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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97> 경상도좌수영관아배설조사도

조선 수군 해산된 구한말, 좌수영 배치도를 왜 그렸을까

  • 안해성 부산박물관 문화재조사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4-04-15 19:32:45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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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 경상좌도 수군절도사영은 부산 수영구에 있었으며, 경상좌수영 또는 좌수영(이하 좌수영)이라고도 한다. 경상도좌수영관아배설조사도(慶尙道左水營官衙配設調査圖·사진)는 좌수영 관아 배치를 상세히 그린 지도이다.
성곽과 건물은 검정색, 도로는 붉은색, 우측 모서리에는 수영강을 그렸다. 조선 시대 관방지도는 생략과 과장이 뒤섞여있고, 관아 위치 또한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지도는 좌수영 성곽의 평면과 도로 위치가 정확하고 관아는 이름까지 붙여 가며 그렸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

이 지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작 시점이 중요하다. 지도가 만들어진 시기는 대한제국기(1897~1910)로 추정된다. 성곽, 도로를 그린 선이 서양의 토지 측량 기술이 도입된 이후 작성된 지적도와 일치하기 때문이다. 제작자는 지적도를 베껴 성곽과 도로를 그린 뒤 관아를 그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근대적 토지 측량이 시작된 1899년 이후가 유력하다.

1895년 7월 대한제국 제140호 고종의 칙령으로 좌수영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데, 그렇다면 수군이 해산된 이후 이 지도를 왜 그렸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이 지도가 만들어진 배경을 살펴보면 이에 관한 실마리가 풀린다. 수군 해산 이후 국유재산인 좌수영은 동래부로 넘어간다. 명목상으로는 서울의 탁지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관리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질적인 처분 권한은 동래부사에게 있었다. 대부분 공식 절차를 생략한 채 동래부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처분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사례로 1897년 동래감리 겸 부윤이었던 이종직의 머슴에게 관아 일부가 넘어가기도 했다. 공식적인 절차를 거쳐 허가를 얻은 경우도 있었다. 1908년 민족 개화를 지향했던 동래기영회는 좌수영 관아 일부를 빌려 동명학교를 설립했다. 동래기영회는 동래부 무관들의 모임으로 무관 중에는 좌수영 출신 무관도 속해 있었다. 좌수영 건물들은 동래부와 결탁하거나 좌수영에 관련된 사람에게 처분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좌수영이 사라지면서 그곳을 지키던 사람은 떠났지만 건물은 남았다. 요즘 같은 부동산 거래 시스템이 없던 시절 처분 과정에서 혼란은 불가피했을 것이다. 동래부사는 좌수영의 남겨진 건물 숫자와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였을 것이다. 지도 제목에 붙여진 ‘조사’란 단어도 상급자의 명령에 따라 그려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 과정에서 그려진 지도이지 않을까? 이것도 아니라면, 좌수영 촌로가 재미 삼아 자신의 기억을 더듬어 그린 그림일까?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은 부산박물관 조선실에서 찾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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