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서 영문학 가르친 인문학자
- 뮤비에서 엘리엇의 시 접목하고
- 가사 속 예이츠 시각 발견하기도
- BTS 음악·예술 세계 촘촘 분석

“나 같은 기성세대가 뒤늦게 BTS(사진)에 입덕하는 순간 너나없이 마주하게 되는 첫 번째 ‘놀람’은 ‘BTS 현상’이다. 수많은 그것도 압도적인 수치로 맞닥뜨린 BTS 현상을 보며 ‘이게 뭐지? 이 지경, 아니 이 경지인데도 왜 난 모르고 있었지, 왜 내 눈엔 들어오지 않았던 걸까’. 방탄에 입덕한 사람들이 흔히 그렇듯 방탄의 과거와 현재를 파 들어가는 ‘덕후 과정’을 밟게 된다.”

국제신문 DB

63세에 BTS에 빠져 아미가 된 인문학자 박경장의 고백이다. 그는 20년간 대학에서 영문학과 영미 문화를 가르쳤고 서울역 노숙인 인문학 과정인 성프란시스대학에서 16년 동안 글쓰기 수업을 담당하고 있다.

‘BTS, 인문학 향연’은 저자가 BTS의 음악과 예술을 인문학적 해석과 분석으로 촘촘하게 엮은 책이다. 저자는 한류를 연구하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BTS에 푹 빠져버렸다. 처음 몇 주는 하루에 10여 시간, 한 달 뒤에는 3~4시간씩 유튜브를 뒤지고 다니며 음악을 들었다. 그러다가 결국 아미가 되었고, BTS 음악을 본격적으로 인문학적 시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잠깐 발을 담그려 했다가 그만 목까지 잠기고 만 것이다.

“BTS의 ‘에피 퍼니’는 조이스 소설 미학의 핵심 이론이고, BTS의 ‘시차’는 소설의 끝이라고 평가되는 조이스의 대작 ‘율리시스’의 주요 유도동기 중 하나다. BTS 뮤비들을 짜나가는 서사와 구조에서 조이스의 ‘내적 독백’과 ‘의식의 흐름’ 서술 기법을 수없이 마주쳤다. 방탄의 강물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BTS 음악에서 내 석박사 논문이 소환되니 어찌 목까지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60대 인문학자는 제임스 조이스를 비롯한 영문학 대가의 작품을 BTS의 음악과 뮤직비디오, 노래 가사에 줄줄이 소환한다. 대부분 뮤직비디오에서는 엘리엇의 시, ‘황무지’에서 보여주는 영화적 몽타주 기법을 발견하고 짚어냈다. 또, 심리학 이론을 시로 승화한 예이츠의 시각으로 BTS 음악을 살펴보기도 한다. (물론 제임스 조이스, 엘리엇, 예이츠를 모른다고 해도 BTS를 사랑하는 데는 지장 없다. BTS의 음악이 그런 세계를 담고 있다니, 더욱 뿌듯하다!)

저자는 BTS의 데뷔 앨범부터 마지막 앨범까지 거의 전부를 아우르며 BTS 음악을 통시적으로 살펴보았다. 노래 하나하나마다 가사와 리듬, 뮤직비디오에 이르기까지 꼼꼼히 다루었다. 신화와 문학, 영화, 심리학 등을 아우르는 저자의 지적 상상력이 BTS의 음악 세계와 만나 인문학 향연을 펼친다. BTS에 푹 빠진 사람이며 동시에 문화연구자인 저자가 책 말미에 속내를 털어놓는다. “이 책을 쓸 때, 이전에 BTS에 관해 국내에서 출간된 어떤 책도 참고하거나 보려 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인문학자로 살아온 내 학문의 골방에서 BTS와 내밀하게 만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