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희 곤충기’ 10권 중 6권
- 번식·자기방어에 최적화 된
- 다양한 집 짓기 방법 담아내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3가지 요소는 의, 식, 주. 동물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곤충은 인류보다 수억 년 먼저 집을 짓고 살았다. 곤충은 그 작은 몸집으로 어떻게 집을 지을까.

유리산누에나방 고치. 매화나무 꽃 사이에 마치 손가방처럼 생긴 풀빛 유리산누에나방 고치가 매달려 있다. 정부희 사진. 보리 제공

정부희의 곤충기 6권 ‘곤충의 집 짓기’가 비밀의 세계로 안내한다. ‘정부희 곤충기’는 10권 기획물이다. 1권 ‘곤충의 밥상’, 2권 ‘곤충의 보금자리’, 3권 ‘곤충의 살아남기’, 4권 ‘곤충과 들꽃’, 5권 ‘곤충의 짝짓기’에 이어 나온 책이다. 곤충기 시리즈를 비롯해 저자가 쓴 다른 곤충 책들을 보노라면 ‘최고의 곤충학자 정부희’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이번 책에서 기막히게 아름다운 집을 하나 보았다. 유리산누에나방의 고치다. “매화나무 꽃 사이에 마치 손가방처럼 생긴 풀빛 유리산누에나방 고치가 매달려 있습니다”는 사진설명을 보고서야 그것이 나방 고치라는 걸 알았다. 아니, 알고 나서도 믿기 힘들었다. 매화 꽃잎, 꽃 수술이 고치의 지붕처럼 보인다. 당장 이 집에 이사라도 가고 싶어진다.

저자는 유리산누에나방 애벌레가 나무줄기에 터를 잡는 공사를 하고 고치를 짓는 장면을 소개한다. “입에서 가늘고 고운 명주실을 뽑아 줄기에 고치를 매달 끈을 길게 만듭니다. 명주실을 수백 가닥 뽑아서 줄기에 붙이니 가방끈처럼 생긴 긴 끈이 나무줄기에 매달렸습니다. 얼마나 야무지게 동여맸는지 바람이 불어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고서는 자기 몸을 감싸는 타원형 고치를 짓기 시작합니다. 입에서 명주실을 뽑고 또 뽑아서 자기 몸을 감쌉니다. (…) 신기하게도 유리산누에나방 애벌레가 뽑은 명주실은 완두콩색입니다. 보통 다른 나방들이 뽑아낸 명주실은 하얀색인데 말이지요. 어마어마하게 뽑은 명주실들은 서로 찰싹 달라붙고 겹치면서 시나브로 고치 겉이 두터워집니다. 몇 시간 뒤, 애벌레가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한 끝에 드디어 완두콩빛 고치가 완성되었습니다. 고치는 어느 공예품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예쁘고 독특합니다. 마치 자그마한 손가방 같습니다.”

설명을 읽고 다시 사진을 본다. 얼마나 정성 들여 지은 아름다운 집인가. 감탄이 절로 나온다. 글로 읽어도 숙연해지는데, 곤충이 집 짓는 장면을 직접 보면 어떤 기분일까. 곤충의 세계를 들여다보는 저자의 마음을 짐작해 본다.

곤충은 대를 잇고 자기 몸을 지키려고, 어떤 도구도 없이 오직 자기 몸을 놀려 집을 짓는다. 화려하지도 않고, 크고 넓지도 않고, 제 몸에 딱 알맞은 만큼 집을 짓는다. 흙으로 황토방을 짓기도 하고, 나뭇가지를 잘라 통나무집을 짓기도 하고, 땅에 굴을 파 동굴 집을 짓기도 하고, 잎사귀를 말아 나뭇잎 집을 짓기도 하고, 섬유질을 긁어 종이 집을 짓기도 한다. 정교함과 아름다움, 소박함과 정결함을 보여주는 곤충의 집으로 초대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