하는 듯하지만 분명 ‘세상에 없던 신계념 코미디’라는 홍보문구는 확실히 지켰다. 이런 코미디, 듣도 보도 못했다. 이병헌 감독이 작정하고 선보인 가공할 뻔뻔함을 힘껏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