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오스만 말기 술탄과 열강 개입…고종 닮은꼴?

호랑이 등에서- 쥴퓌 리바넬리 지음/오진혁 옮김/호밀밭/1만9000원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24-05-23 19:13:22
  •  |   본지 1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튀르키예 작가 쥴퓌 리바넬리
- 실존인 알둘하미드 2세 내세워
- 역사·정치적 상황 소설로 풀어

작가 쥴퓌 리바넬리(78)의 장편소설 ‘호랑이 등에서’는 역사·정치에 관한 모색과 해석, 그리고 상상의 나래를 사방으로 뻗도록 해준다. 자전거 바퀴살의 중심이나 교차로 또는 허브 공항 같은 인상이다. 현대 튀르키예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약간 낯설게 느낄 독자도 있겠다. 미국 유럽 일본 중국과 비교하면 튀르키예 문학은 익숙지는 않은 편이다. 그래서 호기심이 더 강하게 동한다. 이 소설은 역사·정치의 표면을 뚫고 이면을 열어젖힌다. 기존 지식이나 판단을 흔들어 버리는 폭발력을 내장했다.
그리스 제2도시 테살로니키에 있는 레프코스 피르고스(백탑) 전경이다. 오스만 제국 통치 시기 세워졌으며 테살로니키 명물이다. 테살로니키를 주요 무대로 펼쳐지는 ‘호랑이 등에서’에도 이 탑이 언급된다. 위키백과
독자는 소설에서 발칸 반도가 왜 세계의 화약고인지 그 뿌리를 비로소 확인할 수도 있다. 열강에 둘러싸여 제 갈 길 잃고 나락에 빠진 조선 말기와 고종 임금을 떠올릴 수도 있다. 고종도 이 소설 주인공인 오스만 제국 말기 황제 알둘하미드 2세와 비슷한 데가 있지 않았을까? 충분히 모색해볼 만한 주제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걸작 영화 ‘라쇼몽’을 본 뒤처럼 ‘과연 진실은 뭘까’ 하고 물으며 역사에 관한 깊은 사색에 들어설 수도 있다.

이 책에 ‘독재자는 회고록을 남긴다’는 해설을 실은 소설가 장정일은 ‘호랑이 등에서’의 유일한 주인공으로 오스만 제국(1299~1922) 제34대 술탄 압둘하미드 2세(1842~1918)를 꼽는다.

오스만 제국은 압둘하미드가 제34대 술탄에 즉위할 즈음 최악의 위기 상태에 빠져 있었다. 제국주의 열강은 (원유를 노리고) 쳐들어왔다. 600년에 3개 대륙에 걸쳐 건설한 제국은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나라’가 되어 분열과 해체가 진행 중이었다. 압둘하미드 2세는 이런 황혼의 제국을 33년 동안 통치했다.

“이교도 국가들은 전 세계 원유의 절반이 매장되어 있는 오스만 제국 영토를 조각낸 다음 원유를 손에 넣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은 없었다. 서구 열강들은 오스만 제국 내 서른 개가 넘는 민족들을 부추겨서 이 목표에 도달하고자 했다. 제국은 무너지고 있었다.”(194쪽)

“키프로스뿐만 아니라, 오스만 제국 영토 내에 거주하는 모든 터키인, 그러니까 그리스계 터키인, 그리스인, 유대인, 아르메니아인, 쿠르드인, 세르비아인, 몬테네그로인, 불가리아인, 루마니아인, 아랍인, 조지아인, 크리미아인, 왈라키아인, 슬라브계 무슬림, 알바니아인, 보스니아인, 레반트인들도 같은 분위기 속에 있을 게 분명했다.”(121쪽)

이렇게 복잡한 나라가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과 분열정책에 따라 해체되다 보니 뒷날 발칸 반도나 중동이 세계 최악 화약고가 된 씨앗은 이때 뿌려졌다. 그런데 압둘하미드 2세는 청년 장교들이 만든 집단에 의해 폐위돼 (지금은 그리스에 속하는) 테살로니키에 유폐된다. 이어, 오스만 제국을 유럽식으로 혁신하기를 꿈꾼 청년 장교 집단에 속한 젊은 군의관 아프트 휴세인이 압둘하미드 2세와 그 가족의 주치의가 된다.

이 젊은 군의관은 당연히 황제에게 증오심을 품고 있었다. 나라를 망친 주역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황제와 줄곧 이야기를 나누며 그는 부정-혼란 단계를 넘어 판단이 흔들릴 지경까지 간다. 황제가 제국을 어떻게든 지켜내려고 능란한 외교 수완 등을 발휘한 사실에 공감까지 느낀다. 소설은 이와 함께 압둘하미드 2세가 근대적 치료법을 거부하는 모습, 그가 통치할 때 강력히 시행한 언론 통제, 개인 축재 등을 보여주며 ‘큰 방향을 잘못 잡은 전근대 인물’로서 그를 비춘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놀랍도록 복잡했던 말기 오스만 제국의 다채로운 역사 에피소드를 펼쳐 보이는 이 작품은 그 자체로 읽는 재미가 크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3. 3‘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4. 4[사설]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5. 5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6. 6‘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7. 7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8. 8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9. 9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10. 10매표소 오픈런…레드카펫 ★ 보려 외국인 새벽부터 달려왔다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3. 3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4. 4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5. 5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6. 6이 대통령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 귀항 부산의 미래 깃발, 신경써달라"
  7. 7‘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8. 8[속보]조희대 작심 발언 “국회·대통령은 대법원장 제청에 관여 못 해”
  9. 9부산 민주당 "주진우, 암살자(들) 부산영상위 시사회 사실왜곡 비판"
  10. 10검찰개혁, 중수청장 임명 두고 커지는 집안싸움
  1. 1‘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2. 2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6. 6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6일
  8. 8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9. 9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10. 10부산지역 농지 41%, 외지인이 소유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4. 4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5. 5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6. 6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7. 7“침묵하는 대주주, 대화 자리 나서라”
  8. 8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9. 9박완수 경남도지사 “행정통합 위해 부울 시장 설득”
  10. 10양산시보건소 일반진료 줄인다
  1. 1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2. 2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8. 8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효-우리
박세연-Find Your Brav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7일 (음 8월 27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6일 (음 8월 26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7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