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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의종군길에 접한 어머니 부고…벗도 발벗고 장례 도와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53> 정유년(1597년) 4월 2일~25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선일회계법인 고문
  •  |   입력 : 2024-04-21 18:31:45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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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보러 오는 배에서 돌아가셔
- 천안군수 등 입관·행상 도움받아

- 권율 원수 만나러 합천 가는 여정
- 지인·지역 관리들도 찾아와 위로

백의 종군 중인 이순신은 정유년 4월 13일 일기에 해암(충남 아산시 안주면 해암리) 바닷가로 달려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부둥켜안고 통곡한 일을 기록했다. 그곳은 지금은 매립돼 위 사진처럼 논이 됐고, 후인들은 그곳에 펫말을 세워 놓고 충무공 충효를 기린다. 필자 제공
4월2일[5월17일]

종일 비가 왔다. 여러 조카들과 함께 이야기했다. 방업(方業)이 음식을 매우 푸짐하게 차려왔다. 필공(筆工)을 불러 붓을 매게 했다. 저녁에 도성 안으로 들어가 정승(류성룡)과 이야기하다가 닭이 울어서야 헤어져 나왔다.

4월3일[5월18일] 맑음.

일찍 남쪽(권율 원수의 진영이 있는 합천)을 향해 길을 떠났다. 나를 호송할 금오랑 이사빈, 서리 이수영, 나장 한언향은 먼저 수원부에 도착했다고 한다. 나는 인덕원(과천시 인덕원)에서 말을 먹이면서 조용히 누워 쉬다가 저물어서 수원에 들어가 경기관찰사의 수하에서 심부름하는 이름도 모르는 병사(牙兵)의 집에서 잤다. 신복룡이 우연히 수원에 왔다가 내 지나가는 걸 보고는 술을 준비해 가지고 와 나를 위로해 주었다. 수원부사 유영건이 나와서 봤다.

4월4일[5월19일] 맑음.

일찍 길을 떠나 독성(오산시 지곶동) 아래에 이르니, 반자(판관) 조발이 술을 준비해 놓고 군막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취토록 마시고 다시 길을 떠났다. 진위(평택 봉남리)의 옛길을 거쳐서 냇가에서 말을 쉬게 했다. 오산 황천상의 집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황천상은 내 짐이 무겁다고 말을 내어 싣고 가게 해주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수탄을 거쳐 평택현 이낸손(李內隱孫)의 집에 투숙했는데, 매우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자는 방이 몹시 좁은 데다 밥하느라 뜨겁게 불까지 때어 땀을 많이 흘렸다.

4월5일[5월20일] 맑음.

해가 뜨자 길을 떠나 바로 아산에 있는 선산으로 갔다. 근처 수목이 거듭 불난리를 겪은 탓에 모두 타 죽은 뒤라 차마 볼 수가 없었다. 묘소 앞에서 절하며 곡하는데 한참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저녁이 되어 외가로 내려가 사당에 절하고, 그 길로 곧장 장손인 조카 뇌의 집에 가서 조상의 사당에 곡하며 절했다. 남양 숙부가 별세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저물녘 본가에 이르러 장인, 장모님의 신위 앞에 절하고, 바로 작은형님(요신)과 제수(아우 여필의 부인)의 사당에도 다녀왔다. 잠자리에 들었으나 마음은 편치 않았다.

※이순신 본가는 원래 장인 방진의 집이었는데 그가 처가살이하면서 자연히 처가집이 그의 집이 되었다. 그래서 본가에 장인 장모의 신위가 모셔져 있었다. 또 부모와 조상의 사당은 큰형 희신의 큰아들인 장손 뇌의 집에 모셔져 있었다. 아산에 대소 친척이 모두 모여 살아 이순신은 아산을 자신의 고향이라 했다.

4월6일[5월21일] 맑음.

멀고 가까운 친척과 친구들이 모두 모여 오랫동안 못 본 회포를 풀고 돌아갔다.

4월7일[5월22일] 맑음.

금오랑(금부도사)이 아산현에서 왔기에 나는 나가 정성껏 대접했다. 홍찰방 이별좌 윤효원이 보러 왔다. 금오랑은 변흥백(변존서, 이순신의 외사촌임)의 집에서 잤다.

4월8일[5월23일] 맑음.

