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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휘의 시네필] 여성의 재구성과 남근적 질서의 전복

‘퓨리오사- 매드 맥스 사가’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4-05-30 19:21:42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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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조지 밀러가 돌아왔다. ‘매드 맥스-분노의 도로’(2015)로 다시금 자신이 창시한 ‘매드 맥스’(1979)의 묵시록적 세계로 복귀해 센세이션을 일으킨 바 있던 79세의 명장은 ‘퓨리오사-매드 맥스 사가’(2024)로 미처 다 풀어내지 못했던 여전사 퓨리오사(안야 테일러 조이)의 과거사를 풀어내고자 한다.
영화 ‘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 공식 홈페이지 제공
프리퀄(Prequel) 격인 이 영화는 좀 늦은 감이 있다. ‘매드 맥스 2 - 로드 워리어’(1981)마저 스스로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전작이 걸출했지만 의외로 흥행은 신통치 못했고, 감독은 각본을 완성해놓고도 도중에 ‘3000년의 기다림’(2022)을 내놓으며 9년을 견뎌야 했다.

‘퓨리오사 - 매드 맥스 사가’는 선(線)이 아닌 면(面)의 영화이다. 출구를 향해 내달리는 일직선의 궤적을 그렸던 전작과 달리, 퓨리오사의 성장과 여정을 따라가며 시타델 이외에 간접적으로만 언급되던 퓨리오사의 고향과 가스타운, 총알농장 등 세계를 구성하는 공간학적 지형도를 구체적으로 그려내 보이며 외연을 확장한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공동 감독으로 한발 물러나 액션 시퀀스 중심으로 담당했기에 온전히 매듭짓지 못했던 ‘매드 맥스 3 - 썬더돔’(1985)의 개선된 버전에 가깝다.

공간 외부에서 이상향을 찾는 도피가 아니라, 내부의 질서와 배치를 바꾸는 데서 비로소 혁명적 전환으로서 ‘탈주’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 ‘매드 맥스 - 분노의 도로’에 이어, 조지 밀러는 다시 한번 남성성 과잉의 황무지를 겨냥한 날카로운 해부의 메스를 들이민다. 물과 식물 그리고 여성으로 표상되는 풍요의 땅과 디멘투스(크리스 햄스워스)의 폭주족 군단이 휩쓸고 다니는 황무지를 대비시키는, 폭력과 죽음 지배의 남성성과 반대로 생성과 평등의 선을 그리는 여성성의 도식화된 이항대립은 이 영화의 기본적인 구도 그 자체이다.

퓨리오사가 생존을 위해 선택하는 길은 디멘투스의 양녀로 머물거나 임모탄의 아내들처럼 타자의 욕망에 의한 성적 대상화가 되는 걸 거부하는 또 다른 형태의 ’탈주‘이다. 여성이면서 전사이기도 했던 어머니의 면모는 저격총을 쥔 자세의 유사성에서 드러나듯 유전처럼 이어진다. 여성의 성징을 감춘 채 활동하는 과정에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이상할 정도로 남성으로만 넘쳐나는 극단적인 성비의 세계에서 퓨리오사는 성적 매력이 아닌 전사의 능력으로 존재를 인정받으며 근위대장 잭과도 동등한 지평에 서서 파트너쉽을 맺는다.

기존 경계를 가로지르는 여성상과 자아 정체성의 재구성. 퓨리오사가 잘려 나간 팔을 기계 의수로 대체하는 순간, 우리는 ‘사이보그 선언문’(도나 해러웨이)의 영화적 현현을 본다.

사투 끝에 패한 디멘투스는 (그의 유아성과 남성성을 대신하던) 곰 인형을 뺏기고, 복숭아나무 뿌리 아래 묶여 갇히는 것으로 상징적 거세를 당한다. 이토록 짓궂은 남근적 표상의 전복이라니. 그리고 다음 이야기의 주도권은 자기 존재의 의미를 되찾고자 하는 여성에게 넘어갈 것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시리즈 본유의 피비린내와 모래먼지 매연으로 가득한 액션장인의 광기 어린 흥분이 ‘이스트윅의 악녀들’(1987)에서 방자했던, 혐오스러우리만치 징그럽고 비열한 남성성에 대한 진보적 지성인의 냉철한 비판 의식과 결합된 결과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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