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00> 부산요 입학다완(釜山窯 立鶴茶碗)

에도시대 日의 주문으로 부산요서 빚은 도자기

  • 성현주 부산박물관 유물관리팀장
  •  |   입력 : 2024-05-07 18:43:51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오묘한 바탕색에 어딘가 어설픈 자세의 새 무늬가 있는 원통형 잔, 일반적인 한국 도자기와는 뭔가 느낌이 다른 이것은 일본의 요청으로 부산요(釜山窯)에서 만든 주문다완(사진)이다. ‘고혼타치즈루(ごほんたちづる)’, 즉 ‘어본입학(御本立鶴)’이라 불리며, 원통형 몸체, 살짝 벌어진 구연부, 앞뒷면에 상감된 학 무늬, 둥글게 깎아낸 할고대(割高臺) 굽, 홍색 반점 등이 큰 특징이다.

부산요는 에도막부로부터 조선과의 외교·무역 권한 일체를 위임받았던 대마번주 종가(宗家) 주도로 인조 17년(1639)부터 숙종 44년(1718)까지 약 80년간 부산 두모포왜관 및 초량왜관에 설치·운영된 도자기 가마이다. 가마 운영 당시 대마도에서는 ‘화관다완요(和館茶碗窯)’라 했고, 최근 한국에서는 ‘왜관요(倭館窯)’로 부르고 있으나, 일제강점기 조선 도자기 연구자 아사카와 노리타카가 처음 명명한 ‘부산요’라는 명칭으로 더욱 널리 알려져 있다.

부산박물관 소장 어본입학다완은 초량왜관 시기인 17세기 말~18세기 초 제작된 것으로, 기벽이 얇고 크기는 입지름 10.2㎝, 높이 8.1㎝로 다소 작은 편이나 전체적 형태에 균형이 잡혀 있어 당당한 느낌을 준다. 날개를 접고 서 있는 학 모습을 앞뒷면에 간략히 흑백 상감했는데, 이 학 문양은 에도막부 3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미쓰(1604~1651)의 그림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전해져 흥미롭다. 또 에도시대 유명 다인(茶人) 다이묘였던 코보리 엔슈(1579~1647)와 호소카와 타다오키(1563-1646)를 위해 디자인된 다완이라는 일화도 널리 알려졌지만, 당시 사료에서는 확인되지 않는다.

또 교토 노무라미술관 소장 입학다완의 상자 첩지(貼紙)에 ‘코보리 엔슈가 정월 3일간 다이후쿠차(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며 우메보시와 다시마를 넣어 마시는 일본의 새해 축하 차)를 마셨다’는 내용이 있어 다이후쿠차 다완으로 보기도 하나, 이것도 기록 연대가 불분명해 신뢰하기는 어렵다. 다만 일본에서 학이 길상과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져 다양한 축하행사를 위한 문양으로 사용되어 온 것과 학을 주문양으로 한 입학다완이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은 있다.

흙에 섞인 철분이 소성 중 산소와 만나 붉게 발색된 것은 부산요 주문다완에서 흔히 나타나는 특징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본 다인들은 이러한 붉은 반점을 가리켜 단풍을 뜻하는 ‘모미지(紅葉)’라는 서정적인 명칭으로 불렀다.

‘어본입학다완’이 부산요 이전 시기부터 제작되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객관적인 근거가 불충분하여 두모포왜관 시기 부산요에서 처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초량왜관 시기에도 제작되었으며, 부산요가 폐요(閉窯)된 뒤로는 대마도를 비롯한 일본 본토 각지의 가마에서 모방품이 꾸준히 만들어질 만큼 큰 인기를 구가하던, 부산요 주문다완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부산국제영화제 11년 만에 ‘관객 20만’ 재돌파
  5. 5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6. 6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7. 7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8. 8[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9. 9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10. 10‘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1. 1[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2. 2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3. 3‘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4. 4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5. 5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6. 6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7. 7강훈식 다음 수순은 서울시장 출마?(종합)
  8. 8이 대통령 "부마항쟁 헌법 조문화, 이제는 실천할 때"
  9. 9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10. 10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1. 1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2. 2‘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3. 3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4. 4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5. 540돌 수산무역협회도 부산시대 연다
  6. 6모건스탠리 “고물가 고착화 위험에 한은 내달 금리 올릴 듯”
  7. 7부산항에 석유 보세구역…북극항로 선박연료 생산·공급
  8. 8AI 투자 회의론 고개…글로벌 반도체주 ‘먹구름’
  9. 9커피향 가득한 미래 작가들 ‘사랑방’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5일
  1. 1부캉이가 남기고 갈 ‘북항 활성화·기후 대응’ 숙제
  2. 2세입자 보증금 안 준 前 금정구의원…추가 피해 확산
  3. 3구·군 부단체장 출퇴근 의전 논란, 부산 5곳 폐지 결정…4곳은 “고수”
  4. 4아파서도, 부적응도 아니다…고교 자퇴 71% ‘내신 세탁용’
  5. 5민주항쟁사 한 폭에 담은 작가 “부마정신 헌법에”
  6. 6“장림항 레저보트 철수명령 정당” 대법 확정
  7. 7예고 임용강사·학원장 겸직, 전국서 부산예고 가장 높아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6일
  9. 9거짓자백 받았나…法, 17년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재심청구 인용
  10. 10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 배재정 전 의원 실형 구형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5. 5[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윤상건-Creature
박지은- little talk-Venic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5일 (음 9월 5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4일 (음 9월 4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생육신 남효온이 가을 강변의 풍경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