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01> 동래부사 정언섭 교지

왕의 교지 받고 동래부사로 부임한 정언섭, 동래읍성을 개축하다

  • 정주희 부산박물관 유물관리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4-05-13 18:47:46
  •  |   본지 1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이 나라의 관문이자 외교의 중심지로 떠오른 조선 시대, 부산 땅의 중심지는 바로 동래(東萊)였다. 동래읍성은 동래부의 행정 중심지를 둘러쌌던 읍성으로 임진왜란 때 함락돼 거의 방치돼 있던 것을 1731년 동래부사 정언섭(1686~1748)이 크게 넓혀 다시 쌓았다.

2022년 7월 부산박물관은 동래부사 정언섭의 9대손인 정한식 선생으로부터 정언섭과 동래 정씨 가문 관련 고문서 55점을 기증받았다. 기증 유물 중에는 ‘세장(世藏)’, ‘교지 건(乾)’, ‘교지 곤(坤)’이라는 제목의 책 3권이 있다. 이 책들은 정언섭의 증손자인 정일렴이 낱장으로 전해지던 정언섭의 교지(사진) 등 212장의 문서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교지(敎旨)는 조선 시대 국왕이 신하에게 내린 문서로, 4품 이상 관직 임명 문서인 고신(告身), 문과 급제자에게 내린 홍패(紅牌), 생원·진사시 합격자에게 내린 백패(白牌), 죽은 관원에게 내리는 추증(追贈) 교지, 공신에게 토지나 노비, 특권 등을 내린 사패(賜牌) 교지 등 다양하다. 대개 첫 행에 ‘교지(敎旨)’라 적고, 본문에는 받는 이의 이름과 국왕이 내리는 관직이나 물품, 특권의 내역을 적은 후 ‘~자(者)’로 마감했으며, 마지막에 발급 연월일을 적는 형식이다.

책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특히 눈에 띄는 교지가 있다. 가로 74㎝, 세로 59㎝ 크기의 종이에 27자 글씨가 큼직하게 적혀 있는데, 옹정(雍正) 8년(1730) 8월 19일 정언섭을 ‘통정대부행동래도호부사(通政大夫行東萊都護府使)’로 임명하는 내용이다.

통정대부는 품계, 동래도호부사는 관직인데, 관직에 비해 품계가 높은 경우 이와 같이 관직명 앞에 ‘행(行)’자를 붙여 썼다. 통정대부는 문관 정3품의 품계인데, 도호부사는 종3품직이기 때문이다. 국방·외교에서 동래부사가 맡은 역할이 중요했으므로 이처럼 상급 품계의 관원을 임명하여 특별히 격을 높였음을 알 수 있다.

정언섭은 동래부사로 부임하자마자 동래읍성을 개축하는 한편, 이때 발견된 무명 순절자들의 유해를 거두어 ‘임진동래의총(壬辰東萊義塚)’을 조성하고 ‘임진전망유해지총비(壬辰戰亡遺骸之塚碑)’를 세웠다.

정언섭이 떠난 후인 1735년, 당시 동래부사였던 최명상은 동래읍성을 개축한 정언섭의 공을 칭송하며 ’내주축성비(萊州築城碑)‘를 건립했다. 동래부에서 쌓은 치적으로 영조의 신임을 얻은 정언섭은 곧이어 충청도관찰사로 임명되었으며, 이후 도승지, 한성부우윤, 병조· 호조· 예조참판 등 주요한 관직을 역임했다.

