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밤바람은 제법 쌀쌀하지만, 4월이 왔다. 바람에 꽃잎이 흩날리기 시작할 때 미나리, 도다리, 알이 뽈똑 찬 쭈꾸미 같은 제철음식처럼 긴 겨울 지나느라 움츠러든 마음에 온기를 더하기 위해 챙겨 들어야 할 제철 봄노래들이 있다. ‘벚꽃엔딩’처럼 원치 않아도 듣게 되는 노래 말고 어쩌면 생소할지도 모를 봄노래들을 소개하려 한다.
원호의 첫 번째 정규앨범 ‘The Flower Time Machine’에 실린 ‘봄비’는 무려 12분 14초의 대곡으로 한국적인 70년대 감성의 프로그레시브 록이다. ‘봄비가 내리면 모든 의미 없는 것들이 모두 모두 씻겨나가길…’ 가사처럼 새로 시작되는 계절을 맞는 마음으로 깊이 음미한다면 소중한 12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 신중현이 만들고 김추자 박인수가 부른 동명의 노래 ‘봄비’처럼 한국대중가요 명곡으로 기억되리라 믿는다.
부산 록 밴드 미역수염의 ‘환절기’는 대구 제임스레코드에서 제작한 컴필레이션 앨범 ‘오늘도 안녕을 비네’에 실린 곡이다. 정규 앨범 곡들과는 분위기가 다소 달라 컴필레이션 앨범을 통해 발표했다는데, 역시 미역수염 특유의 몽환적이고도 강렬하고 묵직한 사운드가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미역수염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곡이다. 현재 미역수염은 다음 정규앨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는데, 또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아주 그냥 궁금해 미쳐버리겠다.
이 맘 때면 절로 머릿속으로 자동으로 재생되고 흥얼거리게 되는 부산 뮤지션 김신영의 노래들을 추천한다. 7년 전, 2017년 4월 1일 만우절에 세상을 떠난 김신영의 노래들은 ‘아무 말 없이 A Tribute To Shinyoung’, ‘부산아들-계절의 순간’ 두 장 앨범으로 사후에 발표됐다. 딱 이 맘 때 세상을 떠났기에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이유도 있겠지만, 두 앨범 모두 푸릇푸릇한 봄 냄새가 가득한 봄 노래. 봄의 캐럴들로 가득하다.
‘송정’에선 봄 바다에서 불어오는 소금기 머금은 봄바람이 생생하다. ‘불빛’,‘안녕’,‘편지’, ‘산과들’그리고 이호석이 다시 부른 ‘바람’ 등 김신영은 계절의 순간마다 함께할 것 같은 강렬한 예감이 드는 노래를 선물로 남겼다. 딱 제철이니 잊지 말고 챙겨 듣기로 약속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