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마음에 구멍 뚫린 사람들…그 아픔 기록한 의사

한 정신과 의사의 37년간의 기록(전4권)- 김철권 지음 /안목 /각 권 1만8000원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4-05-16 18:59:02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동아대병원 정신과 김철권 교수
- 37년간 진료실서 마주한 환자들
- 상처로 무너진 사연과 치료 사례
- 의료현장 고충까지 방대한 내용

‘이런 책은 정말 처음’이라고 해야 할지, ‘진짜 센 책을 만났다’고 해야 할지…. 거듭 궁리해도 딱 알맞은 표현을 찾기 어려웠다. 이렇게는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책장을 열자마자 무섭게 책 속으로 빨려들었다.
저자 김철권 교수가 직접 찍어 책에 실은 사진이다. 사막에 찍힌 긴 발자국이 우리 삶을 떠올리게 한다. 안목 제공
정신과 의사 김철권(동아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 박사가 4권짜리 저서를 한 번에 냈다. 책 제목은 ‘한 정신과 의사의 37년간의 기록’이다. 각 권에 주제의식과 책의 개성·방향을 담은 별도 제목을 달았다. 책에 추천의 글을 쓴 정신과 의사 이근후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들려주는 설명과 안목출판사가 정리한 각 권 요점을 참고한다.

1권 ‘죽은 아들 옷을 입고 자는 여자’는 잔인한 삶의 상처로 무너진 사람들의 사연과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의 역할·존재의미를 애도의 태도와 함께 담았다. 2권 ‘무지개 치료’는 37년간 환자를 치료하고자 저자가 연구·개발·시도한 맞춤형 치료방법과 실제 사례를 다뤘다. 사진·타로·마술·유행가까지 들고 와 온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 생생하다. 저자는 성과가 좋았던 사례뿐만 아니라 자기가 모자랐던 점, 치료자로서 어찌하기 힘들었던 일, 별다른 성취를 이루지 못했던 기억까지 진솔하게 고백한다.

3권은 ‘사람들 가슴에는 구멍이 있다’이다. 우리의 근원에 있는 욕망, 사랑·고통·집착이 낳은 증상과 함께 행동치유법을 들려준다. 4권 ‘나는 항구다’는 정신과 의사로서 반드시 직면하는 의료 현장의 고충, 저자의 치료 원칙·철학을 풀어낸다.

김철권 교수는 책머리 ‘저자의 말’ 제목을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유일무이한 책’이라고 달았다. 이 글을 읽어보면 유일무이함을 ‘자랑’하려고 이런 제목을 단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하나뿐인 책’이라고 한 이유는 뭘까. 이근후 명예교수의 설명을 다시 빌리자면 “김 교수는 37년이라는 긴 세월을 마음에 구멍이 뚫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성장한 정신과 의사다”라는 데 우선 실마리가 있겠다.

또한 김철권 교수는 “이 책에는 환자의 비밀을 보장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해두었다. 환자를 익명으로 기술했고 글의 내용상 중요하지 않은 부분들은 실제와는 다르게 바꾸었다”고 저자의 말에서 밝힌다. 다시 말해,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기에 정신과 영역에서 이토록 풍부하고 생생하며 절실한 사례를 담은 책이 나오기가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김철권 교수는 특히 부산에서 널리 알려진 권위자이다. 언론매체에 칼럼을 쓰고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해바라기센터소장을 비롯해 부산시정신보건센터장, 광역자살예방센터장, 정신보건사업지원단장을 맡는 등 정신의학이 우리 사회로 스며들고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삶을 살게 돕는 현장에 주저 없이 뛰어들었다.

이런 그에게 여러 출판사가 책을 내자고 권유했는데 “그들은 내 글 중에서 선택하여 한 권의 책으로 내기를 원했다”(18쪽)고 한다. 그래서 그는 거절했다. 모든 글을 살리는 것이 글과 환자에 대한 예의라고 그는 생각한 듯하다. 부산의 안목출판사가 책 4권을 한꺼번에 내는 일에 기꺼이 나선 일도 그런 점에서 인상 깊다.

당신이 어떤 일을 하는 누구이든, 이 책을 펼치면 살면서 상상도 못 해봤을 고통·아픔·기구함·슬픔을 접한다. ‘삶이란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신음과 탄식이 터져 나온다. 그런 세상과 삶의 얼굴을 보는 일 자체가 인식 지평을 넓히는 공부가 된다. 그래서 삶과 세상에 관심이 있는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읽다 보면, 진료실에 앉아 묵묵히 마음 아픈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치열하게 처방하고 치료하는 한 정신과 의사를 만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3. 3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4. 4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5. 5성장이냐 쇠퇴냐…부산이란 도시 운명은 이것에 달렸다
  6. 6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7. 7부산이 대륙 끝? 지도 돌려보면 북극항로 시작점
  8. 8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9. 9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10. 10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3. 3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4. 4李대통령 “능력 안되면서 큰자리 요구하다 안 되니 내부 공격”
  5. 5“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6. 6이 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37%…민주당 35%, 국민의힘 26%
  7. 7‘정청래 비자 보류’에 민주당은 유감…국힘 “한미동맹 균열”
  8. 8李대통령 “우리 말과 글의 힘이 곧 대한민국의 경쟁력”
  9. 9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10. 10인천 해수욕장서 北유실지뢰 54일만에 또 발견.. "안전 유의"
  1. 1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2. 2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3. 3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4. 4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5. 5[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6. 6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7. 7‘극지해양 독후감’ 공모전 대상 고등부 김세형, 대학·일반부 하웅 씨
  8. 8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9. 9지자체 ‘비상금’ 3년새 반토막…국고사업 매칭비는 23% 늘어(종합)
  10. 10[증시와이드] 실적 유지·턴어라운드 종목 선별 접근을
  1. 1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2. 2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3. 3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4. 4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5. 5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6. 6특혜 논란에도…엘시티 투자이민제 13년 실적 고작 2건
  7. 7“크루즈 관광객 동선, 부산항서 이바구길까지 넓힐 것”
  8. 8박완수, 우주항공·SMR 기반 메가 특구 공들여
  9. 9부산 동백중 교사와 학생 “우리는 와플처럼 달콤한 사이”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9일
  1. 1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2. 2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3. 3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4. 4“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5. 5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6. 6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7. 7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8. 8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9. 9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10. 10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효-우리
박세연-Find Your Brav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8일 (음 8월 28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7일 (음 8월 2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주말의 BIFF- 2026년 10월 9~11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8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