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파묘’ 역사와 상처, 씻김굿으로서 한국영화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4-03-21 19:06:52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파묘’(2024)에서 상덕(최민식)과 영근(유해진)은 쇠말뚝을 찾기 위해 묫자리를 파헤치다가, 나중에 관 속의 오니(鬼) 자체가 지맥을 끊는 말뚝 역할을 했다는 진실을 마주한다.
요즘 극장가에서 가장 큰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파묘’ 한 장면.
도시 전설로 판명 난 일제의 쇠말뚝을 모티브로 가져온 것이 단지 항일 기조로 관객의 민족주의에 호소한다는 일차원적 발상의 발로는 아닐 것이다. 연출 관점에서 본 ‘파묘’는 거칠고 성긴 극의 국면 전환, 편의적인 보이스오버로 형식적 세련미를 희생하는 결점을 감추지 못하나, 그럼에도 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 우리 안에 그어진 채 남겨져 끝내 치유되지 못한 어떤 ‘상처’를 대면하려는 의도가 엿보였기 때문이다. 망가진 과거의 망령은 산 자의 현재를 옥죈다. 뛰쳐나온 친일파의 망령은 후손마저 해치려 하고, 파헤친 묫자리 더 깊숙한 곳에는 500년 전, 임진왜란에도 참전했을 사무라이의 원령이 봉인돼 있다. 영화에서 인상 깊은 순간은 선 채로 파묻혀 흉물스러운 모양새를 한 관의 수직적 이미지에서 드러난다. 묻힌 채 보이지 않았고, 다들 외면하고 있었지만, 깊숙한 곳에 살아남아 이면에서 실체적 힘을 발휘하는 그것은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겨진, 응어리진 역사의 상흔(傷痕)에 다름 아니다.

영화를 보는 도중 봉준호의 ‘괴물’(2006)을 떠올렸다. 장재현 감독이 묫자리 밑바닥을 파헤친다면, 봉준호는 한강 수면 아래와 지하수로에 웅크린 채 도사리고 있을 무언가를 응시한다. ‘풍경이 생기면 곧 그 기원은 은폐’(가라타니 고진)되지만 ‘무릇 감추어진 것 치고 드러나지 않는 것은 없’(장자)기 마련이다. ‘괴물’과 ‘파묘’는 ‘탈은폐’(aletheia)의 영화다. 두 영화는 깊이감이 부각되는 공간의 수직 이미지에 초점을 맞추며 감춰져 있던 것, 들춰내길 꺼려해 온 무언가를 표면 위로 끌어내 올린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일제강점기에서 해방 직후 혼란과 전쟁을 거쳐 산업화·민주화 그리고 자본주의 극단화로 치달은 현재까지, 한국 근현대사란 다른 국가가 200여 년 거치며 겪은 과정을 절반 남짓한 시간에 압축한 폭력의 역사다. 현재 우리 세상은 바로 그 폭력의 결과다. 묻히고 잊힌 것이 어디 일제 잔재뿐이겠는가? 미군부대에서 방류한 포름알데히드부터 한강에 투신한 자살자 시신까지, 한국사회가 발화(發話)를 억눌러 감춰온 것은 지하로 흘러들어 괴물을 먹여 키운 자양분이 된다.

오니와 괴물은 억압된 것의 귀환이다. 폭력의 역사가 잉태한 괴물은 폭력 형태로 돌아와 진실을 폭로한다.

영화가 객관적 진실을 온전히 재현하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현실의 정서적 풍경을 드러낼 수는 있다. 그것이 대중의 징후를 겨냥하는 순간 무시무시한 위력의 폭발이 일어난다. ‘서울의 봄’(2023)에 깔린 정념 또한 해결하지 못한 채 남겨진, 일그러진 역사의 모순과 응어리를 마주하는 무기력함이라는 점에서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과격하게 말하자면 한국영화는 무수하고 다양한 결의 폭력, 불우함으로 점철된 역사현실의 산물이고, 극장은 거국적 씻김굿의 장이 된다. 언제쯤 한국사회는 해원(解冤)에 이를 수 있을까? 그 이후의 한국영화를 우리는 과연 상상할 수 있는 것일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2. 2“한국 핵 잠수함·전작권 전환, 美 민주 승리로 제약 커질 듯”
  3. 3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4. 4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5. 5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8. 8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9. 9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10. 10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3. 3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4. 4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5. 5곽규택 “산은, 대한항공이 통합 LCC 부산 설립 거부시 호반지원해야”
  6. 6신천지 의혹 역풍 휩싸인 김민석…계파갈등 격화(종합)
  7. 7전재수 시정 첫 행감…국힘, 기관장 인선 등 파상공세 예고
  8. 8부울경 全 국회의원 회생촉구 서명…노동청, 지광 출석 요구
  9. 9양당 모두 400억 토해낼 위기..선거법 개정 화두로
  10. 10“왜 사회적 지탄 대상 되려하나” 김대식, 지광에 회생 동의 촉구
  1. 1‘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2. 2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3. 3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4. 4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5. 5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6. 6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7. 7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8. 8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9. 9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0. 10부산 ‘에이지테크’ 해외 노크…日 시니어 시장 진출 길 열어
  1. 1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6일
  7. 7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8. 8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9. 9김해·전주시장 “특례시 기준 낮춰달라”
  10. 10“日 15% 수익보장” 주식리딩방 사기…4억 넘게 가로채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3. 3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4. 4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5. 5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알쏭달쏭 한자어 오독 소동 外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장 마리 해슬리-Gymnopedies(짐노페디)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극락암 벚나무 /홍종원
곰 두 마리 /황인숙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5일 (음 9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4일 (음 9월 2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깊어가는 가을에 밤하늘 별을 읊은 이덕무의 시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