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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에게도 할 말은 했다네, 조선 최고 ‘기재부 장관’ 권이진

조선 최고의 호조판서 권이진- 권선준 지음 /가갸날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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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소수파 남인 출신 극복하고
- 영조도 인정한 호조판서 평가
- 동래부사 시절 대일외교 기틀
- 실사구시 관인의 삶, 책에 담아

“박문수가 호조에 부임하여 강력하게 일을 해나가면서 심력 있게 헛된 비용을 절감했으므로 백성들에게 약간의 좋은 평판을 얻었다. 근세에 권이진이 호조에 있으면서 재화를 잘 다스렸다는 것으로 최고의 칭예를 얻었는데, 박문수가 조금 그의 뒤를 잇기는 했으나 정민하게 사무를 잘 아는 것은 권이진에게 미치지 못하였다.” 암행어사로 널리 알려진 박문수의 호조판서 시절과 비교해 권이진이 더 뛰어나다는 말이다. ‘영조실록’ 68권(영조 24년 9월 7일)의 기록이다.

권이진과 ‘옹주 은주발’ 이야기도 있다. 1729년(영조 5년) 일이다. 1727년 태어난 화평옹주로 추정된다. 옹주가 3살 무렵 밥을 먹기 시작하자 영조는 은주발 수삼 개를 궁에 들이라고 명했다. 호조판서 권이진이 아뢰었다. “부녀자의 밥그릇에 불과한데 전하께서 장차 어디에 쓰시려는 것입니까?” 영조는 어디 쓸 것인지 묻지 말고 속히 들이라고 재촉했다.

권이진은 다시 아뢰었다. “신이 감히 그 비용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고 또한 성상의 명령을 굳이 거스르려는 것도 아닙니다. 대저 은그릇을 궁중에서 쓴다면 너무 사치하고 외부 사람에게 상으로 준다면 너무 분수에 지나칩니다. 만일 그 쓸 데가 의리에 합당하다면 신이 실로 속히 만들어 거행하겠습니다만, 그렇지 않으면 중지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영조가 대로했지만. 권이진은 “명분이 없고 긴요치 않은 물건”을 궁에 들이라는 명을 봉행할 수 없다고 아뢰었다.

임금이 은주발 좀 쓰겠다는데, 신하가 어디 쓸 건지 꼬치꼬치 따져 묻고 조목조목 반대하고 완강하게 불복하다니, 이 일은 동부승지 이인복이 주변에 전하면서, 권이진의 인물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로 남았다.

권선준이 쓴 ‘조선 최고의 호조판서 권이진’은 격심한 당쟁 속에서 의연히 실사구시 관인의 길을 가며 최고 재정 행정가(호조판서)가 된 권이진의 삶을 전한다. 저자는 권이진의 문집 ‘유회당집’을 바탕으로, ‘조선왕조실록’과 당대 문인들의 기록을 전거로 활용해 책을 썼다.

노론이 주도하던 당시 정치 구도에서 권이진은 극소수파인 남인 출신이었다. 그는 2년밖에 안 되는 짧은 재임 기간에 나라 곳간을 가득 채우는 성과를 이뤄 훗날 영조도 최고 호조판서로 평가했다. 부산과도 연관이 있다. 권이진은 동래부사 시절, 자주적 대일 외교의 기틀을 마련하고 남해안 연안 방어책 마련에 획기적인 개혁안을 제시했다.

권이진 집안의 혼맥에서 파생한 인간관계도 흥미롭다. 권이진의 외조부가 노론 영수 우암 송시열이다. 고모부이자 스승인 윤증은 소론 영수이다. 남인 대표 윤휴의 아들 윤의제 역시 고모부였다. 당시 붕당의 대표 인물을 망라하는 인연이다. 조선의 재정 행정가였던 권이진의 삶을 통해 조선 시대를 새롭게 보는 재미도 쏠쏠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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