아침에 자리를 깔고 남양 숙부의 영전에 곡하고 상복을 입었다. 늦게 변흥백의 집에 가서 이야기 나누었다. 강계장이 세상을 떠났다고 하므로 가서 조문하고 오는 길에 홍석견의 집에 들렀다. 저녁에 변흥백의 집에 가서 금부도사를 대접했다.

4월9일[5월24일] 맑음.

동네 사람들이 술병을 들고 와서 멀리 가는 길을 위로하므로 정리상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 마셔서 매우 취해 헤어졌다. 홍군우가 노래를 부르고 이숙도도 노래를 불렀다. 나는 노래를 들어도 즐겁지가 않았다. 금부도사는 술을 잘 마시면서도 조금도 실수함이 없었다.

4월10일[5월25일] 맑음.

아침밥을 먹은 뒤에 변흥백의 집에 가서 금부도사와 함께 이야기했다. 늦게 홍찰방, 이별좌 형제, 윤효원 형제가 보러 왔다. 이언길, 허제가 술을 들고 왔다.

4월11일[5월26일] 맑음.

새벽 꿈이 너무 심란하여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덕이를 불러 대강 이야기하고 아들 울에게도 말했지만 마음이 계속 불편해서 걷잡을 수가 없으니 이 무슨 조짐인가. 병드신 어머니를 생각하며 나도 몰래 눈물이 흘렀다. 종을 보내어 어머니의 안부를 알아보기로 했다. 금부도사는 온양으로 돌아갔다.

※그는 어머니의 죽음을 꿈으로 먼저 안다. 그의 꿈은 언제나 신통했다.

4월12일[5월27일] 맑음.

종 태문이 안흥량(태안군 근흥면 안흥리 해협)에서 들어와 편지를 전하는데, 어머니는 “숨이 좀 가쁘셨긴 했지만 위아래 모든 사람들과 함께 배 2척에 몸을 싣고 무사히 9일에 안흥량에 닿았다”고 한다. 다만 안흥량에 도착하기 전에 “영광 법성포에 도착하여 배를 대고 자고 있을 때 닻이 끌려 떠내려 가는 바람에 같이 오던 두 배가 서로 떨어지는 사고가 일어나긴 했지만 6일 만에 다시 무사히 만났다”고도 했다. 아들 울을 먼저 바닷가로 보냈다.

4월13일[5월28일] 맑음.

일찍 아침을 먹은 뒤에 어머니를 마중하려고 (해암)바닷가로 가는 길에 올랐다. 가는 도중 홍찰방집에 잠깐 들러 홍찰방과 이야기하는 사이 아들 울이 종 애수를 보내어, “아직은 배 오는 소식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또 황천상이 술을 갖고 변흥백의 집에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홍찰방과 작별하고 변흥백의 집으로 갔다. 얼마 뒤 종 순화가 배에서 와서 어머니의 부고(訃告)를 전했다. 뛰쳐나가 가슴을 치며 발을 구르니 하늘의 해조차 캄캄했다. 곧바로 해암(蟹岩, 아산 인주면 해암리) 바닷가로 달려가니 배는 벌써 와 있었다. 길에서 바라볼 때의 가슴 찢어지는 애통함을 어찌 다 적을 수가 있으랴. 뒷날에 대강 적었다.

4월14일[5월29일] 맑음.

홍찰방 이별좌가 들어와 곡하고 관을 짰다. 관 재목은 본영에서 마련해 가지고 온 것인데, 조금도 흠 난 곳이 없다고 했다.

4월15일[5월30일] 맑음.

늦게 입관했다. 벗 오종수가 모든 것을 정성껏 해주니 그 고마움은 뼈가 가루가 되어도 잊을 수 없다. 관에 넣는 물품에 대해서는 다른 유감이 없으니 이것만은 다행이다. 천안군수(정호인)가 들어와서 행상(行喪)을 준비해 주고 전경복 씨가 연일 성심을 다하여 상복 만드는 일 등을 돌보아주니, 고마운 마음을 어찌 말로 다 하랴!

4월16일[5월31일]

궂은 비가 왔다. 배를 끌어 중방포(아산 염치읍 중방리)로 옮겨 대고, 영구를 상여에 올려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올 때 낮익은 마을과 산천을 바라보니 찢어지는 듯 아픈 마음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으랴. 집에 와서 빈소를 차렸다. 비는 억수같이 퍼붓고 나는 맥이 다 빠진 데다 남쪽으로 갈 길 또한 급하니 눈물만 흐른다. 그저 어서 죽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천안군수가 돌아갔다.

