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일 시인 210편 詩 수록

박태일 시인의 첫 시선집.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마흔세 해 동안 우리말의 결과 가락을 잘 살려 온 박태일의 시 세계를 볼 수 있다. 1984년 ‘그리운 주막’부터 ‘가을 악견산’ ‘약쑥 개쑥’ ‘풀나라’ ‘달래는 몽골 말로 바다’ ‘옥비의 달’을 거쳐 2023년 ‘연변 나그네 연길 안까이’까지 일곱 권의 시집에서 30편씩 골랐다.

푸릇한 청년에서 노년으로 올라서기까지 줄기차게 펼쳐 나온 총 210편의 시가 수록됐다. 생활세계의 구체적인 경험 현실에 뿌리내린 채 삶과 죽음, 개인과 역사, 서정과 서사 사이의 떨어진 거리를 때로는 팽팽하게 때로는 거칠게 품어 안고 뒹군 언어적 고투와 방법적 탐색이 유려하다.

표제시 ‘용을 낚는 사람들’은 두만강 줄기 연변겨레자치주 재중겨레의 삶과 오늘을 품는다. 전통 농본주의사회에서 근대 산업사회로 격동하는 가운데 다시 나라 바깥으로 떠밀리고 쫓겨나 비극적 행로로 가뭇없이 떠내려간 이름들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박태일은 ‘시선집을 엮으며’에서 “나이 일흔에 다시 신끈을 묶는다. 남은 삶자리에서는 더 뜻 있는 시, 필요한 시, 오롯한 내 시를 쓰기 위해 마구 긴장할 수 있기 바란다”며 시를 향해 멈추지 않고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