정언섭이 동래부를 떠난 지 290여 년이 지났다. 부산박물관은 기증받은 고문서의 정리 및 보존에 힘쓰는 한편, 지난해부터 국역·해제총서 ‘동래부사 정언섭의 가계와 생애’를 연차적으로 간행하고 있다. 그가 남긴 귀중한 유산이 우리에게 다시 돌아온 지금, 부산 곳곳에 남아있는 그의 자취를 찾아 나서 보아도 좋을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26일, 늦은 오후부터 내일 새벽까지 부울경 비... 천둥, 번개 유의
  2. 2[르포] 현판 드러낸 사천 우주항공청 '개청 D-1'…경제 활성화·인구 유입 기대 만발
  3. 3불법 모의 총포를 구입해 차에 싣고 다닌 20대 벌금형
  4. 4부산~발리, 부산~자카르타 직항길 열린다
  5. 5고물가·고금리에 중산층 타격…5곳 중 1곳은 '적자 살림'
  6. 6단말기 없어도 하이패스 차로 통과 뒤 사후 정산 방식 시범 운영
  7. 7기름값 지속 하락…휘발유 가격 5주 만에 1700원 밑으로
  8. 8양산시 황산공원 일대 79만6000㎡ 지구지정 변경 추진…사업 가속도 기대
  9. 9버스·도시철도 요금 인상에도… 부산시, 대중교통 적자 5841억 원 보전
  10. 10이준석 '시대착오적' 비판에…공정위 " 일반적 PB 규제 아냐"
  1. 1이재명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4% 수용…尹, 민주당 제안 받아달라"
  2. 2한일재계 '미래기금'에 日기업 18억원 기부…"징용 기업은 불참"
  3. 3범야권 '채상병특검 촉구' 장외집회… “거부권을 거부한다”
  4. 4이재명 ‘연금개혁 21대 국회 처리’ 제안에 대통령실 “쫓기듯 타결 말아야”
  5. 5김진표 의장, 내일 연금개혁 기자간담회… 29일 원포인트 본회의 여나
  6. 6‘친문’주류 부산 민주당 지역위원장직에 ‘친명’ 도전장
  7. 7노무현 서거 15주기…여야 인사 봉하 집결
  8. 8한·일·중 정상회의 4년 5개월 만에 개최…26, 27일 서울서(종합)
  9. 9조국혁신당 조직 재정비…‘당원 늘리기’ 초점
  10. 1022대 국회,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국조할까
  1. 1부산~발리, 부산~자카르타 직항길 열린다
  2. 2고물가·고금리에 중산층 타격…5곳 중 1곳은 '적자 살림'
  3. 3단말기 없어도 하이패스 차로 통과 뒤 사후 정산 방식 시범 운영
  4. 4기름값 지속 하락…휘발유 가격 5주 만에 1700원 밑으로
  5. 5이준석 '시대착오적' 비판에…공정위 " 일반적 PB 규제 아냐"
  6. 61121회 로또복권 1등 11명… 당첨금 25억2451만 원
  7. 7‘텐퍼센트’도 뽑혔다…부산 미래 이끌 서비스 강소기업 10곳
  8. 8“폐업할 돈 없어 적자에도 문 연다” 좀비가 된 자영업자들
  9. 9포스코 부산대 지고 서울대 뜨고
  10. 10HJ重, 친환경 컨선 2척 동시명명식…상선 기술력 입증
  1. 126일, 늦은 오후부터 내일 새벽까지 부울경 비... 천둥, 번개 유의
  2. 2[르포] 현판 드러낸 사천 우주항공청 '개청 D-1'…경제 활성화·인구 유입 기대 만발
  3. 3불법 모의 총포를 구입해 차에 싣고 다닌 20대 벌금형
  4. 4양산시 황산공원 일대 79만6000㎡ 지구지정 변경 추진…사업 가속도 기대
  5. 5버스·도시철도 요금 인상에도… 부산시, 대중교통 적자 5841억 원 보전
  6. 6부산 사하구 의료설비 공장서 화재
  7. 7흐리다가 맑아져...낮 최고 기온 부산 22도
  8. 8[날씨 칼럼]기후위기 시대 효율적 방재 대응의 첫걸음, 부산·울산 특보 구역 세분화
  9. 9경복궁 담벼락 낙서 시킨 '이팀장' 구속 기로
  10. 10'서울역 칼부림 예고글' 30대 남성 구속영장
  1. 1롯데 ‘안방마님’ 장타력이 살아난다
  2. 2낙동중 2년 만에 소년체전 부산대표로
  3. 3통영동원로얄컨트리클럽- 순금 상패·현금 등 홀인원 이벤트…사계절 라운딩의 재미 배가
  4. 4흙신 나달 롤랑가로스서 ‘유종의 미’
  5. 5레버쿠젠 불패행진 저지한 아탈란타
  6. 6실외 골프연습장 파디글스- 첨단장비와 엄격한 시설 관리…150야드 비거리에 벙커연습장도
  7. 7양산동원로얄컨트리클럽- 우람한 산세·부드러운 코스의 조화…그린 넓어 ‘백돌이’도 OK
  8. 8부산컨트리클럽- 울창한 수목으로 홀마다 색다른 분위기…회원 1060명 명문클럽
  9. 9기장동원로얄컨트리클럽- 개성 있는 9홀서 다이내믹 플레이…새벽부터 밤까지 나이스 샷
  10. 10목포 소년체전 25일 팡파르…부산 금 20개 안팎 목표
우리은행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염전에 바닷물 끌어 올리던 기구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박기종 관복(官服)- 흉배(胸背) 문양의 의미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불안은 우리의 원동력”…세상에 없던 연극 추구하는 사람들
공간이 생기니 문화가 스며들더라…‘詩 낭독회 맛집’ 주인장의 솜씨
리뷰 [전체보기]
이 뮤지컬 후회없이 즐기는 법? 눈치보지 말고 소리 질러!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두루미 통해 환경 소중함 알다 外
법정스님의 미공개 말씀 모음집 外
방송단신 [전체보기]
9개 민방 합작 ‘핸드메이드…’, 한국PD대상 작품상 등 영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양말 짝짝이 /김정수
만월처럼 /장정애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피라미드 게임’ 두 주연배우
‘스위트홈’ 시즌2 고민시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
‘범죄도시4’ 마동석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민희진 사태·김호중 음주 뺑소니…가요계 잇단 악재로 침울
지상파 새 예능들…OTT·드라마에 빠진 시청자 눈 돌릴까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1000만 영화는 자란다, 한국사회의 불우함을 먹고
인문정신과 합해진 공간의 힘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4년 5월 23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4년 5월 22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 (The 8 show)’
밴드기린 싱글 ‘조금만 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4년 5월 23일(음력 4월 16일)
오늘의 운세- 2024년 5월 22일(음력 4월 15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가는 늦봄 정취를 읊은 중국 송나라 시인 범성대
학문 연마하던 곳 찾아 스승 추억한 18세기 문사 정중기
  • 국제크루즈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