4월17일[6월1일] 맑음.

금오랑의 서리 이수영이 공주에서 와서 어서 가자고 다그쳤다.

4월18일[6월2일]

하루종일 비가 왔다. 몸이 몹시 불편하여 고개도 내밀지 못하고 그저 빈소 앞에서 곡만 하다가 종 금수의 집으로 물러나왔다. 늦게 계원(稧員)들이 나 있는 곳으로 모여와서 곗일을 의논하고 헤어졌다.

4월19일[6월3일] 맑음.

일찍 길을 떠나며 어머니 영전에 울며 하직했다. 어찌할꼬 어찌할꼬. 천지에 나같이 기구한 운명이 또 어디 있으랴! 일찍 죽느니만 같지 못하다. 조카 뇌의 집에 가 먼저 조상의 사당에 하직을 아뢰었다. 그 길로 길을 떠나 금곡(아산 배방읍 신흥리) 강선전의 집 앞에 이르렀는데 강정, 강영수를 만났다. 그들은 말에서 내려 곡했다. 다시 그길로 보산원(천안시 광덕면 보산원리)에 이르니 천안군수가 먼저 와 있어서 냇가에서 잠시 말을 쉬었다. 임천군수 한술이 서울에서 중시(重試)를 보고 앞길을 지나가다가 내가 있다는 말을 듣고 들어와 조문하고 갔다. 아들 회, 면, 조카 봉, 해, 분, 완과 주부 변존서 등이 함께 천안까지 따라왔다. 원인남도 왔기에 만나 보고 모두와 작별한 뒤 말에 올랐다. 일신역(공주 신관동)에 도착해 잤다. 저녁에 비가 뿌렸다.

※어머니 장례를 치르는 4월 13일부터 19일까지 일기에는 후미에 매번 “뒷날에 적었다(追錄)”는 글을 덧붙여 놓았다. (전서본)

4월20일[6월4일] 맑음.

공주 정천동에서 아침을 먹고, 저녁에 이산(尼山, 논산시 노성)에 닿으니, 이 고을 원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군청 동헌에서 잤다. 김덕장이 우연히 왔다가 서로 만났고 금부도사도 와서 봤다.

4월21일[6월5일] 맑음.

일찍 떠나 은원(논산군 은진면 연서리)에 이르니 김익이 우연히 여기에 왔다고 한다. 임달영이 곡식을 사러 은진포로 왔다고 하는데, 그 하는 꼴이 몹시 괴상하고 거짓되었다. 저녁에 여산(익산시 여산면) 관노(官奴)의 집에서 잤다. 한밤중에 홀로 앉았으니 비통한 생각을 견딜 수가 없었다.

4월22일[6월6일] 맑음.

낮에는 삼례역(완주군 삼례읍)의 역리 집에서 쉬고, 저녁에는 전주 남문 밖 이의신의 집에서 잤다. 판관 박근이 보러 왔고 부윤도 후하게 대접했다. 판관이 기름 먹인 종이와 생강 등을 보내왔다.

4월24일[6월7일] 맑음.

일찍 떠나 오원역(임실군 관촌면)에 도착하여 역관에서 말도 쉬게 하고 아침밥도 먹었다. 조금 있으니 금부도사가 왔다. 날이 저물어 임실현에 들어가니 현감이 의례적으로 대했다. 임실현감은 홍순각이다.

4월24일[6월8일] 맑음.

일찍 떠나 남원에 도착했다. 남원부에서 15리쯤 떨어진 곳에서 정철(丁哲) 등을 만났다. 그들과 남원부 5리 안까지 함께 가다 작별하고, 나는 곧장 10리 밖 동쪽 이희경의 종의 집에 가 잤다. 슬픈 회포를 어찌 다 말하랴.

4월25일[6월9일]

비가 많이 올 듯한 날씨다. 아침을 먹은 뒤에 길을 떠나 운봉(남원시 운봉면) 박롱의 집에 들어가니 비가 많이 퍼부어서 머리를 내놓을 수가 없었다. 거기서 들으니, 원수(권율)가 벌써 진주를 떠나 순천을 향해 갔다고 했다. 곧 사람을 금오랑 있는 곳으로 보내어 가던 길을 멈추게 했다. 운봉현감(남간)은 병으로 나오지 않았다.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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