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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96> 통일신라시대 뼈항아리

경주 중심으로 화장 유행… 화려한 문양의 유골함 많아

  • 박정욱 부산박물관 문화재조사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4-04-08 18:54:18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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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무덤을 둘러싸고 풍수사와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크게 인기를 끌었다. 영화에서 보듯이 무덤은 단순히 죽은 사람의 자리나 시설물이 아니라 죽음과 관련된 하나의 통과의례이자 장례문화다.

부산박물관 동래관에 전시된 뼈항아리. 부산박물관 제공
우리나라에선 유교 영향으로 시신을 관에 넣어 땅속에 매장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1990년대 이후 묘지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면서 화장(火葬)이 보편화되었다. 불과 30년 만에 우리나라 사회에 깊숙이 자리 잡은 화장 문화는 역사와 문화사 관점에서 보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놀랍게도 최근 연구를 통해 신석기시대에도 화장과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는 점이 밝혀졌다. 경남 진주 상촌리유적에서 출토된 토기는 시신을 화장한 후 남은 뼈를 담았던 독무덤(옹관)으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유골함이다. 그때부터 지배층을 중심으로 거대하고 웅장한 무덤을 만들고 부장품을 넣어 권력을 과시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청동기시대 고인돌이나 경주 대릉원, 부산 연산동 고분군 등 높은 봉분을 가진 삼국시대 무덤이 대표적이다.

통일신라시대에 이르러 불교의 전래와 확산을 계기로 장례문화가 큰 변화를 맞는다. 거대 무덤을 만들며 현세와 같이 부귀영화를 누리기를 바라던 것에서 육체가 불을 통해 영혼이 분리되어 다시 돌아온다는 윤회적 불교사상이 들어오면서 지배층 장례 의식을 변화시켰다. 그 증거가 화장한 후 유골을 담아 화장무덤에 매장할 때 사용한 그릇, 바로 뼈항아리(골호)다.

뼈항아리는 대부분 흙으로 구워 만든 토제품을 사용했는데 처음에는 일상에서 쓰던 생활토기나 무덤에 껴묻는 부장토기가 많았다. 이후 불교문화가 성행하면서 오로지 화장무덤만을 위한 전용(專用) 그릇이 만들어진다. 특히 표면에 당시 유행하던 도장무늬(인화문)가 화려하게 장식되고 탑모양, 연꽃모양 등의 꼭지를 가진 뚜껑을 사용하여 불교적인 아름다움이 두드러진다.

부산박물관 동래관에는 네 점의 뼈항아리가 전시되어 있는데 그중 유일하게 뚜껑이 달린 뼈항아리가 있다. 이 유물은 부산박물관이 직접 발굴한 연산동 고분군 화장무덤에서 출토됐다. 입구가 길고 좁은 병 모양이며 둥근 무늬가 화려하게 찍혀있는데 연구에 따르면 8세기 중엽에 제작되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5~6세기에 조성된 거대 무덤인 연산동 고분군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신라 왕경인 경주를 중심으로 유행하던 불교식 화장무덤이 부산까지 확산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부산박물관에서는 부산 고대사를 대표하는 복천동, 연산동 고분군은 물론이고 통일신라시대 장례문화의 상징인 뼈항아리도 만날 수 있다. 포근한 기운이 완연한 봄날, 부산박물관을 찾아 당시 장례문화의 역사적 흐름과 이를 변화시킨 불교문화를 생각하며 관람해보면 그 의미가 남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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